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증제 영향력·파급효과 고려해 준비해야
인증제 영향력·파급효과 고려해 준비해야
  • 관리자
  • 승인 2007.01.25 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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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인증제 도입방안 연구’ 공청회
지난해 학교급식에서 대형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면서 학교급식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대두됐다. 특히 이 식중독의 원인이 불량 식재료로 밝혀지면서 식재료 위생관리가 식중독 예방의 관건으로 등장하게 됐다.

그동안 식재료 납품업은 자유업으로 사실상 관리가 거의 되지 않고 방치돼 왔다. 작년 한해 동안 이에 대해 업계와 정부, 시민단체 등 각계에서 문제 제기가 이어졌고 그 결과 보건복지부는 식재료 전문공급업종 신설을 내용으로 하는 식품위생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더 구체적이고 강력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하나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학교급식 전문식재료 납품업체 인증제다. 위생관리를 잘 하고 있는 업체를 선정해 학교에서 이들을 대상으로 납품업체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인증업체, 현장실사 통해 선발”

서울시교육청 산하 서울특별시학교보건진흥원은 24일 중앙대학교 국제회의실에서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인증제 도입방안 연구’ 공청회를 열었다.
이번 연구를 수행한 류경 동남보건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납품업체 인증제 모형 개발 및 업체 선정절차 개선 방안’에 대한 발표를 통해 인증제를 소개했다.

류 교수는 현행 시설·설비 기준의 문제점과 납품업체 위생관리 실태 평가를 통해 인증제에 대한 평가도구 개발, 평가인력 시스템, 평가운영 시스템, 인증업체의 관리 등의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류 교수에 따르면 현행 학교급식 실시지침을 분석한 결과, 작업장 구조 기준이 현장확인표의 평가내용에서 누락됐고, 작업장 면적, 냉장 냉동고 면적, 차량 최소 기준만 제시하고 거래 학교 및 급식 인원수 대비 내용평가 기준이 누락되는 등 시설·설비 기준에 문제점이 있었다. 한 업체가 식재료 처리량에 비해 너무 많은 양을 납품하는 것에 대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납품업체 23개소에 대해 지난해 11월 20일~30일까지 예비조사, 12월 18일~22일까지 본조사 등 현장평가를 진행한 결과, 농산물, 축산물, 수산물, 공산품, 떡류, 곡류 등 6개 품목 중 수산물이 95.9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떡류 49.6점, 공산품 66.4점 등이 비교적 낮은 점수를 받았다.

연구팀은 이같은 과정을 통해 최종 평가도구를 구성했다. 일반운영사항은 작업장 규모, 인력 규모, 납품현황, 매출 현황, 행정처분 등이고, 서류평가에서는 영업신고(허가)증, 품목제조보고서, 원료수불대장, 생산·작업일지, 생산실적보고 관련서류, 행정처분 관련서류, 공장평면도, 시설배치도, 위생교육실시 확인서, 건강검진서류, 용수(지하수 경우) 검사서류, 운반차량 등록증, 생산제품의 자가품질검사서류, 그 외 위생관리서류 등에 대해 평가한다. 또한 위생관리 평가는 영업장 관리, 제조·전처리 시설·설비관리, 원자재의 보관, 운송 및 반품관리, 용수관리, 개인위생, 검사관리 등이다.

인증제의 운영은 서울특별시학교보건진흥원이 하고 이를 위해 진흥원에 인증평가팀을 신설하고 인증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인증 업무 관리를 담당하도록 했다.

평가요원은 식품 관련 전공자의 경우 관련업계 업무경력 7년 이상이나 교육경력 7년 이상, 이 둘을 합산해 7년 이상인 사람, 비전공자는 업무·교육경력 10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

평가요원은 인증제 시행 취지 및 추진계획, 식품위생 관련지식 및 법령, 현장평가, 의사소통 기술, 평가요원 윤리강령 등 18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이후 선발 필기시험을 통해 80% 이상 득점자를 선발하고, 현장 실사로 3회 이상 심사활동에 참여해 평가요원 경력자가 채점한 점수와 3회 모두 90% 이상의 일치도를 보이는 사람을 최종 선발하도록 했다.

