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렴(低廉), 참 귀에 거슬리는 잘못된 말
저렴(低廉), 참 귀에 거슬리는 잘못된 말
  • 권대영 호서대학 교수,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정회원
  • 승인 2023.02.14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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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低廉)이란 말을 방송에서 들으면 참 귀에 거슬린다. 우리말이 왜 이렇게 중국 한자어에 모욕과 수치를 당해야 하는지 안타깝다. 

요즈음 방송에서 기자들이 잘 못 써서 듣기가 거슬리는 말이 참 많다. 특히 좋은 우리말이 있는 데도 굳이 쓰는 한자어가 귀에 거슬리는 경우가 많다. 말도 안 되는 한자어를 배운 사람을 흉내 내기 위해, 잘난 체하기 위해 쓰는지 몰라도 참 듣기가 거북하다.

우리나라가 중국의 일원이라도 되면 쉽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자존심이 상하고 창피하기까지 하다. 개 하면 될 것을 견(犬)이라 하고, 고양이 하면 될 것을 반려묘(伴侶猫), 뱃머리하면 되는데 선수(船首)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풍토가 돼가는지 기자나 작가가 근무하는 방송에서 특히 심하니 한심할 따름이다. 기껏 배웠다고 하는 것이 우리말을 한자로 말하는 것인지? 참 쉽게 배운 척한다. 

그중 요즈음 제일 잘못 쓰고 귀에 거슬리는 것이 저렴(低廉)이라는 말이다. 방송에 나오는 식당이나 홈쇼핑에서 참 많이 쓴다. 우리말로 ‘값이 싸다’고 하면 될 것을…. 우리말을 쓰면 못 배운 것이고 굳이 어렵고 잘못된 말을 써야 배운 사람인 척할 수 있나? 우리나라는 어렵고 배우기 힘든 말을 써야 어디 가서 행세를 할 수 있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너무나 터무니없고 잘못된 말을 쓰는 것은 매우 불편하다. 좋은 우리말을 두고 잘못된 한자어를 쓰는 것은 오히려 못 배운 사람티를 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한자쓰기 좋아하니 한자어를 한번 따져보자. 저렴(低廉)에서 쓰는 염(廉)은 깨끗하면서도 조촐하기까지 한 품격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그래서 화려하지 않지만 깨끗하고 부끄러움도 아는 마음을 염치(廉恥)라고 한다. 이렇게 좋은 말이기 때문에 염치가 없다는 말은 격이 낮다는 말이다. 그래서 염치를 모르고 격이 낮다고 말하고자 할 때 저렴(低廉)하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렇게 듣기 싫은 말을 가격이 싸다고 할 때 함부로 ‘저렴하다’ 해버리면 오히려 ‘가격에 비해 형편없다’는 의미가 돼버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송에서 이런 말을 함부로 한다. 굳이 ‘값이 싸다’를 한자어로 말하고 싶다면 저가(低價)로 말하든지 착하고 좋은 가격이라 뜻으로 말하려면 염가(廉價)라고 말하면 되는 일이다.

염(廉)이라는 말은 원래 가격을 의미하는 말이 아니라 격(格, class)을 의미하는 말이다. 그런데 격과 전혀 다른 가격(cost)을 말하는 줄로 잘 못 알고 있다. 염(廉)을 굳이 한자로 말하자면 품격(品格)이나 격이 있다는 말이다. 행복할 만큼 맛있는 음식을 먹고 나오면서 그 음식이 저렴하다고 이야기하면 모든 행복한 마음이 사실 다 날아가 버리는 것과 마찬가지다. 뜻도 모르는 한자어를 쓰는 사람보다 우리말의 정확한 의미를 알고 쓰는 사람이 요즈음은 배운 사람이고 교양있는 사람이다. 아직도 많은 사전에서 ‘똥’을 찾으면 ‘음식을 먹고 이를 잘 소화·흡수시키고 나머지가 똥구멍(항문)으로 나오는 배설물’이라고 나와야 하는데 기껏해야 ‘변(便)의 젊잖지 못한 표현’이라고 쓰여있다. 참 한심할 따름이다. 우리말을 쓰면 젊잖지 못하고 한자어를 써야 젊잖다는 것인가? 

배운 사람 행세하려면 남이 하니 따라 하지 말고 제대로 배워라. 하긴 순수한 우리말 닭도리탕도 국적도 과학도 없는 엉뚱한 닭볶음탕이라고 하는 무식한 기자나 작가들을 보고 살아야 하는 세상이니 어리둥절하다. 심지어 음식학자까지도 부화뇌동하고 있으니 말이다. 우리 음식 이름은 재료가 제일 먼저 나오고 이를 어떻게 하는지 조리하는 말이 나오고 나중에 국인지, 탕인지, 찌개인지, 밥인지 카테고리가 나온다. 이 순서대로 음식 이름을 붙이는 것을 알았다면 닭도리탕 이름이 어떻게 나왔는지 우리말을 따져보고 연구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낙 우리말을 하찮게 여기는 분위기이다 보니 일본어라고는 고스톱판에 ‘고도리’밖에 모르는 사람들이 닭도리탕이 일본말이라는 황당무계한 말을 퍼트려도 영양학과 교수 등 지식인까지 받아들여 닭도리탕이 일본말이니까 우리말을 쓰는 차원에서 닭볶음탕이라고 하자 하기까지 한 것이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닭도리탕에는 볶음 과정이 없다. 일본에 없고 우리나라만 있는 닭도리탕의 이름이 무슨 이유로 일본에서 와야 하는가? 무조건 외래어를 쓰면 잘난 체 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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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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