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경역사와 음식발달의 철학
농경역사와 음식발달의 철학
  • 권대영 호서대 교수
  • 승인 2023.03.03 15: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식발달의 역사를 여기저기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 대부분 어느 사람이 먼저 이야기한 것을 따다가 말하는 것이 배운 사람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음식 역사도 꼭 책에서나 누가 한 말에서 얻은 지식으로 논하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우리 조상도 아닌 중국 사람이 쓴 책을 갖고 우리 음식 역사를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음식의 역사는 우리 민족의 이동과 삶의 역사, 그리고 농경역사에서 봐야 한다. 농경역사와 음식역사가 따로 발전할 수 없고 또 외부에서 들어올 수 없다.

우리 음식의 역사는 우리 조상들의 삶, 특히 여성들의 삶에서 어떻게 자식을 굶기지 않고 살아갔는지 그 역사에서 봐야 한다. 그런데 배운 사람이라고 하는 이들은 우리 음식 역사를 이러한 자연현상과 삶의 역사가 아닌 자기 지식의 영역 안에서 보려고 했고, 이에 우리 어머니들의 삶의 역사는 늘 무시되고 외면당해 왔다.

우리나라 음식을 자꾸 외국에서 들어온 것으로 가정해서 쉽게 이해되지 않으면 무슨 설을 만들어 합리화시키는 것이 음식 연구하는 일인 것처럼 받아들여 왔다. 

우리 음식역사의 진실을 보지 않고는 우리 음식의 세계화나 미래를 제대로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진실을 바로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 음식발달의 보편적인 철학을 이해해야 한다. 세계 음식발달의 과학과 철학은 세 가지 방향이다. 첫째, 농산물 이전에 지리학적으로 자라는 모든 야생풀이나 열매를 어떻게 하면 먹을 수 있느냐였으며 이후 이것들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으면 이를 어떻게 재배할 수 있느냐의 농경학적 문제가 항상 뒤따랐다. 

둘째, 어떻게 하면 음식을 맛있게 먹느냐다. 음식을 맛있게 먹느냐는 우리 몸이 잘 받아들이냐의 문제와 연결돼 있다. 우리 조상들에게는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설탕이나 높은 온도에서 요리할 수 있는 기름도 없었다. 우리 조상들은 설탕과 기름 없이 음식을 맛있게 요리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는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양념과 국물 문화(육수)가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게 음식을 만드는 것 중의 하나인 소금과 고추, 마늘, 파 등이 있어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세계 음식발달 역사의 방향은 어떻게 하면 먹고 남은 음식을 나중에도 먹느냐다. 고대 한반도에는 냉장고는 고사하고 제대로 된 옹기조차 없었다. 음식을 배탈나지 않고 맛있게 먹으려는 노력과 그 결과물로 안해 발달해 왔다. 나중에 먹는 것은 끝없는 노력의 우연한 결과로 해결된 것이 많았다.

고대 조상들은 미생물이라는 존재와 발효라는 개념을 몰랐다. 먹고 남은 음식을 아까워서 며칠 뒤에 먹어보니 배탈이 나지도 않고 오히려 맛있어진 것을 알게 됐다. 채소를 양념으로 무쳐 먹다가 남겼을 때 발효 과정이 있었기에 김치가 탄생했다. 우유를 짜 먹는 문화가 있었기에 치즈나 요거트를 발견한 것과 마찬가지다.

발효는 우연한 발견으로 꾸준히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하늘이 내려준 축복이라고 보면 된다. 마늘, 소금, 파, 고추로 양념을 만들어 먹지 않았다면 결코 탄생할 수 없었던 음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와 가까운 나라인 중국에도 없고 오로지 우리 민족에만 있는 고유한 음식 문화가 된 것이다. 

중국은 기름이 풍부했기 때문에 음식을 맛있게 하기 위해 굳이 양념을 만들어 먹을 필요가 없었다. 그래서 김치와 비슷한 파오차이가 있다. 그런데 소위 학문을 한다는 자들이 근본적인 음식발달의 철학을 이해하지 못하고 파오차이가 어떻게 우리의 김치가 됐는지 가설을 만들어 낸다. 이는 자신들이 가진 확증 편향적인 지식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지극히 비과학적이고 오만한 자세다.

최근 유전공학의 발달에 따라 사람의 수십만 년 전부터 수만 년 전의 인류 게놈분석을 살펴보면 청동기, 철기시대에 이르러 전쟁이 나면 점령당한 지역의 남성들은 도륙이 돼 씨가 말랐고 여성들은 능욕당했다.

또한 남성들은 또 다른 지역으로 전쟁을 떠났기 때문에 언어, 문화, 음식은 오로지 처절한 삶을 살아가는 여성들의 몫이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우리 민족의 음식, 문화, 농경, 언어는 그만큼 섞이지 않고 독립적으로 보전되고 발달해 왔다.

따라서 음식, 문화, 농경, 언어는 혈연적으로 매우 가깝더라도 독립적으로 유지 보존돼왔을 가능성을 인식하고 바로 이해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특별시 송파구 중대로 174
  • 대표전화 : 02-443-4363
  • 청소년보호책임자 : 우대성
  • 법인명 : 한국외식정보(주)
  • 제호 : 식품외식경제
  • 등록번호 : 서울 다 06637
  • 등록일 : 1996-05-07
  • 발행일 : 1996-05-07
  • 발행인 : 박형희
  • 편집인 : 박형희
  • 식품외식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열린보도원칙」 당 매체는 독자와 취재원 등 뉴스이용자의 권리 보장을 위해 반론이나 정정보도, 추후보도를 요청할 수 있는 창구를 열어두고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고충처리인 정태권 02-443-4363 foodnews@foodbank.co.kr
  • Copyright © 2024 식품외식경제.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ood_dine@foodbank.co.kr
인터넷신문위원회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