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식품 분야도 안전지대 아니다
한미FTA, 식품 분야도 안전지대 아니다
  • 관리자
  • 승인 2007.03.29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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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식품산업의 영향과 대응책
세계 최대의 시장을 선점하고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하는 측과 제2의 IMF 사태가 우려되고 대미 경제의존도가 높아져 결국 우리 경제가 파탄이 날 것이라는 측의 찬반양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한미 FTA. 하지만 식품분야는 FTA의 논쟁에서 한발 떨어져 관망하는 듯한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다른 산업에 비해 FTA로 인한 영향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FTA가 단지 농업, 자동차, 섬유 등 민감한 산업분야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사회, 문화 등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만큼 식품분야도 FTA에 대한 전망과 함께 적절한 대비를 해야 한다.

이에 본지는 식품업계 전문가들의 의견과 지난 28일 열린 ‘농·수산 식품 안전성 확보 및 품질경쟁력 제고’란 주제로 열린 한미FTA 대응 방향 수립을 위한 산업별·분야별 심포지엄의 내용을 중심으로 FTA가 식품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해 정리했다.


제과·전분당·간장·설탕·대두유 피해 우려

미국은 우리나라 식품수입의 약 25%이상을 차지하고 수출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는 최대의 교역국인 만큼 신중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식품분야는 전반적으로 현행 관세수준이 신선 농산물에 비해 낮은 편이기 때문에 FTA로 인한 관세철폐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식품업계는 한미FTA 협상에 대해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하지 않았다. 다만 설탕, 대두유 등 식품업계에서 특별히 민감하다고 강조해 온 일부 품목에 대해서만 특별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 왔다.

식품분야가 FTA에 의해 영향이 적을 것이란 예측에는 국내 식품산업의 수준이 선진국에 못지않게 발전했다는 점과 식품은 신선도가 중요하기 때문에 장거리 운송이 어렵다는 유통상의 특성이 반영된 것이다. 또한 미국산의 수입량이 증가하더라도 국내 생산량을 전적으로 줄이는 것이 아니고 제3국의 수입량을 대체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한미 FTA로 시장개방이 될 경우 피해가 우려되는 산업은 제과, 전분당, 간장, 설탕, 대두유 등이 대표적이다.

제과산업 : 과자류에 대한 관세가 철폐될 경우 스니커즈, M&M’s, 프링글스, 허쉬 등 외국 유명 브랜드 제품이 현재와 같이 중소 유통업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국내에 본격적인 영업망을 갖추고, 직접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분당산업 : 미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분당 관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의 원료(옥수수) 산지다. 특히 ADM, 카길 등 초거대기업들과의 경쟁에 있어 전분당 산업의 핵심 경쟁요소인 원료조달과 규모의 경제측면에서 열세에 있는 국내 전분당기업들은 위기를 맞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간장산업 : 간장은 양국간의 무역증진이라는 근본적인 취지와 달리 미국에 투자 진출해 있는 일본간장의 한국시장 잠식이 유발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간장은 미국 내에서도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국내로 들어올 경우 그 파급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산 간장은 일본 기업의 기술로 생산되고 있기 때문에 양조간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고, 국내 간장과 품질은 비슷한 수준이다.

설탕산업 : 미국의 설탕산업은 사탕수수를 생산해 원당과 설탕을 동시에 생산하는 일원화된 산업구조로, 거대자본과 연결돼 큰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국내 시장이 개방될 경우 국내 설탕산업은 급속하게 몰락할 가능성이 있다. 대부분의 선진국은 수급 및 가격안정을 위해 자국의 설탕산업을 보호하고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역시 설탕은 개방 품목에서 제외하도록 해야 한다.

대두유 : 국내 대두가공산업은 최소한의 시장확보 유지를 위해 불가피하게 저가의 외국산 대두유 가격에 연동해 판매할 수밖에 없는 실정으로, 한미 FTA 결과 관세철폐로 대두유의 수입이 가속화 될 경우 국내 대두가공업의 침체는 대두박 수급불안으로 이어져 배합사료업계 및 양축농가의 피해가 우려된다.

그밖에 미국의 경우 축산물의 가격이 낮고 물량이 풍부하기 때문에 이를 원료로 한 식육 및 축산물가공품 분야의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며 건강기능식품, 주류 분야도 우리 보다 기술적 우위 및 제품 선호도로 인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거나 생산량이 적은 원료를 이용한 가공식품도 가격 차이에 의한 영향이 예상된다.

반면 우리나라 전통식품인 김치·절임식품, 인삼제품류는 식품의 기호성으로 볼 때 영향이 거의 없을 것이고, 그 외 식품들도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원료값 하락으로 산업전반은 발전 기대

식품산업 전반으로 보면 한미FTA로 농·수산물의 관세가 철폐되면 원료값이 떨어지고 안정적인 조달을 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식품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 FTA에 의한 또다른 영향으로는 식품안전관리 제도의 차이로 인한 갈등이 있다. 일반적으로 식품의 기준·규격은 무역장벽으로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에서의 식품첨가물 사용가능 품목과 우리의 사용가능 품목 차이로 인한 가공식품 수출·입 제한, 신규 식품첨가물 등록시 요구되는 서류의 상이함, 미국에서 생산된 유기가공식품의 경우 GMO의 3% 비의도적 혼입율을 인정하는데 우리는 인정하지 않는 점, GMO 포함 식품에 대한 표시기준 등이 대표적인 예다. 미국에서는 판매해도 되는 제품 중 우리나라에 수입되지 못하는 제품은 셀 수없이 많다. 미국의 대표적인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GNC의 경우 자사가 보유하는 있는 1500여 가지의 제품 중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제품은 150종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의 까다로운 제도 덕분이다.

