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경우 식품안전관리를 위한 행정만 존재할 뿐 식품산업진흥을 위한 행정은 미미하다. 최근 농림부가 식품산업 육성을 위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그것도 가칭 식품산업육성법 등 법적 근거가 마련되지 않은 상태라서 불안한 수준이다. 학계의 기여도도 매우 낮다. 현재 대학의 식품과 관련된 학과는 식품영양학이나 식품공학 또는 식품과학이 대부분이다. 식품의 영양학적 연구와 과학적 연구에 국한돼 있다. 지극히 미시적인 접근에 불과하다.
근래 들어 식품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나 공감대가 서서히 형성되고 있지만 현재와 같은 수준의 정부 및 학계의 역할만으로는 실질적인 산업육성을 기대하기 힘들다. 이유는 기초가 부실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산업발전을 위한 기본적인 인프라가 부족하다. 바꿔 말하면 정부와 학계의 역할 및 기능 강화가 식품산업 발전의 전제조건이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정부와 학계의 역할 및 기능을 강화하는 것일까. 우선 정부의 경우 식품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마련과 이에 따른 조직과 인력을 갖추는 것이 급선무다. 농림부가 최근 식품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강력한 의지를 비치고 있지만 의지만으로는 안 된다. 의지가 정책에 반영이 되고, 정책이 현실화 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이 모두는 법적 근거가 뒷받침이 될 때만이 연속성이 유지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사상누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농림부가 추진하고 있는 가칭 식품산업진흥법의 제정이 올해 중에는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와 더불어 농림부의 식품관련 행정조직 및 인력의 개편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런 가운데 정부가 해야 할 역할 중에 또 하나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식품의 안전관리와 산업육성 정책의 균형을 맞추는 일이다. 안전관리에 관한 정책은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는데 산업육성 정책은 걸음마 단계에 머물고 있어 정책의 불균형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산업육성 정책을 개발해내더라도 안전관리 차원의 규제가 지나치게 심해지면 업계로서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을 발전시키려면 정부 못지않게 학계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학계가 해야 할 일은 식품산업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연구다. 식품산업이 왜 중요한가, 식품산업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가 등을 체계적으로 연구해야 한다. 그런데 국내 학자들 중에 이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학에 소위 식품경제학과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의 산업경제과 또는 농업경제과 등에 소속된 학자들이 부분적인 연구를 수행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정부가 식품산업 육성정책을 개발하고 민간이 사업방향을 잡도록 하는 팅크탱크 내지는 길라잡이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학계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아쉽다.
식품업계도 자성이 필요하다. 업계 스스로는 정부의 도움 없이 풀뿌리처럼 자생적으로 그나마 지금의 시장규모를 형성해온 것에 자긍심을 느끼고 있겠지만 과연 업계가 산업발전을 위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 냉철하게 자문해봐야 할 것이다. 앞서 학계가 식품산업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학계가 하지 않는다면 업계 스스로가 이를 수행하면 안 될까.
식품업계는 다른 산업 분야에서는 흔하디흔한 경제연구소 하나 없는 실정이다. 연구소 또는 연구원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기관들이 있지만 이는 대부분 위생검사 기관이거나 제품 개발과 관련된 기능만 수행할 뿐 식품산업의 경제적 측면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곳은 한 곳도 없다. 40여년의 역사를 갖고 연간 예산이 40억원이 넘는 식품업계 대표적인 단체인 (사)한국식품공업협회 산하에 민간 차원의 식품경제연구소 등의 설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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