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본사의 ‘언행불일치’
프랜차이즈 본사의 ‘언행불일치’
  • 김병조
  • 승인 2007.04.02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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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어느 회사 할 것 없이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입만 벌리면 떠들어 대는 말이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이다. 가맹사업을 하는 입장에서 가맹점이 이익을 내는 가운데 그 수가 늘어나야 본사도 돈을 벌기 때문에 당연한 이치다. 그래서 우수한 프랜차이즈 업체들의 경우 가맹점의 부담을 덜어주거나 혜택을 줄 수 있는 각종 아이디어 개발에 열중한다.

그런데 다(多)브랜드를 전개하고 있는 일부 프랜차이즈 본사의 경우 교묘한 수법으로 가맹점주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사례가 적지 않아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다수의 유사 브랜드를 갖고 있는 제너시스BBQ의 경우다.

제너시스BBQ는 2007년 4월 현재 무려 10개의 외식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BBQ, BHC, 닭익는마을, U9, BBQ C&B, 오션스타, 찹스, 델리아띠, 참숯바베큐, 올리브떡볶이 등이 그것이다. 이 중에 BBQ, BHC, BBQ C&B, 닭익는마을, 참숯바베규 등 6개 브랜드는 모두 닭고기를 주력 메뉴로 하는 사업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BBQ와 BHC는 같은 치킨 전문 브랜드인데다가 동네 상권에서 배달 영업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동일 업종이나 마찬가지다. 회사가 밝히고 있는 BBQ의 가맹점은 2007년 4월 현재 1850여개고 BHC는 750여개다. 본사에서는 BBQ의 경우 더 이상 가맹점을 개설할 곳이 없어 동네 상권에서는 더 이상 가맹점 모집을 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고, 대신 BHC 가맹점 모집에 열을 올리고 있다.

BHC는 BBQ가 2004년 9월에 인수한 브랜드다. 인수 당시 가맹점 수는 450여개였다. 3년 동안 300개를 늘린 셈이다. 그리고 지금도 BHC 가맹점 확보에 회사는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윤홍근 회장이 직접 나서서 3월 20일 서울을 시작으로 대전, 광주, 대구, 부산 등 광역시에서 실시한 창업설명회에서도 BHC 가맹점 확보를 위한 홍보에 주력했다. 지방의 경우 선착순 계약자 3명에게 가맹비 전액 무료 혜택을 주고 8명에게는 가맹비의 50%를 할인해주는 특혜를 제시했다고 한다.

본사가 이렇게 BHC 가맹점 확보에 열중하고 있는 시간, BBQ 가맹점주들은 ‘동일상권 유사 브랜드 입점 금지’를 위해 가맹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한 신학용 의원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사의 태도를 맹렬히 비난하고 있는 상황이다. BBQ 가맹점주들은 최근 BBQ 국내담당 이문희 사장과의 면담에서도 BHC, BBQ C&B, 숯불바베큐 등 유사 브랜드의 증설을 중지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컨셉이 달라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답변만 들어야 했다.

과연 컨셉이 다른가. BBQ의 메뉴는 치킨류와 스낵 및 디저트류, 햄버거류 등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BHC는 치킨류, 콜팝류, 햄버거류, 기타(치즈스파게티, 포테이토, 팥빙수)로 구성돼 있다. BHC의 간식용 메뉴 콜팝류를 제외하면 사실상 같은 메뉴들이다. 게다가 BBQ나 BHC 둘 다 배달 중심 영업에 매장규모도 비슷하다. 상권도 동네상권으로 같다. BBQ 사장은 “컨셉이 다르다”고 말했지만 다른 것이 아니라 똑같은 컨셉이다.

가맹점주들이 ‘동일상권 유사브랜드 입점 금지’를 골자로 하는 가맹거래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신학용 의원에게 응원을 보내고 있는 순간, 윤홍근 회장은 신학용 의원실을 찾아가 ‘동일상권’과 ‘유사브랜드’의 개념이 불명확하다면서 법 개정 추진을 만류한 것으로 전해졌다.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를 경영이념으로 내세우고 있는 윤홍근 회장이 BHC 사업확대로 BBQ 가맹점주들에게 선의의 피해를 입히고 있는 것을 보면서 ‘언행불일치’의 심각성을 느낀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내거는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는 경영이념과 실제 행동이 다른 ‘언행불일치’는 제너시스BBQ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내 대표적인 주점 전문 프랜차이즈 업체인 (주)해리코리아의 경우도 8개의 브랜드 중 ‘해리피아’ ‘비어캐빈’ ‘넘버텐’ ‘유객주’ 등 4개의 브랜드는 컨셉이 같은 브랜드인데도 버젓이 동일 상권에 입점을 시키고 있다.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가맹점 상권을 보호해줌으로써 가맹점주들에게 열심히만 한다면 수익성을 보장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지 않는 한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는 말은 헛구호에 불과한 것이다. 기존 가맹점 브랜드와 유사한 제2, 제3의 브랜드를 남발해 가맹점 수 늘리기에만 혈안이 된 프랜차이즈 본사들을 퇴출시키기 위해서라도 신학용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가맹거래법개정은 반드시 실현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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