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판매 가능한 스마트 자판기 3.0 시대 열었다
무인 판매 가능한 스마트 자판기 3.0 시대 열었다
  • 박귀임 기자
  • 승인 2022.04.27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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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구 (주)프레시고 대표
이진구 대표는 자판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내부의 반대도 심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약 1년 6개월간의 개발 끝에 냉장은 물론 냉동식품까지 판매 가능한 이른바 스마트 자판기를 2021년 1월 출시했다.사진=이경섭
이진구 대표는 자판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내부의 반대도 심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약 1년 6개월간의 개발 끝에 냉장은 물론 냉동식품까지 판매 가능한 이른바 스마트 자판기를 2021년 1월 출시했다. 사진=이경섭

외식업계의 푸드테크 도입은 대기업의 전유물로 보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서빙로봇 등 고가의 장비와 넓은 공간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 이제 다르게 생각할 때다. 가격은 낮추고 활용도가 무한대인 사물인터넷 스마트 무인 판매 시스템(이하 스마트 자판기)을 개발한 (주)프레시고 이진구 대표에게 그 답을 얻었다.

가정간편식 판매 고민하다 개발

프레시고는 지난 2014년 가정간편식 전문 브랜드로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전북 익산시 국가식품클러스터 산업단지에 4100㎡ 규모의 스마트 해썹(HACCP) 공장을 준공하며 사세를 확장해 나갔다. 이러한 과정에서 프레시고의 주력 상품이었던 냉동 간편식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유통 채널 확장 방안을 검토하던 중 자판기를 통한 판매 방식이 유력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프레시고가 원하는 자판기를 찾기란 쉽지 않았다.

이진구 대표는 “냉동 간편식 판매가 가능한 자판기를 찾았으나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찾을 수 없었다. 직접 자판기 제조사를 방문해 냉동식품 유통이 가능한 자판기 개발을 의뢰했지만 기술적으로 어렵다는 답을 듣고 포기하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그러던 중 사물인터넷 기술을 이용하면 쇼케이스 형태의 자판기를 통해 냉동식품도 유통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됐고 바로 개발에 돌입했다”고 덧붙였다. 

프레시고는 식품을 전문으로 하는 기업이었기에 자판기를 개발하는 데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내부의 반대도 심했다. 그럼에도 이진구 대표는 포기하지 않았다. 약 1년 6개월간의 개발 끝에 냉장은 물론 냉동식품까지 판매 가능한 이른바 스마트 자판기를 2021년 1월 출시했다. 

자판기 3.0 시대 도래 

자판기는 사람의 손을 빌리지 않고 상품을 자동적으로 파는 장치를 가리킨다. 초반에는 동전이나 지폐를 넣고 원하는 물품을 선택하면 나오는 자판기 구동 방식에 따라 승차권, 음료 등을 판매할 때 주로 쓰였다. 이는 1세대에 해당한다. 버튼을 누르면 떨어지는 구조로 상품이 손상되는 점을 보완, 엘리베이터 혹은 컨베이어벨트 방식을 도입한 것이 1.5세대다. 기계적인 업그레이드가 이뤄진 만큼 현재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2세대는 라면, 피자 등을 만들어 제공하는 멀티 자판기다. 자판기 안에서 라면을 끓이고, 피자를 굽는 등 조리된 상태로 제공 가능해 인기가 많았다. 멀티 자판기를 차에 싣고 다니면서 운영하는 판매자도 있었을 정도. 다만 장비가 크고 가격도 고가인 만큼 운영이 쉽지 않았다.

기술이 점차 발전하면서 자판기도 진화했다. 자판기에 부착된 키오스크에 카드를 꽂고 원하는 상품을 골라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결제가 완료되는 것. 이는 사물인터넷 기술 등을 도입했기에 가능한 결과다.

