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매체의 위기
종이 매체의 위기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2.10.06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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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의 사용과 함께 글자의 발명은 인류사회를 무수한 지구상 많은 동물과 크게 다르게 만든 계기다. 일상에서 사용하는 말을 기록하는 글자가 없었다면 인류의 물질, 문명의 발달은 크게 기대할 수 없었을 것이다.

원시시대부터 자기의 생각을 기록으로 남에게 알리려는 노력이 유물로 남겨져 있고 그 당시에는 바위나 점토에 상호 이해가 가능한 기호로써 전달하려는 내용이 담겼다. 말과 글이 사용되면서 이 순간이 아닌 다음을 위한 기록의 역사는 인류사회와 함께했으나 기록하는 매체는 바위, 동물의 가죽, 나무나 대 등이 이용됐고 종이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최초로 종이를 발명한 것은 중국 해륜(AD 105년)으로 나무껍질이 재료로 사용됐으며 이후 종이 제조기술이 유럽과 동양 각국으로 퍼져 나갔다. 종이 위에 글자를 써서 기록으로 남긴 것은 인류문화에 큰 변화였으며 종이로 책을 만든 것은 수천 년 이어져 온 문화유산이다.

 이 오랜 역사를 가진 종이책이 전자책의 출현으로 단 몇 년 사이 큰 위기를 맞고 있다. 전자기기가 급격히 보급되면서 모든 활자가 화면에 뜨고 간단히 화면을 통해 의사가 전달되면서 구태여 무겁고 번거로운 책, 종이로 된 매체의 필요성이 급감하고 있다. 매일 접하는 신문은 물론이고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까지 전자책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소설도 전자책으로 판매되고 있으니 종이책의 자리는 점점 더 좁아지고 있다. 

종이책과 전자책 사용에 따라 구세대와 신세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되고 있으며 손 안 들어오는 핸드폰이 수백 권의 책을 저장하며 아무 때나 장소를 가리지 않고 손쉽게 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편리한가. 책으로 공부를 한 세대는 습관에 젖어 지금도 종이책에 애착이 있으나 신세대는 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화면에 나오는 글자들이 더 친숙한 처지가 됐다. 

그런데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일본 요미우리 신문에서 발표되었다. 일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종이책이 더 기억에 남는다는 조사 결론을 내놓았다. 일본도 우리와 같이 전자책이 널리 보급되어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있는 것이 잘 알려진 사실이나 종이책으로 읽었을 때 더 기억에 남는다고 응답한 것은 중요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더 기억에 남는다는 응답자가 74%에 달하고 응답자의 75%가 종이책이 전자책보다 읽기 좋다고 대답했다.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읽기 좋다는 응답은 7%에 불과했다. 

우리나라 사람의 반응은 어떨까. 모두 공감하듯이 독서가 인생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것은 확실하며 독서로 사고방식이나 인생관에 영향을 받은 경험이 있다는 것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는 못할 것이다. 기원전 500년에 기록된 공자의 논어나 노자의 도덕경 등은 종이책으로 밖에 전달될 수 없었으나 지금도 수많은 인류에게 공감과 인생살이의 지침으로 읽히고 있다.

이들은 모두 한지에 쓰인 기록이고 이 기록이 없었다면 우리가 어떻게 성현의 생각을 지금까지 전달 받아 삶의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었을까. 이들 글이 전자책으로 지금에 전달된다면 책으로 읽을 때만큼 감동을 줄 수 있을까, 한번 생각 해 볼 만 하다.

종이책이 계속 인기가 떨어지고 있고 신문도 전자정보를 실시간 전달하는 매체에 밀려 그 중요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으나 아직도 종이신문, 종이책이 독자의 부름을 받는 이유는 전자책이 갖지 못하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눈에 친숙한 종이를 배경으로 활자화된 종이책의 여유와 한장, 한장 넘기면서 시간을 버는 여유, 페이지 전체를 한눈에 보는 느낌, 그리고 글자들이 종이와 어울리는 배열과 종이에서 오는 특별한 아늑함, 이런 장점들은 앞으로도 계속 인기를 이어갈 요소가 될 것이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의 생각도 새로운 흐름에 얹혀 가야 하니 어쩔 수는 없었으나 결코 종이책이 수명을 다할 것이라는 생각은 하고 싶지 않다.

동네 자그마한 책방부터 대형서점에 이르기까지 영업을 마감하는 점포가 늘고 있는데 그래도 내가 단골로 다니는 서점에는 손님이 꾸준히 있고 독자들은 여전히 책을 찾는다. 그러한 고객이 있다는 것에 위안을 받는다. 나도 계속해 종이책으로 내 지식의 범위를 넓힐 것이다. 그리고 다 읽고 난 책 끄트머리엔 언제, 이 책을 볼지 모르는 누군가를 위해 책의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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