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은 경제마인드를 키워라
식약청은 경제마인드를 키워라
  • 김병조
  • 승인 2005.11.19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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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식품-외식 관련 전문지의 데스크로서 가끔 업계 입장에서 보면 ‘도대체 식약청이 어떤 존재인가’라는 생각을 해본다. 일반적 관점에서 보면, 즉 정부조직법상 행정기관으로서의 식약청은 보건복지부 산하의 외청으로서 법령개정이나 정책결정권이 없는 집행기관에 불과하다. 그러나 독립된 식품관련 주무부처가 없는 현 상황에서의 식약청은 업계 입장에서 보면 ‘하늘’과 같은 존재다. 업체들은 식약청을 준 사법당국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업체들에게 비친 식약청의 그런 이미지가 바람직한 것일까. 결론적으로 말하면 필자는 잘못됐다고 본다. 식약청이 국민건강권을 보호하는 파수꾼 역할을 한다는 의미에서는 업체들에게 다소 어려운 상대로 인식될 필요는 있다. 그러나 그런 인식이 어떤 배경에서 생기느냐가 중요하다. ‘무소불위의 권능을 행사하기 때문에’ 또는 ‘잘 못 걸렸다간 사업이 망할 수도 있기 때문에’라는 배경 때문에 업체들이 식약청을 ‘하늘’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식약청이 업체들로부터 진정한 권위를 인정받으려면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야 할까. 해답은 식약청이 업계에 무서운 존재로만 인식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업체에게 도움도 줄줄 아닌 기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청이 업체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마인드를 갖는 것이라고 본다. 식약청 공무원들의 일거수일투족이 식품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해 생각을 하는 것이 바로 경제적 마인드를 갖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산업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고려 없이 저지른 식약청의 미숙행정이 업계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쳤는지를 잘 알고 있다. 굳이 설명하지 않더라도 지난해의 만두파동이나 최근의 김치파동 등 가까운 실례에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지 않은가.

만약에 식약청이 산업적 파장을 고려하는 경제적 마인드 보다 소비자보호가 우선이라는 생각만을 주장한다면 이는 정말 잘못된 시각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식약청도 엄연한 중앙행정기관이다. 중앙행정기관이라면 적어도 균형 감각이 있는 종합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 만두파동이나 김치파동에 연루된 업체들에 대한 행정처분은 고작 시정명령이다. 식약청이 스스로 밝혔듯이 두 경우 모두 국민건강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 사안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섣부른 발표, 특히 해당 업체와 제품을 실명으로 발표한 행정편의주의의 결과는 실로 엄청나다.
식약청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대’를 위해 ‘소’를 희생시키는 것은 불가피하지 않느냐고 반론을 제기할지 모르겠지만, 이는 당해 회사나 제품에 심대한 타격을 주는 차원을 넘어 경제 전반에 왜곡현상을 초래한다는 중대한 사실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왜 경제 전반에 일파만파로 왜곡현상을 초래하는지를 김치파동의 경우를 두고 따져 보자.

우선 국내적으로는 소비자들의 시중김치에 대한 불신을 조장해 김치업체들에게 심각한 타격을 주었고, 김장을 직접 담가 먹는 풍조로 배추 값이 포기당 4천원선으로 폭등을 했다가 지금은 다시 껌값도 안되는 400원선으로 폭락하는 등 시장질서를 왜곡시켰고, 일반가정에서는 필요할 때 그냥 조금씩 시중김치를 사다먹으면 없어도 될 김치냉장고까지 거금을 들여 사도록 만들었으니 서민가계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이런 일시적인 기현상이 시간이 지나면 제자리로 돌아가겠지만 시장이 왜곡되는 그 과정에서는 반드시 선의의 피해자가 생기게 마련이다. 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김치에 대한 혐오감 때문에 받은 정신적 피해도 무시하지 못할 파장이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식약청이 경제적 마인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식약청은 지금이라도 ‘국민을 위해 업체 위에 군림하는 존재’라는 인식을 빨리 버려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진정 국민을 위한 행정이 무엇인지를 깊이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인체에 전혀 해롭지 않다면서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발표해 국민에게 혐오감을 심어줘서 정신적 피해를 주고, 20년 전통의 원조격인 김치업체를 파산지경으로 몰아넣는 것이 진정 국민을 위한 행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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