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안보 대책 세우자
식량안보 대책 세우자
  • 김병조
  • 승인 2005.11.24 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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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쌀협상 비준안이 23일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사실상의 농산물수입 완전개방시대가 열리게 됐다. 내년 3월쯤부터는 수입쌀이 우리 가정의 식탁까지 점령할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수입쌀의 일반 가정용 시판이 어느 정도의 위력을 발휘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 현재로서는 우려되는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우리나라의 식량자급률은 생산량 기준으로 볼 때 약 25% 수준이다. 그러나 쌀을 제외하면 기껏 5%에 불과하다. 국내산 쌀의 품질 및 가격 경쟁력이 수입쌀에 비해 월등히 떨어져 소비자들이 수입쌀을 선호하게 되고, 이로 인한 생산농가의 쌀농사 포기가 도미노 현상으로 이어진다면 식량자급률의 급격한 저하는 불을 보듯 뻔하다.

식량자급률 저하는 곧 식량안보의 위협을 의미한다. 인류가 지금은 에너지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다음 전쟁은 식량전쟁이 될 것이라고 필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해왔다. 이미 우리는 과거 역사 속에서도 식량이 무기로 작용한 경험을 한 바 있기도 하다. 구 소련이 미국에 무릎을 꿇은 것도 따지고 보면 식량 때문이었다. 당시 구 소련의 식량자급률은 5%에 불과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농업생산 기반자체가 취약한데다가 남북간의 군사적 안보 대치상황까지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식량안보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번 쌀협상 비준동의안의 국회 처리 과정에서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온 몸을 바쳐 저지 투쟁을 벌인 것도 단순히 쌀 수입 반대 때문이 아니라 바로 식량안보를 걱정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평소 식량안보의 중요성을 강조한 강기갑 의원으로서는 식량안보에 대한 대비책이 없는 가운데 국회가 비준동의안을 통과시키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다는 생각에서 비롯된 절박한 몸부림이었을 걸로 해석한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현재 막바지에 이르고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의 진행과정을 유심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DDA 농업협상에서는 무역자유화만 강조되고 있지 식량안보 등 비교역적 관심사항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는 점이 매우 우려되는 사항이다. 국내에서 쌀협상 비준동의안이 국회를 통과한 23일 바로 그날, 이탈리아 로마에서는 제33차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총회가 열렸다. 이명수 농림부 차관은 이 회의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일부 국가들이 주장하고 있는 관세 상한 도입이나 민감품목과 특별품목의 제한은 각국의 농업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것으로 식량안보를 크게 위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DDA 농업협상이 무역자유화 쪽으로만 치우쳐 가고 있는데 대한 우려와 지적이다.

식량안보는 국내생산과 국제무역의 효율적인 조합을 통해서만 달성이 가능하다. 적정 수준의 국내생산은 국제적인 식량공급과 가격의 불안정성 등 식량안보의 위험요소에 대비하는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DDA협상에서 식량안보를 고려해 적절한 국내생산기반을 유지할 수 있도록 신축성이 부여되고 수입국과 수출국의 이해관계가 균형 있게 반영돼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제협상에서 우리의 이같은 생각이 그대로 반영될 것이라고 낙관하거나, 그렇게 되기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국제협상과 상관없이 대내적인 식량안보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우선 식량자급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근거를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또 한 가지는 농업정책을 생산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과감하게 전환할 필요가 있다. 소비자 중심의 농업정책이란 소비자 선호를 충족시킬 수 있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수입산과 국산간의 지나친 가격차이로 인한 국산 농산물 구매 기피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소비자 지원정책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생산자 위주로 투입될 119조 투융자 사업에 대한 면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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