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트랜스’ 혼란 차단해야
‘노 트랜스’ 혼란 차단해야
  • 관리자
  • 승인 2007.02.15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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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창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지난 14일 (사)한국식품공업협회 초청 조찬간담회에서 “업계에서 ‘트랜스 제로’ 선언을 자제해달라"는 말을 했다. 이유는 식약청에서 아직 ‘트랜스 제로’ 기준을 정하지도 않았는데 업체들이 앞서서 ‘트랜스 제로’를 선언하는 것은 자칫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였다고 한다.

식약청장의 이같은 업체를 향한 당부는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지만 뒷북을 친다는 느낌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또다른 혼란을 야기할 수도 있는 소지가 있어 우려스럽다. 특히 이미 ‘트랜스 제로’를 선언했던 업체의 제품이 정부가 앞으로 정할 기준에 따를 경우 ‘트랜스 제로’가 아닌 것으로 판명될 때는 소비자들의 행정과 업계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할 것으로 보여 이에 대한 적절한 사전 예방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4년 식약청에 ‘트랜스지방 저감화 T/F’를 만들어 행정기관과 업계가 공동으로 트랜스 저감화를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때는 업체들이 난색을 표시했다. 이유는 트랜스 지방을 낮추기 위해 기름을 바꿀 경우 식품의 맛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 캐나다 등 서구에 비해 우리의 트랜스지방 섭취량은 미미한 수준인 것으로 지적되고 있었다는 점도 업계로서는 맛을 포기하며 저감화 정책에 따를 수 없다는 이유였다.

업체들의 이런 난색을 무시하고 식약청은 오는 12월 1일부터 식품영양성분표시제도를 개선할 때 트랜스지방 함량을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하겠다고 지난해 9월에 관련 표시 기준을 고시했고 지금 그 구체적인 기준을 만들고 있는 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트랜스 제로’라고 표시할 수 있는 기준이 정해지지도 않은 가운데 업체들은 미국의 기준을 원용해 앞 다퉈 ‘트랜스 제로’를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다. ‘트랜스 제로’를 선언하지 않는 업체는 마치 ‘왕따’를 당하는 분위기다.

이를 지켜보는 식약청의 시선은 곱지가 않다. 난색을 표하며 식약청의 정책에 반기를 들던 업체들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있는 것이 불만인 것처럼 보인다. 마치 트랜스지방과 관련해 소비자들로부터 점수 따기 경쟁을 하고 있는 느낌이다.

식약청은 지방과 당, 나트륨 등 어린이 먹거리 안전에 위협적인 요소를 제거하기 위한 정책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하지만 당이나 나트륨에 비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덜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고 특히 지방의 경우 트랜스지방보다는 포화지방 문제가 더 심각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트랜스지방 저감화 정책은 식약청이 효과보다는 성과에 욕심을 낸 전시행정이라는 지적도 없지 않다. 서둘러 놓고 행정을 추월하는 업체들의 자발적인 조치에 불쾌해하고 있는 꼴이다.

업체들의 태도도 문제다. 다른 업체들이 ‘트랜스 제로’를 선언하고 나서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는 측면도 이해는 하지만 만의 하나 벌어질 상황을 고려한다면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할 사안임에도 지나치게 성급하게 대응하는 것이 왠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이미 모 패스트푸드 업체가 ‘트랜스 제로’를 선언했다가 조사결과 ‘제로’ 기준을 훨씬 초과하는 트랜스지방이 검출돼 물의를 일으킨 사례까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약청으로서는 이 시점에서 무조건 업체들에게 ‘트랜스 제로’ 선언을 자제하라고만 할 것이 아니라 12월 1일부터 시행할 식품영양성분표시제의 기준을 서둘러 마련하거나 아니면 잠정적으로라도 임시 권장기준을 설정해서 업체들의 무분별한 홍보성 ‘트랜스 제로’ 선언으로 인한 더 이상의 혼란을 막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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