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의 영역을 넓히자
김치의 영역을 넓히자
  • 신동화 전북대 명예교수, ㈔한국식품산업진흥포럼 회장
  • 승인 2023.04.14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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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여러 나라 중 역사 깊은 나라는 다양한 발효식품을 개발해 먹고 있으며 이렇게 정착된 전통식품에 대해 큰 자부심을 갖는다. 또한 그 전통식품은 일상 식탁에서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발효식품은 다양한 식재료를 사용할 수 있고 발효에 관여하는 미생물과 그들이 생산하는 유기산, 향균물질에 의해서 저장 기간을 안전하게 연장할 수 있는 특징을 갖는다. 특히 발효 과정 중 만들어지는 새로운 물질은 사용한 원료와는 크게 다른 맛과 향기를 부여한다. 그래서 발효한 식품은 그 자체로서 독창성을 갖고 차별화돼 민족에 따라 고유 식품으로서 면면히 이어지고 있다. 

세계 여러 나라에는 5000여 종이 넘는 실로 다양한 발효식품이 식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발효식품은 식단의 다양성을 부각시키는 것은 물론 먹는 사람의 건강까지 챙겨준다. 발효에 사용되는 원료는 동남아의 경우 원료생산 여건에 따라 채소류나 곡류가 대부분이나 유럽이나 미주지역은 육류나 우유 등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전적으로 그 지역에서 쉽게 생산되는 원료에 따른 차이이다. 

반만년, 아니 환단고기(桓檀古記)에 의하면 1만 년으로 그 뿌리가 거슬러 올라가는 우리 민족은 긴 역사에 걸맞게 다양한 발효식품을 창조하고 식생활에 이용했다. 여기에는 일찍이 일상 생활에 도입됐던 토기 문화와 인근에서 쉽게 얻을 수 있었던 소금이 큰 역할을 했다. 우리 전통식품의 역사적 뿌리는 콩을 원료로 한 장류가 될 것이며 그 식품 기원은 기록된 역사로 삼국시대라고하나 그때 이미 일반에 널리 보급된 것을 감안하면 기원전부터 우리 식생활에 이용됐을 것이라 충분히 추정할 수 있다. 더욱이 남만주와 한반도가 콩의 원산지라는 것이 확인되면서 장류의 뿌리가 우리 민족과 함께 했다는 것은 충분히 근거 있는 주장이다.

아울러 채소류 발효식품은 장류 발효식품과 쌍벽을 이루는 식품으로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에 이르는 과정에서 채소 절임 식품은 지금의 김치와는 상당히 다른 것이라 여겨지나 기본원리는 채소를 소금에 절여 상온에 놓아두면 여러 미생물, 특히 젖산발효균에 의해서 산성화되는 발효가 일어나고 이 발효의 영향으로 맛과 향이 좋아지면서 쉽게 변질 되는 원료 채소류의 저장성이 좋아지는 이점이 있다. 지금과 같은 포기김치에 각종 양념, 특히 김치의 특징인 고추가 추가된 것은 초기 염장채소류와는 차이가 있겠으나 식품은 항상 그 지역에 생활 터전을 잡고 생활하는 거주인 지혜에 의해서 변화하고 달라지는 속성을 갖는다. 따라서 고정된 것이 아니고 계속해서 달라지므로 그 변화되는 양상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지역에 따라 수백 가지에 이르는 김치종류가 있으며 지금도 그 종류를 더해가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근래 김치는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발효식품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국력 신장에 힘입어 김치에 대한 세계인의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발효식품이 면역력 개선에 효과가 있다는 인식으로 건강식품으로서 그 영역을 넓이면서 세계인이 선호하는 식품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런 인식에 힘입어 김치 수출은 꾸준히 증가, 2022년 수출량은 4만1000t, 수출액은 1억4100만 달러에 달하고 있다. 식약처에 따르면 국내 김치 시장규모는 국내 판매액이 2020년 1조3000억 원에서 2021년 1조4000억 원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인구 여건과 식생활 변화로 국내시장 확대는 크게 기대할 처지가 아니다. 따라서 김치산업의 활로는 수출에서 찾아야 한다. 

김치는 밥이 주식인 동양권에서는 반찬으로 그 역할을 해왔고 그 용도에는 확실히 어울린다. 그러나 서양의 경우 주식과 부식의 개념이 뚜렷하지 않아 김치 소비 확대를 위한 접근 방법도 달라져야 한다. 그들의 식단을 면밀히 살펴 김치가 침투할 수 있는 영역을 찾아야 한다. 반찬이 아닌 형태, 즉 소스나 조미의 구성 요소로 김치를 변신시켜야 한다. 포기 형태를 유지하기 보다는 액상 혹은 겔 상태의 제품, 배추와 무를 혼합해 젖산 발효한 기능성 샐러드 등으로 서양인의 식단에 쉽게 스며들 수 있는 형태로 바꿔야 한다. 2022년 김치 수출량은 전년도에 비해 약간 감소했다. 또한 금액으로 보면 다시 무역 역조가 됐다. 이 감소추세를 깊게 분석해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으며 이에 따른 대처방안도 세워야 한다. 김치는 단순 식품으로서의 가치를 넘어 우리 식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역군으로서 더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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