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업계 시장판도 감상법
식품외식업계 시장판도 감상법
  • 김병조
  • 승인 2007.03.08 0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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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김병조 편집위원
IMF 이후 국내 산업계에 나타난 두드러진 변화가 사업영역 파괴와 구조조정이다. 사업영역 파괴는 금융권에서, 구조조정은 수출 주도형 제조업체를 중심으로 더욱 두드러졌다. 금융권의 사업영역 파괴는 은행에서 보험상품을 취급하는 ‘방카슈랑스’라는 신조어가 대변하듯이 이제는 은행과 보험, 증권회사의 사업영역이 대부분 파괴되었다. 다른 한편에서는 제조업체들이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해 지금은 상당한 체질개선을 이루어냈다. IMF가 우리경제에 가져다 준 긍정적인 효과라고 볼 수 있다.

IMF를 맞은 지 10년이 지난 지금 국내 식품외식업계는 IMF 직후 금융권에 몰아쳤던 것과 같은 사업영역 파괴 바람을 맞고 있다. 그리고 이어서 대대적인 구조조정 바람이 예견되고 있다.

국내 식품외식업계의 사업영역 파괴는 급속도로, 그리고 매우 광범위하게 일어나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업계의 사업영역 파괴는 크게 두 가지 부류의 성격으로 분석되고 있다. 우선 하나는 본래 영위하던 고유의 사업과 관련이 있는 쪽으로 영역을 넓혀나가는 경우고, 다른 하나는 전혀 성격이 다른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 해나가는 경우다. 전자는 우유 회사가 음료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로 설명할 수 있고, 후자는 단체급식 회사가 음료시장에 진출하는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고유사업과 관련성이 높은 분야로 사업을 확장시켜나가는 것은 흔히 있는 일이다. 회사를 키워나가는 방법이기도 하고 기존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 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사업영역 파괴가 바로 그런 것이었다. 그런데 최근 식품외식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업영역 파괴는 그런 의미보다는 고유의 사업내용과 전혀 무관한 분야에 신규로 진출하는 경향이 매우 짙다. 특히 식품제조가공업체가 외식분야로 사업영역을 확대해나가는 경우가 급증하고 있다. 심지어 식품제조업체 뿐만 아니라 일반 제조업체들까지도 외식업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식품외식업계 종사자라면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이런 현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또 이로 인해 앞으로 예상되는 파장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선 식품외식업계에 영역파괴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다른 산업에 비하면 오히려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영역파괴의 가장 큰 이유는 성장률 둔화다. 고유 사업영역이 포화상태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더 이상 따 먹을 과실이 없으면 남의 밭을 기웃거리기 마련이다. 남의 떡이 커 보이는 심리적 현상도 작용한다. 식품제조가공업의 연평균 성장률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제조가공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외식업에 눈독을 들이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식품외식업계의 영역파괴는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동시에 갖고 있다. 기존 업체들이 나름대로 ‘텃밭’이라고 생각하며 소극적이고 안일하게 대처해오던 관행에 자극을 줌으로써 선의의 경쟁을 유발, 자연스럽게 산업전반의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경쟁이 있어야 발전이 있다는 측면에서는 영역파괴가 바람직하다.

반면에 식품외식산업은 다른 산업에 비해 특별히 진입장벽이 낮다는 면에서 급속한 영역파괴의 바람이 시장 질서를 왜곡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는 매우 부정적이다. 특별한 노하우나 경험도 없이 자본력만을 앞세워 외식시장에 뛰어들었다가 마음대로 되지 않을 경우 ‘아니면 말고’라는 식으로 사업을 철수하고 나면 그 후유증은 고스란히 기존 업체들이 떠안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어찌됐던 현재 시점에서 보면 식품외식업계의 영역파괴는 최대의 이슈다. 영역파괴가 몰고 올 파장은 시장이 자본력에 의해 좌지우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경험과 노하우 없이 새로운 영역에 뛰어드는 업체들은 자본력으로 덤빌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업계에 M&A돌풍이 지속적으로 예견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영역파괴는 또 무한경쟁을 유발하게 되고, 경쟁이 심화되면 개별 업체는 차원은 물론 업계 전반에 구조조정 바람이 불어 닥치게 돼있다.

바야흐로 식품외식업계도 적자생존의 냉엄한 법칙을 실감하게 될 날이 오고 있는 것이다. 업체들은 피가 말리는 ‘전쟁’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은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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