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인분 시대’… 소식 트렌드에 고물가 영향
‘0.5인분 시대’… 소식 트렌드에 고물가 영향
  • 이동은 기자
  • 승인 2023.03.06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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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식․유통업계 소용량 메뉴․제품 출시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쩜오각’은 짜장면, 짬뽕, 간짜장 등을 0.5인분씩 판매하고 있다. 용량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20일 오후 1시에 방문한 쩜오각은 식재료가 모두 소진돼 메뉴를 주문할 수 없었다.사진=정태권 기자 mana@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쩜오각’은 짜장면, 짬뽕, 간짜장 등을 0.5인분씩 판매하고 있다. 용량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지난달 20일 오후 1시에 방문한 쩜오각은 식재료가 모두 소진돼 메뉴를 주문할 수 없었다.사진=정태권 기자 mana@

 

짜장면·떡볶이 등 0.5인분 판매 식당 화제

고물가 여파에 외식물가가 갈수록 치솟고 있는 가운데 ‘0.5인분’ 메뉴를 판매하는 음식점이 등장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적은 양의 음식을 필요한 만큼만 먹는 소식(小食) 트렌드가 확산하고 있는 데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외식물가에 주머니 사정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기도 시흥에 위치한 중국음식점 ‘쩜오각’은 짜장면 한 그릇을 2900원, 짬뽕, 간짜장, 볶음밥은 각각 3900원에 판매하고 있다. 공기밥 역시 500원이다. 메뉴는 모두 0.5인분으로 용량과 가격이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쩜오각을 운영하는 이원기 사장은 유튜브 채널 크랩을 통해 “쩜오각이 있는 건물 자체가 텅텅 비어있을 만큼 상권이 좋지 않다.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0.5인분 파냄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원래 중식을 좋아하는데 짜장면이나 짬뽕같이 단품만 먹어도 배가 불러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없는 게 항상 아쉬웠다. 고객분들도 그런 니즈가 있을 것 같아서 장사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원기 사장에 따르면 쩜오각의 4인 테이블 평균 식사 비용은 약 1만5000원 정도로 객단가는 3750원이다. 이 사장은 “생각보다 소식하는 분들도 많고 혼자 오셔서 즐기는 분들도 많아 객단가가 높지는 않다”고 말했다. 

현재 쩜오각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상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오후 1시만 돼도 재료가 모두 소진돼 손님을 받지 못할 정도다. 쩜오각에서 근무하는 직원 A씨는 “최근에는 지역 주민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손님들이 찾아오신다. 지난주에는 경기도 평택에서 일부러 찾아오신 손님이 계셨는데 재료 소진으로 음식을 못 드시고 가셔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서울 용산에 위치한 유명 떡볶이 전문점 ‘현선이네’는 2년 전부터 반인분 메뉴를 판매해오고 있다.사진=현선이네 홈페이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유명 떡볶이 전문점 ‘현선이네’는 2년 전부터 반인분 메뉴를 판매해오고 있다.사진=현선이네 홈페이지

서울 용산에 위치한 유명 떡볶이 전문점 ‘현선이네’ 역시 반인분 메뉴가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현선이네는 2년 전부터 반인분 메뉴를 출시, 떡볶이 0.5인분과 수제순대 0.5인분을 각각 3000원에 판매한다. 베이비세트의 경우 떡볶이 0.5인분과 순대 0.5인분, 튀김 5개, 꼬마김밥 2개를 1만3000원의 가격에 판매해 가성비 메뉴로 호평받고 있다. 

현선이네를 방문한 손님 B씨는 “혼자 여러 가지 메뉴를 시키기에는 금액적인 부담도 있고 남겨서 버려지는 음식이 많아 아쉬웠는데 합리적인 가격으로 1/2 용량만 즐길 수 있어 만족한다”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한편 도시락 프랜차이즈 한솥은 소식을 즐기는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해 지난해 12월부터 소비자가 스스로 밥양을 적게 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 주문 시 ‘밥 변경 단계’에서 ‘밥양 적게’를 선택하면 기본 밥양인 230g보다 80g 적은 150g의 밥을 제공한다. 

외식업계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TV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박소현, 산다라박, 주우재 등 적게 먹는 연예인들에게 ‘소식좌(적게 먹는 사람)’라는 명칭을 붙여 부르면서 소식 트렌드 열풍이 불기 시작했다”며 “계속되는 물가 상승과 1인 가구 증가, 환경 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0.5인분 메뉴’를 선보이는 외식업소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식품·유통업계 소용량 제품 출시

소식 트렌드가 떠오르자 식품업계와 유통업계도 잇달아 소용량 상품을 출시하며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출시한 농심켈로그 ‘리얼 그래놀라 컵시리얼’ 2종은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1인 분량으로 소포장했다. 사진=농심 제공
지난달 출시한 농심켈로그 ‘리얼 그래놀라 컵시리얼’ 2종은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1인 분량으로 소포장했다. 사진=농심 제공

농심켈로그는 지난달 ‘리얼 그래놀라 컵시리얼’ 2종을 출시하고 컵시리얼 라인업을 확대했다. 신제품 2종은 켈로그의 대표 프리미엄 그래놀라 브랜드인 리얼 그래놀라를 언제 어디서나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1인 분량으로 소포장했다. 

농심켈로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켈로그의 컵시리얼 판매액은 전년 대비 33% 성장했으며 5년 평균 성장률은 19%를 기록하고 있다. 이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소식 트렌드가 맞물려 소포장·소용량 제품의 수요가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고 농심켈로그 측은 설명했다. 

하이트진로음료는 지난해 10월 무알코올 맥주 맛 음료 ‘하이트제로0.00’의 소용량 버전인 240㎖ 캔 제품을 출시했다. 하이트제로0.00 240㎖ 캔은 한 번에 마시기 부담 없는 소용량에 작은 크기로 휴대하기 편해 캠핑, 등산 등 야외활동에서도 활용도가 높다. 

GS25가 지난해 12월에 출시한 ‘콘치즈닭갈비 쁘띠컵밥’과 ‘참치김치 쁘띠컵밥’.사진=GS리테일 제공
GS25가 지난해 12월에 출시한 ‘콘치즈닭갈비 쁘띠컵밥’과 ‘참치김치 쁘띠컵밥’.사진=GS리테일 제공

GS25는 지난해 12월 소식좌들을 위한 쁘띠컵밥 2종 ‘콘치즈닭갈비 쁘띠컵밥’(2300원)과 ‘참치김치 쁘띠컵밥’(2300원)을 추가 출시하며 소용량 컵밥을 4종으로 확대했다. 2종 모두 중량은 200g 내외이며 기존 도시락 메뉴의 중량 대비 절반 이하로 낮췄다. 가격은 각각 2300원이다.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상품명에 ‘미니’ 또는 ‘쁘띠’가 들어간 상품 개수는 지난 2020년 63종에서 지난해 99종으로 57% 증가했으며 관련 상품의 매출 역시 같은 기간 42% 늘었다. 

이 밖에도 CU는 지난해 9월 소용량 와인 ‘대선주조 반 병 까쇼’를 3000원에 선보여 관심을 모았다. 해당 상품은 시중에서 파는 와인의 절반 용량인 360㎖로 소주병을 포장재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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