이진구 대표는 “기존에는 전기를 꽂기만 하면 자판기가 작동했으나 3세대는 인터넷이 필수”라면서 “프레시고 스마트 자판기의 경우 RFID(Radio Frequency IDentification, 무선 주파수를 이용해 물건이나 사람 등과 같은 대상을 식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기술)를 응용한 사물인터넷 시스템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고는 차별화된 기술을 보호받기 위해 2건의 특허 및 디자인 등록을 완료했다. 이진구 대표는 “연구 개발을 계속해 새로운 기술이 구현될 때마다 특허 등록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프레시고의 스마트 무인 판매 시스템(이하 스마트 자판기).사진=이경섭
프레시고의 스마트 무인 판매 시스템(이하 스마트 자판기). 사진=이경섭

무궁무진한 스마트 자판기 활용

기존 자판기는 상품 인출 과정에서 코일, 컨베이어벨트 등 많은 기계 부품이 필요하다. 상품이 적재되는 공간, 즉 냉장 또는 냉동고도 함께 설치돼야 한다. 이에 장비가 크거나 고가일 수밖에 없었다. 이진구 대표는 “여름철 고온 다습한 우리나라의 기후에서 냉동고는 성에로 인한 오작동 및 고장으로 운영에 제약이 따른다. 이런 이유로 기존 자판기 가운데 냉동식품 판매가 가능한 시스템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있다 하더라도 높은 가격으로 시장 경쟁력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사물인터넷 기술을 자판기에 접목하면서 그 활용도는 무궁무진해지고 있다. 냉동 및 냉장은 물론 상온 상품까지 판매 가능하다. 이진구 대표도 “냉동식품을 유통할 수 있는 것이 프레시고 스마트 자판기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서 “쇼케이스 형태로 소비자가 문을 열고 상품을 꺼내는 방식이라 상품 인출에 필요한 기계 장치가 불필요하다. 성에로 인한 고장 원인 역시 원천적으로 제거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네트워크 센서를 통해 데이터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재고 관리도 용이하고 고객이 상품을 구입하는 과정 역시 더 간단한 편이다. 가격도 합리적이다. 프레시고의 단문형 스마트 자판기(510ℓ)의 경우 냉장은 500만원대, 냉동은 600만원대에 구입할 수 있다. 대용량 문의가 많아짐에 따라 양문형 스마트 자판기(1320ℓ)도 추가로 개발 및 출시해 좋은 반응을 얻는 중이다. 이진구 대표는 “첨단 센서 기술을 접목했음에도 하드웨어 가격은 오히려 30% 이상 낮출 수 있게 된 점도 프레시고의 경쟁력”이라고 자신했다. 

100여 개 매장서 사용

높은 인건비와 임대료, 그리고 낮은 매장 회전율 등으로 인해 외식업계의 무인 및 24시간 운영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됐다. 코로나19 사태 후 비대면 판매 방식에 대한 수요가 더해지면서 무인, 24시간은 물론 비대면으로 운영 가능한 판매 시스템의 수요도 폭발적으로 커졌다. 

이러한 추세에 따라 프레시고의 스마트 자판기는 100여개 매장(3월 기준)에서 도입해 이용하고 있다. 무인 카페 브랜드 핑거커피와 부대찌개 전문점 땅스부대찌개가 대표적이다. 핑거커피에서는 스마트 자판기를 통해 다양한 디저트류를 제공, 커피 메뉴 외에 추가적인 수익을 낼 수 있다. 유인 운영이 기본 방침인 땅스부대찌개는 영업 외 시간에 수익 창출이 가능하도록 스마트 자판기를 도입, 매장 외부에 설치함에 따라 도난 위험까지 배제 시킨다. 

이외에 펫푸드 프랜차이즈부터 셰어하우스, 식당, 공유오피스, 기숙사, 아파트 단지 등 다양한 곳에서 프레시고 스마트 자판기를 이용 중이다. 프레시고의 냉동 간편식부터 음료, 속옷 등 상품의 규격에 제한 없이 진열 및 판매하고 있다. 

