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 상거래, 작은 서비스가 경쟁력이다.
전자 상거래, 작은 서비스가 경쟁력이다.
  • 최종문 우양재단 이사장, 前 전주대 교수
  • 승인 2022.10.06 09: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손님, 지금 저에게 화를 내시는 겁니까?” 큰 목소리는 아니었다. 뒷사람에게 잘 들리지 않을 만큼 나지막했다. 하지만 듣는 순간 적잖은 불쾌감을 느껴야 했으니 사연인즉슨 이렇다. 지난 8월 초 어느 날 점심에 필자는 미국에서 온 친구와 함께 하필이면 어느 자영 외식 업소 업장에 설치된 스탠드형 무인 주문 기계 앞에서 적잖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때마침 기계 근처에서 서성이는 직원 청년이 있어 필자는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하지만 그는 가타부타 별 반응이 없었다. 순간적으로 머쓱해진 우리 둘이 안쓰러웠던지 바로 뒤 청년이 마치 제 일처럼 도와주어 가까스로 주문을 마쳤다. 그런데 문제의 젊은 직원이 다시 눈에 띄자 상황이 달라졌다. 내 옆의 친구가 한 마디 던졌다. “무인 주문 기기를 어려워하는 손님 부탁에 가부간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으니 식당 종사자로서 너무한 것 아닌가요?” 그 때 돌아온 직원의 대답이 글 첫머리에 쓴 바로 그 문장이다. 

그 직원의 반응에 놀란 필자는 친구가 혹시 문제의 직원을 상대로 노기(怒氣)가 폭발할지도 모른다는 걱정으로 친구의 심기를 관리하는 데 집중했다. 관련 업계 직원에 대한 일종의 동업자 의식이랄까, 동병상련의 자격지심 때문이었다. 호텔과 외식기업 출신으로 학계에서도 상당 기간 일했으니 미래세대의 품성과 직무교육에 일부 소홀했던 결과가 아닌가 하는 자책감일 수도 있다. 어쨌든 상황은 종료됐지만 찜찜한 마음은 여전했고 앙금도 조금 남아 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이랄까 그로부터 2주 후 필자는 어느 커피&디저트 전문 카페에서 경험한 푸근하고 넉넉한 서비스로 큰 위로를 받았다. 마치 목젖에 걸린 생선 가시처럼 꺼림칙했던 2주 전 점심때의 불쾌했던 기억을 지우기에도 충분한 서비스였다.

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한동안 갖지 못한 직원들과의 점심 회식을 가졌는데 불참한 세 명의 직원들에게 요즘 젊은이들 스타일로 음료 두 잔과 디저트용 케이크 상품권을 카카오톡으로 보낼 생각이었지만 그중 한 명은 뒤로 미뤄야 했다. 그가 카톡에 가입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 사무실 인근의 같은 브랜드 카페에 방문해 직원에게 카카오톡 계정이 없는 사람에게 선물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을 문의했더니 바로 답이 나왔다. 

휴대전화로 주문하되 수신인을 필자 자신으로 선택하고 업자가 필자에게 보낸 주문 완료 통지화면을 선물 대상자 전화기의 일반 메시지로 보내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 카페 직원은 그 방법을 알려주면서 자신의 자리를 떠나 필자 바로 옆으로 이동해 필자의 전화기를 함께 보며 주문과 대금 결제, 그리고 상대방의 전화기로 보내는 일까지 꼼꼼하게 도와주었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그 중 최고의 명장면은 마지막에 대금 결제용 비밀번호 입력 시 자리를 잠시 떠났다가 다시 돌아와서 마무리해 주던 순간이었다. 그날의 서비스를 과장해 표현하면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감동’ 서비스의 사례로 손색이 없다.

코로나19 거리두기로 3년 가까운 세월에 종래의 고객과 직원의 직접 대면에 의한 주문/결제 방식은 스탠드형 또는 이동식 전자기기에 고객의 직접입력 방식으로 바뀌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므로 지금은 외식업을 비롯한 자영 서비스 업계 모두가 기기 인지능력과 활용능력이 부족한 노년 세대와 취약계층 고객을 위한 맞춤형 서비스 대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  작은 서비스가 큰 감동을 끌어내는 결정적 경쟁력이 되는 ‘전자 상거래 시대’이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