인증 평가 절차는 크게 서류평가와 현장평가로 나눠져 있다. 이 결과 점수에 따라 90점 이상은 A등급, 80~89점은 B등급, 70~79점은 C등급, 70점 미만은 D등급이 되며, A, B, C등급은 합격, D등급은 불합격 처리된다.

이렇게 신규인증을 받은 업체는 인증제 시행 취지와 현장평가 절차, 현장평가 방법을 내용으로 4시간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

납품업체 선정 절차도 개선시켰다. 연구팀은 현재 운영되고 있는 공개 경쟁입찰과 수의계약의 단점을 보완한 제한경쟁입찰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인증을 받은 업체들을 대상으로 경쟁입찰을 하면 일정 수준의 위생과 품질을 확보할 수 있으면서도 가격도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 입장에서 보면 입찰에 들어오는 모든 업체를 검증·선정해야 하는 복잡한 절차를 많이 간소화할 수 있고, 전문성 있는 기관에서 위생 수준을 담보해 주기 때문에 여러 가지 장점이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인증제 도입을 위해선 진흥원 내 조직과 인력, 예산이 확보돼야 하며, 평가의 전문성,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사후 관리 방안 마련해야”

인증제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각계의 전문가들은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보완 방안을 제시했다.

모든 토론자들은 인증제 도입이라는 큰 틀에는 동의하면서도 세부적인 시행 방안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사후 관리에 대한 방안 마련과 농수축산물 생산이력제 도입, 인증제를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등급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김미희 서울대명초등학교 행정실장은 “학교에서 납품업체 선정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인증제 도입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하지만 평가 방법을 신중히 정해야 하고 인증 후 사후 관리에 대한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언급했다.

황명희 서울중목초등학교 영양사는 “평가요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하며 자격 조건을 강화해야 하고, 인증업체만 입찰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비인증업체도 참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남선 서울가원초등학교 교장은 “학교에서는 A등급 업체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한데 B, C등급을 받은 업체는 많은 투자를 하고도 손해를 보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권순주 서울성동교육청 학교보건담당 역시 등급을 나누는 것을 업체가 신뢰할 수 없고 큰 의미를 찾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이빈파 학교급식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생산자에서 식재료업체까지 여러 유통단계가 있는데 이를 모두 관리하지 않고 식재료업체만 인증하는 것으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며 생산이력관리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강영재 한국급식·외식위생학회 회장도 식재료업체로 납품되는 원료 관리의 중요성과 함께 A등급은 2년, B·C등급은 1년으로 돼 있는 재평가 주기를 줄이거나 지속적인 사후 관리로 이를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김춘년 식품의약품안전청 식품관리팀 사무관은 “인증대상과 인증대상의 범위, HACCP와의 연계 방안, 인증마크 도입, 인증업체에 대한 인센티브 등 고려할 사항이 많다”며 이에 대한 연구·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인증제가 납품업체 입장에서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의 목소리도 있었다.

김재권 한국식자재위생관리협회 회장은 “그동안 자유업으로 방치되면서 아무런 기준이 없었던 것이 문제였다”며 “인증제가 식재료업체들에게 원칙이나 기준을 제시하기 때문에 교육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인증제로 인해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공청회에 참석한 한 납품업체 관계자는 “인증제 도입으로 소규모 영세업체들이 시장에서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

종합토론의 좌장을 맡은 박기환 중앙대 식품공학과 교수는 “인증제 도입으로 식재료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제도가 식재료 위생관리 향상에 기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며 “이를 시작으로 식재료 관리에 대한 다양한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유통 여건을 고려한 지역할당제와 학교급식만을 전문으로 하는 학교급식 식재료 전문납품업체 육성 등도 식재료 위생관리 방안으로 제시됐다.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인증제는 이번 공청회에서 나온 여러 지적 사항에 대한 보완을 거친 후 빠르면 올해 안에 시행될 전망이다.

공청회에 참석한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서울시교육청에서 우선 인증제를 도입하고 전국으로 확산시킨 후 반응에 따라 학교급식을 포함한 전 식재료업으로 확대 적용되길 기대한다”며 “그 때가 되면 제도 시행 주체를 식약청 등 유관기관으로 이관할 수 있다”고 정책방향을 설명했다.

학교급식 식재료 납품업체 인증제는 분명히 필요한 제도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인증제의 영향력과 파급효과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준비하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아무리 좋은 제도도 급하게 졸속으로 도입하면 득보다는 실이 크다는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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