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최저임금보다 적은 급여를 받은 근로자 275만6000명 중 125만5000명(45.5%)이 60세 이상이라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미만 급여 근로자’(2017년~2022년) 통계는 충격적이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초저임금’을 받는 근로자 2명 중 1명이 고령자라는 결론이다.
지난 2021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발표한 회원국 노인 빈곤율 조사에 따르면 프랑스는 4.4%, 일본은 20.0%, 미국 23.1%, 호주 23.7%에 비해 한국은 43.4%로 1위를 기록했다. 한국의 65세 이상 고용률 역시 2021년 34.9%로 OECD 회원국 평균(15.0%)보다 2배 이상으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2위 국가인 아일랜드와 비교해도 10% 이상 차이 나는 압도적 1위로 국제적으로도 수치스러운 일이다.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노인 취업
초저임금(최저임금 미만) 절반이 고령자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퇴직금이나 연금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구조 탓이다. 은퇴 후 고령자들이 노동시장에 머물며 생계를 위해 일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2~3년 전부터 베이비 붐 세대(1955년~1963년생)의 고령인구가 급증하면서 노인 고용률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고령자의 취업 기회는 갈수록 많이 감소할 수밖에 없다. 취업 기회의 감소뿐 아니라 능력이나 의지와는 전혀 관계없이 저임금 일자리로 내몰리는 것이 현실이다. 미래의 산업구조가 디지털과 인공지능(AI) 등 첨단산업으로 급변하면서 고령자들의 일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이고 경기침체가 지속되면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기업은 직원을 감원하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가장 큰 타격을 받는 층은 당연히 고령층이 될 수밖에 없다. 고령자들의 일자리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고령층의 취업이 어려워지면 생계를 위해 창업시장으로 뛰어들 수밖에 없다. 최근 중소벤처기업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60세 이상 창업자 수는 12만9384개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6년의 7만3471개 보다 76.1%가 늘어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령 창업자 절반 월 소득 100만 원 미만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은 연령별 인구가 가장 많은 베이비 붐 세대와 무관치 않다. 퇴직 이후 확실한 노후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없는 고령자들은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등 떠밀려 창업’을 할 수밖에 없다. 떠밀려 창업하는 이들은 대다수 적은 돈으로 창업할 수 있는 업종을 선택할 뿐 아니라 경험이 전무하다. 소자본 투자이다 보니 수입도 적을 수밖에 없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의 자료에 따르면 창업에 뛰어든 고령자들의 월 평균소득이 141만 원 미만이고 고령 창업자 중 54%가 월 수익 100만 원도 안 되며 심지어는 월 평균소득 50만 원이 안 되는 고령 창업자도 34.7%나 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해 주고 있다.
자칫하다 사업이라도 실패하면 그나마 있던 노후 자금을 상실해 빈곤층으로 추락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로 인해 국가 전체가 늙어가고 있다. 더 이상 고령자들을 위한 정책을 미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고령자들이 은퇴 이후에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정책이 시급하다. 일본의 사례처럼 고령자의 정년 연장은 물론이고 취업과 창업을 위한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
나아가서는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비롯한 주택 연금 등 각종 연금제도의 활성화, 의료비 부담 완화 등 고령자들의 복지를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