푸드테크업계의 이단아,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푸드테크업계의 이단아, 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 이서영 기자
  • 승인 2022.06.2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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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지영 로보아르테 대표
강지영 대표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로봇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그가 어떻게 푸드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인물이 될 수 있던 걸까. 그는 “어쩌면 로봇을 잘 몰랐던 게 신의 한수였다”고 말했다. “로봇 전공자였다면 치킨 브랜드를 만들면서도 기계의 완성도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술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브랜드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기계보다 메뉴의 맛, 서비스, 콘셉트 등에 집중한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생각한다.” 강 대표의 말이다.사진=이경섭
강지영 대표는 대학교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로봇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그가 어떻게 푸드테크 분야를 선도하는 인물이 될 수 있던 걸까. 그는 “어쩌면 로봇을 잘 몰랐던 게 신의 한수였다”고 말했다. “로봇 전공자였다면 치킨 브랜드를 만들면서도 기계의 완성도에 집중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기술을 잘 알지 못했기 때문에 브랜드의 본질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었다. 기계보다 메뉴의 맛, 서비스, 콘셉트 등에 집중한 전략이 시장에서 통했다고 생각한다.” 강 대표의 말이다. 사진=이경섭 실장

강지영 대표는 푸드테크 분야에서 단연 돋보이는 존재다. 여성 CEO라는 점, IT회사 대표이지만 해당 분야의 비전공자라는 점, 맨 손으로 사업을 시작했다는 점 등이 그렇다. 소녀같은 외모 속에 숨겨진 강인함과 남다른 집념은 그를 9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의 대표로 만들었다.

모범생, 반항아로 돌변하다
학창시절에는 모범생이었다. 반장도 하고 학생회장도 했다. 친구들과 두루두루 잘 지냈고 선생님들과도 친했다. 부모님은 내가 의사가 되길 바라셨다. 그래서 고등학생 때도 이과계열로 진로를 선택했다. 그 때는 막연히 ‘부모님 말씀대로 하면 앞으로 내가 하고 싶은 취미생활이나 활동을 하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라는 희망을 품고 의사를 꿈꿨던 것 같다. 의사가 돼야하는 이유에 어떤 사명감이라든가 목적의식은 없었다.

그래서 의대를 못 가게 됐을 때 좌절감을 더욱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의대에 낙방하고 부모님과 많은 갈등을 겪었다. 반항의 시작은 문과계열 대학교에 진학하는 것이었다. 연세대학교 경영학과에 입학했고 학사를 취득했다.

졸업 후 20대 중반에는 반항심이 극에 달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언론고시를 준비하면서 또 다시 부모님과 부딪치게 됐다. 나는 ‘뭔가를 만들고 싶다’는 욕구가 굉장히 강했다. 그래서 경영학을 전공했음에도 예능PD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PD가 되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열심히 해도 좋은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우울한던 시기였다. 부모님과도 많이 싸우고 술도 많이 마셨다. 결국 꿈을 접고 금융권으로 눈을 돌려 증권회사에 취업하게 됐다.

증권사에서의 생활은 나름대로 즐거웠다. 그런데 문제는, 어느 순간 또 나의 미래가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었다. 그러던 중 눈에 들어 온 게 벤처캐피탈리스트(이하 VC)였다. 자본시장의 첫 단계에서 비전있는 스타트업(벤처기업)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게 매력적으로 보였다. 그렇게 VC로 직업을 전향하게 됐다.

강지영 대표의 자리에는 큼지막한 나이키 포스터가 붙어 있다. 또 책장 위에도 나이키 신발 박스들이 여러개 쌓여 있다. 강 대표는 “나이키를 정말 좋아한다. 그 정신 자체가 너무 좋다. ‘JUST DO IT.’ 이 슬로건이 내가 해야 할 일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이경섭
강지영 대표의 자리에는 큼지막한 나이키 포스터가 붙어 있다. 또 책장 위에도 나이키 신발 박스들이 여러개 쌓여 있다. 강 대표는 “나이키를 정말 좋아한다. 그 정신 자체가 너무 좋다. ‘JUST DO IT.’ 이 슬로건이 내가 해야 할 일들과 맞닿아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이경섭 실장

확신에 가득 차 시작한 창업
VC는 기대했던 것만큼 매력적인 직업이었다. 여러가지 산업을 공부하며 스스로 성장하는 것이 좋았고, 자본이 필요한 스타트업에 투자를 해줄 수 있다는 점도 가치있게 느껴졌다.

어느 날 또 새로운 스타트업을 물색하던 중 미국의 스파이스(Spyce)라는 푸드테크 회사를 보게 됐다.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기업가치가 이미 수백억원 규모로 성장해 있었다. 이 사례를 보고 빨리 국내의 비슷한 스타트업을 찾아 투자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국내에는 그런 스타트업은 없었다. 그 때 ‘내가 창업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사업을 하려면 3가지 확신이 필요하다고 본다. 하나는 아이템, 두 번째는 시장, 세 번째는 탁월한 역량을 가진 대표 혹은 팀. 셋 중에 하나만 확실해도 도전해 볼만하다. 당시 나는 아이템과 시장에 있어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다. 고민이 많았다. 창업을 해야할지 말지. 그런데 문득, 만약 창업을 하지 않고 있다가 나중에 누군가 창업해서 투자받는 것을 보면 배가 너무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앞에서 “이거 옛날에 내가 생각했던 아이템이다”라고 말하는 모습을 상상하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 그래서 창업을 결심했다.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시장에도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롸버트치킨은 배달의 비율이 높은 브랜드다.사진=이경섭
최근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배달시장에도 위기감이 조성되고 있다. 롸버트치킨은 배달의 비율이 높은 브랜드다. 사진=이경섭 실장

기쁜 순간의 명과 암
지금 우리 회사의 비상주 CSO가 은인이다. 그가 엔젤투자를 해준 덕에 창업을 할 수 있었다. 창업 멤버는 투자쟁이였던 나와 회계사인 CSO, 그리고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기계공학과 졸업반 대학생 이렇게 3명이었다. 그때만 해도 나는 협동로봇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로봇 문외한’이었다. 그래도 셋이서 합심해 으쌰으쌰하며 고생한 끝에 첫 협동로봇 ‘식스센스’를 만들었다.

