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의 한심한 현실 인식
식품업계의 한심한 현실 인식
  • 김병조
  • 승인 2007.01.2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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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얼마 전 식품업계로부터 모처럼 신선한 소식이 들려온 적이 있었다. 식품관련 협회와 학회 등 단체들이 ‘(가칭)식품단체총연합회’를 결성한다는 내용이었다. 추진 배경은 식약청 폐지와 ‘식품안전처’ 신설을 놓고 ‘약’쪽을 대변하는 약사회 등과의 힘겨루기에서 열세에 있다고 판단한 일부 대학교수들이 식품업계도 힘을 합해보자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평소 ‘오합지졸’ ‘지리멸렬’이라는 극단적인 표현까지 써가며 결속력 없는 식품업계를 질타해온 필자로서는 늦은 감이 있지만 반갑기도 하고, 또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궁금하기도 해서 총연합회 결성을 주도하고 있는 한 사람을 며칠 전 만났는데 매우 실망스러운 소리를 듣게 됐다. 총연합회 결성이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어느 협회의 반대로 무산됐다는 것이었다.

‘약’쪽을 대변하는 약사회 등은 식약청이 폐지되고 식품안전처가 신설되면 ‘약’쪽의 위상이 낮아진다고 인식, ‘식약청 폐지, 식품안전처 신설’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없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해 방어선을 구축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너무나 대조적이다. 정부조직법개정안이 관련 상임위원회인 행정자치위원회에서 심의 중일 때 약사회는 주요 일간지에 대대적으로 광고까지 내면서 ‘식약청 폐지, 식품안전처 신설’을 반대했다. 그리고 어느 국회의원은 이를 대변하듯 토론회를 주최하는 등 온갖 노력을 다하며 조직적으로 대응했다.

그럴 때 뜻있는 몇몇 학자들은 필자에게 “이를 어떻게 하면 좋으냐”며 안타까움을 표시하곤 했다. 약사회 광고에 대응해 맞불 광고를 내고자 해도 광고비가 없어 광고를 내지 못할 처지라는 것이었다. 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국회의원들을 일일이 찾아가 식품안전처 신설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것 밖에 없는데, 이 또한 역부족이었다고 한다. “저쪽(약쪽)에서는 이미 수십 번 다녀갔는데 이제 오십니까?”라는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다. 전국의 유명 약학대학장들까지 동원해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다는 뜻이다.

총연합회 결성 추진 배경이 지난 연말 정부조직법개정안의 국회통과가 약사회와 약사회 출신 국회의원 등의 반대로 무산됐기 때문에 2월 임시국회에서의 재논의를 앞두고 식품업계도 힘을 합해보자는 취지였다면 이를 반대한 협회는 ‘식약청 폐지, 식품안전처 신설’을 반대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협회로서 허접한(?) 다른 단체들과 같이 어울릴 수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선민의식이 작용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필자는 후자의 경우가 아니길 바라고, 또 당연히 아닐 것으로 믿는다. 그렇다면 ‘식약청 폐지, 식품안전처 신설’을 반대하거나 아니면 소속 기관인 보건복지부(식약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어느 경우든 식품업계를 대표하는 이 협회의 이같은 태도는 현실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한심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식품안전처가 생기면 식품업체에 대한 규제가 더 강화 될 것이니 그냥 이대로 가는 것이 좋지 않겠나’라는 의미에서 식품안전처 신설을 은근히 반대한다면 이는 정말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꼴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식품안전처가 설립이 되건 안 되건 식품위생안전과 관련된 규제는 강화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안전관리가 강화되는 만큼 식품산업 육성정책도 같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는 식품안전처 신설을 계기로 식품관련 정책을 ‘안전관리’와 ‘산업육성’으로 이원화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지금 농림부에서는 식품산업육성법(안) 제정을 추진하는 등 여러 가지의 식품산업육성 정책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식품안전처가 설립되지 않은 가운데 그것이 가능할까. 농림부는 식품안전처 설립과 상관없이 의지를 갖고 식품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식품산업을 둘러싼 부처간의 이기주의를 지켜봐온 필자로서는 이를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식약청 폐지, 식품안전처 신설’을 반대해온 어느 국회의원은 2월 임시국회에서의 재논의를 염두에 두고 식품안전처 신설을 둘러싼 ‘싸움’에서는 이미 이겼다고 판단한 듯 2월 중에 ‘식약청 기능강화 방안’이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식품관련 업체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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