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원의 행복 
만 원의 행복 
  • 김철원 한국방송대 관광학과 교수, 외식테라피연구소장
  • 승인 2023.05.08 13: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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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원짜리 한 장으로 점심 한 끼 해결하기가 불안한 요즘이다. 모든 게 다 올라서 음식값이 올랐다지만 음식이나 서비스 무엇 하나 달라진 게 없다면 소비자로선 억울한 심정이 들기 마련이다. 필자가 업무차 가끔 방문하는 곳이 하나 있다. 그곳은 업무지구로 형성돼 사무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라 점심시간이면 많은 직장인이 인근 식당으로 몰려들기 일쑤다. 

그중에 한 곳은 우리나라 직장인들이 점심 메뉴로 가장 선호한다는 ‘찌개’ 음식을 주요 메뉴로 운영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몰려드는 손님들을 맞이하기 위해 메뉴도 최소화했고 가성비 좋게 세트 메뉴도 제공한다. 거기에 손님이 반찬을 직접 가져다 먹을 수 있는 뷔페 형태로 운영해 종사원 노동생산성에도 효율을 도모했다. 이곳을 처음 찾았을 때 기억이다.

혼자라서 조금 눈치가 보였지만 사장님 내외로 보이는 두 분의 환영 인사와 함께 혼자 오는 손님에게는 그날의 메뉴만 제공한다는 설명을 들으며 자리를 안내받았다. 앉자마자 전골냄비에 담겨온 버섯전골과 공깃밥, 그리고 자그마한 접시에 국자를 내줬다. 나는 속으로 ‘아하, 혼자 온 사람은 셀프서비스 반찬을 요만큼만 담아 먹으라는 소리인가보다’ 하며 그 접시를 들고 반찬 코너로 향했다.

반찬을 담고 있는데 뒤에서 소리가 들렸다. “반찬은 그 아래에 있는 접시를 사용하세요. 지금 드린 건 찌개 덜어 드시라고 드린 앞접시예요.” 하는 소리였다. 혼자서 저 큰 접시에 반찬을 담기에는 낭비가 클 것 같아 손사래를 치며 고집스레 앞접시에 반찬을 담아 왔다. 그랬더니 다시 앞접시를 새로 가져다 놓는다. 식사하면서 메뉴판을 살펴보니 내가 먹는 메뉴는 7500원이다. 셀프서비스 반찬도 허술하지 않게 준비해 주고 전골냄비에서 펄펄 끓고 있는 찌개의 내용물도 충실하다. 거기에다 들고나는 손님들과 흉허물없이 안부도 묻고 주인 내외뿐만 아니라 다른 종업원들도 한결같이 크게 인사를 한다. 평범한 대중음식점에서 쉽사리 찾아볼 수 없는 정성스러운 풍경이다. 

그리고 몇 달이 지난 최근에 다시 그곳을 갈 일이 생겨 이번에도 그 ‘찌개집’을 찾게 됐다. 여전히 밝은 인사와 함께 메뉴는 선택권이 없다는 양해를 구하며 자리를 안내해 준다. 큰 접시를 꺼내어 반찬을 담는데 다소 늦은 시간이라서 반찬이 ‘두부조림’이 달랑 3조각 남아 있었다. 그나마도 여기저기 부서진 모양새이지만 혼자 먹는 양으로는 부족함이 없어 접시에 담았다. 그러는데 주방에 하는 소리가 들린다. “두부 좀 내주세요.” 어느새 내 테이블로 두부조림 한 접시를 가져다준다. “깨진 두부만 있어서 이걸로 드세요.” 전혀 생각지 못한 마음씨에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공교롭게 다음날 그곳을 또 갈 일이 생겨 그 ‘찌개집’을 또 찾았다. 여느 때처럼 반찬을 가지러 가는데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밥을 새로 해서 그 밥으로 가져다 드릴게요.” 한다. 갓 지은 밥으로 주려는 마음이 참으로 고맙다. 이틀 내내 찾은 식당에서 매번 손님을 위하는 마음은 ‘진심’이 아니고는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그 진심이 고마워 인근 편의점에서 건강음료를 한 상자 샀다. 식당으로 돌아가 음료를 건네며 의아해하는 주인 부부에게 칭찬과 고마움을 쏟아냈다. 그 말 한마디에 얼마나 고마워하는지 그 모습을 잊을 수 없다. 손님에게 최선을 다하는 그들에게 손님들은 어떤 보상을 하고 있는지 되돌아봐야 한다. 좋은 서비스를 만나고 싶다면 손님부터 식당 서비스의 가치를 알아주고 보상하는 것이 시작돼야 한다. 그런 선순환을 통해 식당도 어려운 경영환경을 극복하는 힘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7500원짜리 음식을 먹고 1만 원짜리 음료를 건넸지만 산술 계산으로는 절대 구할 수 없는 답은 바로 ‘행복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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