온갖 고생 끝에 롸버트 치킨 1호점을 오픈하던 날이 기억난다. 오픈 날 가까운 스타트업 대표들과 VC들을 다 불러놓고 시연을 하는데 로봇이 자꾸 바스켓을 떨궜다. 그 때 누군가 내 옆에 와서 “지영아 어떡해…. 괜찮아?”라고 했다. 그 순간의 암담함. ‘그러게 나 어떻게 하지…’라고 생각하면서도 계속 모션을 수정해야 했다.

암담했던 순간이 한번 더 있었다. 첫 투자를 유치했던 때다. 지난해 상반기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네이버D2SF, 위벤처스로부터 15억원 규모의 프리시리즈A 투자를 받았다. 도장을 찍기 전까지 친한 VC들이 ‘지금 그만둬도 된다. 지금이 기회다. 도장을 찍으면 걷잡을 수 없다’고 조언했다. 투자유치를 확정짓고 나서 이상한 우울감이 몰려왔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아이들 장난이 아니었다. 그것은 우리 회사의 주식을 다른 회사들이 갖게 된다는 의미였고, 투자금에 대한 의무와 매출 신장에 대한 압박이 생겼다는 것이었다. VC시절 투자를 받게 된 스타트업 대표들의 표정이 왜 그렇게 어두웠는지를 그제야 알게 됐다.

이 악물고 버티기
창업을 후회했던 때가 있느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그렇다’이다. 첫 번째로는 사기를 당했을 때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사기라는 게 비단 ‘먹튀’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창업 초기 있는 돈, 없는 돈을 끌어 모아 1억5000만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로봇을 만들었다. 그런데 우리와 계약한 회사의 하청업체가 유치권을 행사하는 바람에 공장에서 로봇을 가져 오지도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 법도, 경찰도 우리편이 아니었다. 그렇게 투자한 돈이 공중분해됐을 때, 세상에 안녕을 고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두 번째는 2020년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나서 매일 혼자 매장에 출근했을 때다. 마스크를 쓰고 주방에 앉아 있는데 ‘지금 내가 뭘 잘못하고 있지? 언제까지 이걸 해야하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하는 게 싫다기 보다는 내가 꿈꿔온 일의 방향이 맞는지 확신이 희미해지고, 심지어 느리게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자괴감이 들었다.

주변인들은 내 모습을 보며 ‘잘 버텼다. 다시 VC로 돌아가도 된다’고 위로했다. 그러나 사실 그럴 때마다 반골기질이 다시 올라왔다. ‘내가 반드시 보여준다’는 생각을 했다. ‘성공하는 것을 보여준다’가 아니라 ‘버티는 것을 보여준다’는 생각. 결국 나는 버텼다.(웃음)

롸버트치킨 브랜드 탄생시킨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와 직원들.사진=이경섭
롸버트치킨 브랜드 탄생시킨 로보아르테 강지영 대표와 직원들. 사진=이경섭 실장

밝은 미래를 그리다
5월 중순에 처음으로 회사 워크숍에 다녀 왔다. 본사 마케팅팀, 재무팀, 필드매니지먼트팀, 테이스티팀, 로보틱스팀을 비롯해 7개 직영 매장의 점장과 직원들까지 함께 하는 자리였다. 30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보는데 감동이 밀려왔다. ‘이게 우리 회사라고?’ 놀랍고 신기했다.

올해 상반기 75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에는 첫 번째 투자 유치 때와 다르게 기쁘고 다행스럽다. 투자금으로 해야할 일들이 많다. 우선 6월부터 시작할 가맹사업과 관련, 프랜차이즈 본사로서 역할하기 위해 사무실을 이전한다. 새 사무실에는 점주 교육을 위한 교육장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올해 12월까지 미국 뉴욕에 직영점을 오픈할 예정이다. 최근 우리 회사에는 ‘미국 수출을 대행해 주겠다’는 내용의 전화가 부쩍 많이 온다. 이를 통해 미국에 푸드테크 로봇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됐다. 미국 진출의 최종 목표는 글로벌 프랜차이즈인 맥도날드에 우리 로봇을 납품하는 것이다.

우리 회사는 현재 로봇과 관련해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머신러닝, 필드 엔지니어링 부분 전문가들을 보유하고 있다. 로봇 운영상의 문제를 원격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로봇 자체의 크기도 컴팩트하게 축소하는 데에 성공했고 로봇 설치도 하루만에 할 수 있게 됐다. 최근에는 편의점 브랜드 GS25에도 로봇을 납품했다. 앞으로 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롸버트치킨의 브랜딩에도 힘을 쏟을 계획이다. 국내외 프랜차이즈와 각종 리테일 브랜드에서 흔하게 로보아르테의 로봇을 볼 수 있는 날이 머지 않았다고 자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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