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은 국회의원들
해맑은 국회의원들
  • 김희돈 기자
  • 승인 2022.11.04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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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 마지막 날, 이른 아침부터 국회 본청 앞이 들썩였다. 소상공인 대책을 위해 마련된 기자회견. 역시 여당 소상공인위원회의 최승재 의원이 만든 자리였다. “경제 회복과 민생 안정 및 노동관계 제도를 개선하라!”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피폐해진 소상공인들을 위해 그는 종종 기자회견을 열어 왔다. 그때마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은 최 의원 곁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하곤 했다.

이날도 수십 곳의 단체장이 회견장을 찾았다. 어느새 본청 계단을 가득 채운 그들. 그런데 이들 사이로 낯익은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국회의원들이었다. 뉴스에서 자주 봤던 그 익숙한 얼굴들. 13명의 여당 의원과 1명의 낯선 야당 위원이 기자회견장에 나타났다. 화창한 가을 날씨만큼이나 밝고 유쾌한 얼굴들. 해맑았다.

식순대로 최 의원은 소상공인들의 심각한 상황을 짚어가며 국회가 하루속히 문을 열어 대안을 만들 것을 강조했다. 민생 안정을 책임지는 국회를 만들자며 여야의 협력을 촉구했다. 국회의 중심에서 작게나마, 잠시나마 그들을 위한 외침이 울려 퍼졌으니 자영업자들은 모처럼 고무된 얼굴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표정들. 답답한 형편의 회원들 처지를 국회의원을 붙들고 전해주고 싶었다.

어디든 국회의원들이 모이면 으레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마이크 쥐어 주기.’ 오는 국회의원, 가는 국회의원 일일이 소개하고 박수치고 마이크 건네 인사말 듣고. 최 의원의 메인 순서가 끝난 뒤에는 아예 14명의 국회의원들에게 마이크가 사이좋게 돌아갔다. 그들은 한결 같이 두가지를 말했다. ‘소상공인 여러분들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민생안정을 위해 야당 의원들이 정쟁을 멈추고 국회로 돌아와야 한다.’ 더욱 놀라운 건 이들 중 꽤 많은 이들이 소상공인 가정 출신이라는 고백.

의원들의 발언이 끝나고 의원 여럿이 자리를 떠나고서야 소상공인 관계자들에게도 발언 기회가 왔다. 이들의 발언 속엔 국회의원들을 향한 서운함과 아쉬움이 배어 있었다. 이들은 그들처럼 웃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사정 잘 안다는 당신들, 그동안 뭘 했나?”

해맑게 웃으며 총총 걸음으로 사라진 국회의원들. 굳은 얼굴로 웃지 않는 자영업자들. 화창한 가을, 국회에서 만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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