한미 FTA가 전체 식품산업에 미칠 영향을 전망해 보면 관세인하로 인해 원료 조달가격이 인하될 것이다. 이는 식품산업에는 긍정적인 영향이지만 농업을 고려한다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안전한 원료농산물 공급에는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미국이 식품안전관리에 선진국임에는 틀림없지만 GMO 생산국이기 때문에 GMO 농산물의 국내 유입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또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미국산 쇠고기의 수입 증가도 광우병 노출 위험도 가중시킬 것이다. 이와 함께 국내 농업의 축소로 인해 발생한 빈자리를 장기적으로 중국, 동남아 농산물이 대체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에 따른 수입식품 문제도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

한미 FTA로 식품산업의 국내외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내 가격을 상당 부분 하향 조정하도록 압박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대표적인 레드오션 시장으로 분류되는 식품시장에 미국의 유수한 기업들이 뛰어들 경우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명약관화하다. 반면 이로 인한 국내 식품산업의 체질 개선 등 경쟁력 강화로 국제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도 될 수 있다.

국내 식품산업이 미국 시장으로 진출할 기회가 많아지고 이에 따라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미국의 식품산업은 연 매출액 4200억달러(약 400조원)로 세계 최대의 시장을 자랑하며, 여전히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매력적인 시장으로 평가된다. 지금까지 우리 식품업계의 미국시장 진출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었지만 FTA 체결로 더 많은 기회를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특히 미국시장에서 최근 김치, 비빔밥 등 우리 식품에 대한 미국 소비자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와 함께 우리 식품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한 경쟁력 제고와 기술이전에 따른 국내 식품의 고급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체질개선 및 안전성 제고가 대응책

이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얻기 위해선 업계와 정부가 모두 할 일이 있다. 업계는 대내 경쟁력 강화를 위한 체질 개선과 미국 시장에 대한 정보 획득이 필요하다. 특히 식품안전성 확보를 위한 설비 및 기술투자는 필수적이고, 엄격한 경영윤리와 엄정한 생산·유통관리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식품유통기한을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원산지 표시제를 확립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미국은 다양한 인종, 지역, 소득 분포를 가진 다면적 사회이기 때문에 이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소비자와 시장구조, 식품 정책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또한 미국기업의 합병이나 직접투자 등을 통한 적극적인 방법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우선적으로 할 일은 국내 식품의 안전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알 권리와 소비자 선택을 합리적·효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완비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식품표시제도 개선과 수입식품의 안전관리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 또한 국영무역 형태로 일원화돼 있는 일부 농수산물 수입창구를 다원화하고, 불필요하게 역진 상태로 돼 있는 일부 품목의 관세체계를 정비해 식품업계의 원료조달이 원활하고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미국 소비자와 식품산업, 가공·유통기술, 식품·농업정책에 대한 종합적인 정보수집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정부의 중요한 역할이다.

한편 지난달 28일 한미FTA체결지원위원회가 개최한 ‘한미FTA 대응 방향 수립을 위한 산업별·분야별 심포지엄-농·수산 식품 안전성 확보 및 품질경쟁력 제고’에서 참석자들은 식품의 안전성 관리가 한미FTA 이후 우리의 농·수산 식품산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최지현 박사는 농식품 안전성 확보를 위해 △산지에서의 위해물질 감시 기능 강화 △GAP, 생산이력제, HACCP 등의 식품안전관리제도 조기 정착 △소비자 및 생산자 교육 강화 △안전 농식품 생산 기준 위반자에 대한 제재 강화 △음식점 원산지표시제 강화와 식품안전정보의 공개원칙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주문배 박사는 수산물 안전관리의 기본원칙으로 수산물의 생산단계에서 소비자들이 섭취하는 단계까지 모든 과정이 포괄적으로 일관성 있게 관리하는 ‘From Farm to Table’ 원칙과 과학적인 증거에 기초해 과학적 절차에 따른 체계적인 대응을 하는 ‘위험분석(Risk Analysis)’ 원칙을 제시했다.

경북대 김태균 교수는 “원산지표시제, GMO표시제, 친환경인증제 등 여러 표시제를 운영하고 있는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 제도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소비자와 생산자를 상대로 한 교육·홍보에 주력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식품안전협회 신광순 회장은 “글로벌 시대의 식품안전관리는 검사 위주의 사후관리에서 원료생산부터 소비까지 전 단계의 위해요소를 관리하는 사전예방적 관리가 돼야 한다”며 “정부와 업계는 먼저 인식전환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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