이진구 대표는 “프레시고 스마트 자판기를 이용하면 비대면 판매는 물론 큰 투자 없이 기존 매장의 운영 시간을 24시간으로 늘릴 수 있다. 업종과 관계없이 요즘 시대에 필요한 시스템이 바로 스마트 자판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마트 공장과의 접목까지

프레시고의 스마트 자판기에서 판매되는 상품은 공장 생산 단계 또는 물류 시스템에서 RFID 태그가 부착돼 입고 및 출고된다. 생산 공정부터 RFID 기술을 반영한 것이다. 프레시고도 스마트 공장을 통해 이를 체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무엇보다 프레시고는 해썹 인증을 받은 스마트 공장이기 때문에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과도 연계돼 있다. 고도화된 첨단 설비를 갖춰 기관원이 현장에 직접 오지 않고 데이터를 통해 점검 등이 가능하다. 자동화 공정을 바탕으로 생산량이 늘어도 노동강도는 낮추고 인력 감축까지 이뤄냈다고. 

이진구 대표는 “우리의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큰 틀에서 볼 때 정부의 주력 추진 사업 가운데 하나인 스마트 공장을 구현하는 밑거름이 된다. 스마트 자판기에 판매될 제품은 대기업뿐만 아니라 품질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난 중소기업 제품이 주를 이루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국내 중소기업 대부분은 자체 브랜드의 인지도가 낮아 대기업 하청 또는 OEM 생산에 주력하는 실태다. 스마트 공장을 위한 투자도 소극적”이라면서도 “스마트 자판기가 출시되고 일정 수 이상으로 공급이 이뤄지면 여기에 상품을 공급하는 중소기업들의 생산 프로세스도 일정 기간을 두고 점차 프레시고 스마트 자판기의 효율 수준에 맞춰 업그레이드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진구 대표는 “생산 및 재고 관리 프로세스 전반에 스마트 자판기 개발에 사용된 RFID 기반 기술을 지원 및 접목함으로써 스마트 공장의 기반을 구축하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진출 목표 

이진구 대표는 지난해 10월 유럽 스타트업의 성지로 자리 잡은 독일 베를린과 쾰른을 방문해 해외진출을 위한 타당성 검토를 마쳤다. 오는 2023년 상반기 독일 법인을 설립하고, 프레시고의 스마트 자판기와 K-푸드를 현지 공유오피스에 공급하는 등 유럽 시장으로 점차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새로운 유형의 스마트 자판기 출시도 계획 중이다. 이진구 대표는 “올해 정육점과 농산물 등 비정형상품 판매가 가능한 새로운 스마트 무인 판매시스템을 개발해 전국 정육점과 로컬푸드 매장, 농산물 직판장 등에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2월 농식품펀드 운영 투자회사를 대상으로 IR을 진행, 현재 프리 시리즈 단계의 투자를 협의 중이며 상반기 중에 1차 투자를 완료할 계획이다. 관련 시장 확대부터 자체 조립공장 준공, 그리고 서울·경기 지역 4곳에 무인 시스템 전용 물류창고를 운영할 뜻도 가지고 있다. 

더불어 식권대장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는 (주)밴디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오피스 상권 공략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오피스 휴게실 혹은 탕비실에 프레시고의 스마트 자판기를 설치하고 조식, 중식, 음료, 밀키트 등을 공급할 예정인 것. 배달의민족, 야놀자 등 플랫폼과 협업 및 기술 연동을 통해 서비스 범위를 넓혀 나갈 계획도 세우고 있다.

식품 사업도 본격적으로 확대해나간다. 지난 2월 충북 청주 엔씨백화점 푸드코트에 프레시고 덮밥 전문점을 오픈해 운영 중이다. 2023년부터 프랜차이즈 브랜드로 전환, 100개 로드숍 오픈을 목표로 한다. 

이처럼 프레시고는 식품기업에서 더 나아가 무인 유통 플랫폼을 꿈꾼다. 이진구 대표는 “2025년까지 서울 및 경기 수도권과 광역시를 중심으로 스마트 자판기 1만여 대를 공급해 도심형 마이크로 무인 리테일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며 “타 스마트 자판기도 프레시고 플랫폼으로 통합해 하나의 앱으로 전국 무인 매장, 스마트 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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