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전통 발효식품, 변화가 필요하다
[오피니언]전통 발효식품, 변화가 필요하다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3.01.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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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세계 여러 나라에서 전통으로 정착한 많은 식품은 오랜 역사의 산물이고 거주인의 지혜와 주어진 자연 여건, 그리고 그 지역에서 생산된 자연산물의 절묘한 합작품이다. 전통식품의 종류가 많은 나라는 모두 긴 역사를 품고 있으며 역사의 산물로 전통식품이 정착하고 변화하면서 오늘에 이르고 있다.

역사 깊은 중국, 인도, 유럽 등 몇 나라에는 오랜 역사의 산물인 전통식품들이 지금도 유통되면서 지역민이나 세계인의 선택을 받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1만 년의 역사에 걸맞게 수많은 종류의 전통식품들이 면면을 이어왔고 변화되는 과정에서 지금의 전통식품들이 출현했다. 

이들 전통식품 중 특히 눈길을 끄는 대상은 발효식품들이다. 일반적으로 발효과정을 거치지 않은 식품은 농축수산물 원료를 이용해 여러 처리를 거치기는 하나 원료가 가진 성분의 기본적인 변화는 없다. 전분 등 탄수화물은 변화 없이 그대로이나 단지 물성이 변했을 것이고 단백질도 구성은 변화 없으나 물성은 달라졌을 것이다. 따라서 사용한 원료의 성분 구성에는 큰 차이가 없이 물리적 특성이 달라지게 된다.

그러나 발효식품은 다르다. 미생물이나 효소에 의해서 사용한 원물 성분이 크게 차이난다. 전분류는 관여하는 미생물에 따라 분해돼 저분자물질인 당류나 중간 분자체의 새로운 물질이 생성되고 단백질은 분해돼 아미노산이나 펩타이 등 수용성 물질로 변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발효 과정을 거치게 되면 원료가 가지고 있지 않던 새로운 성분이 다양하게 생성돼 맛과 향을 다르게 한다. 이런 특성이 발효식품의 특징이다. 

따라서 우리가 매일 접하는 여러 종류의 발효식품은 사용한 원료와는 다르게 성질과 풍미가 독창적인 새로운 산물로 탈바꿈한다. 일반적으로 음식 문화는 해당되는 지역민의 지식과 지혜에 의해서 창조되며 발효식품의 경우 그 밑바탕에는 미생물이 존재한다. 발효식품의 기원은 인류 출현의 역사와 함께하고 있으며 세계 여러 나라의 식문화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여러 발효식품이 한식의 기반이 되고 있으며 사용하는 발효식품에 따라 음식의 풍미가 크게 달라진다. 한식이 다른 나라의 음식과 차별화되는 중요한 역할은 결국 우리 발효식품과 깊은 연관 관계가 있다. 4대 발효식품으로 알려진 장류, 김치, 젓갈, 식초는 모두 단독제품으로 소비되고 있으나 밥을 기반으로 한 한식에서 반찬이나 조미료로서 역할을 하고 있다. 국력 신장과 함께 한식이 세계에 알려지면서 한식의 구성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이들 반찬, 조미식품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김치는 이제 세계인이 애호하는 식품이 되어가고 있으며 고추장은 세계인에게 한식을 대표하는 향신료 식품으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특히 한국의 전통 발효식품은 음식 그 자체로서 호응을 받기도 하지만 음식 섭취에서 오는 생리적 가능성에 더 많은 관심이 부각되고 있다. 김치의 경우 발효에 관여하는 젖산균류가 프로바이오틱으로 작동하는가 하면 고추장과 더불어 비만 억제나 심혈관 질환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과학적으로 알려져 세계인의 관심을 끌고 있다. 한식의 기본인 우리 전통발효식품을 세계적으로 더욱 알리고 소비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미래를 겨냥한 새로운 제품을 개발해 보급해야 한다. 

김치는 배추에 고춧가루 등 향신 조미를 넣어 발효시킨 제품에서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켜 이용 편의성, 사용 대상 식품의 범위를 넓혀야 할 때가 됐다. 즉 발효한 김치를 냉동 건조해 분쇄하면 분말형태로 만들 수 있으며 이런 제품은 비빔밥이나 소스 원료로 쉽게 이용할 수 있다. 건조, 분말 제조 과정을 관리하면 발효에 관여한 유익균을 생존 상태로 제품화 할 수 있으며 프로바이오틱의 장점을 부각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다른 제품으로 페이스트형 제품도 김치 사용 범위를 확대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장류를 이용한 제품류는 사용 범위를 넓히는 노력이 집중돼야 한다. 된장의 제조 기본원리를 활용하되 향, 미, 그리고 조직을 개선해 서양인의 주식인 빵에 버터처럼 발라먹을 수 있는 제품이 개발됐으면 한다. 콩의 처리부터 시작해 발효과정도 재검토돼야 한다. 간장은 이미 한 대기업에서 시도하고 있듯 복합조미료로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우리 전통 발효식품은 그 자체로의 가치에 더해 시대조류와 서양식단에 어울리게 하는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통식품이라 하더라도 옛것의 기본 정신을 따르되 지금의 소비자에게 수용 가능한 방향으로 계속 변화해야 한다. 소비자가 외면하면 그 순간 소멸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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