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부 대변혁의 새판 짠다
놀부 대변혁의 새판 짠다
  • 김병조
  • 승인 2007.05.06 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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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진 회장, 사업다각화로 세계화 밑그림
신뢰경영, 고객중심, 과정주의 '3원칙' 집중
“작은 식당을 운영할 때에는 작지만 많은 정과 사랑을 고객님들과 함께 했던 것 같습니다. 놀부의 가족들이 늘어나고 조직이 점점 커져가면서 업무분장과 전결규정 등이 업무의 체계나 효율을 가져오는 반면 고객님들과 제 사이의 정겨운 대화나 눈 맞춤, 사람 사는 향기 그리고 생생한 현장의 소리가 멀어져 늘 아쉬움을 갖게 합니다. 물론 더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부족함에 속을 태우고 있습니다. 오늘 같은 날은 더욱 옛날이 그리워집니다.”

지난 4월 12일 놀부 김순진 회장이 내점 고객의 불만사항을 직접 나서서 해결하고 그 고객에게 보낸 이메일의 한 부분이다.
기업을 경영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덕목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신뢰경영’ ‘고객중심’이라고 말한 김 회장은 “오늘 이 순간이 내일의 나의 신용이다”, “고객에게 진 빚은 죽을 때까지 못 갚을 것 같다”는 말로 ‘신뢰’와 ‘고객’의 중요성을 대변했다.

그런 그가 일선 현장에서 직원들이 제대로 고객 대응을 잘못해서 고객이 불만을 호소할 때는 부족함에 속을 태우고 옛날이 그리워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특히 김 회장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은 오늘날 놀부를 국내 외식업계의 거목으로 성장시킨 밑거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듯하다.

김 회장은 신뢰경영, 고객중심의 경영철학을 갖게 된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20년 전 오늘날 (주)놀부의 모태가 된 놀부보쌈을 시작하기도 전에 서울 신림동 신림극장 골목에서 5평짜리 꼼장어 집을 할 때 일이었다. 하루 2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입장에서 바글바글한 골목 인파를 보고 저 인파가 손님으로 들어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손님의 소중함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 때부터 꼼장어 집 아줌마 김순진은 800원짜리 해장국을 먹는 손님에게 소주 한 잔을 반주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어렵게 공부하는 서울대학교 학생들에게도 다른 손님이 먹다 남은 소주 한잔씩을 대접하곤 했는데 지금 그 손님들이 판사 검사가 되어 자신을 알아줄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10년 전인 1997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거의 같은 시간대에 두 팀의 손님이 들어왔다. 그런데 어느 한 팀의 손님에게는 식사가 제공된 시간이 좀 늦었다. 같이 들어왔는데 왜 늦게 주느냐고 불만을 품고 식사를 하지 않고 나가려는 손님의 신발 위에 김 회장은 손을 얹었다. 그리고는 돈도 받지 않고 무료로 식사를 대접했다. 식사를 하지 않고 나가려고 했던 그 손님들은 그 후로 놀부의 적극적인 홍보맨이 되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일도 있었다. 어느 가맹점에 갔는데 갑자기 비가 왔다. 우산을 안 쓴 손님들이 먼저 가게 안으로 들어가도록 하기 위해 비켜줬는데 점장은 안에서 편하게 “어서 오십시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나타나자 황급히 뛰어 나와 반갑게 맞이하더라는 것이었다. 김 회장은 “나한테 잘하는 점장은 필요 없다, 조금 전 그 손님들에게 그렇게 하라”면서 호통을 친 적이 있다고 소개했다.

김순진 회장은 “음식의 맛을 솜씨로 보여줄 수 있는 최상은 95%이며 나머지 5%는 작은 부분까지 신경을 써주는 서비스로 결정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 작은 부분 5%에서 고객이 감동을 하느냐 불만을 갖느냐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진실이 아니고는 불만고객을 달랠 수 없다. 바다가 되길 원하면 나를 낮춰야 한다. 종지가 어떻게 대접을 품을 수 있겠는가. 마음을 비우고 한 없이 낮은 자세로 임할 때 고객은 감동하기 마련이다.”

한마디 한마디에 김 회장의 고객중심 경영철학이 녹아 있는듯하다.
오늘의 놀부가 있기까지에는 김 회장의 고객중심 경영철학과 더불어 신뢰경영도 큰 몫을 했다. 신뢰경영은 거래업체 및 가맹점과의 신뢰, 고객과의 신뢰, 직원과의 신뢰를 모두 포함한다. 김 회장의 신뢰경영 철학은 “100 사람을 알려고 하는 것보다 한 사람이라도 깊이 있게 알고 따뜻한 인간관계를 중시한다”는 그의 말에서 읽을 수 있다.

김 회장은 스스로 “인덕이 많다”고 말한다. 어려울 때 꼭 도와주는 사람이 생기기 때문이라는 것. 그러나 기자가 볼 때는 그런 인덕은 그저 생긴 것이 아닌 듯 보였다. “신용 하나는 지켜왔다”고 자부할 정도로 몸에 밴 신뢰경영의 철학, 항상 감사할 줄 아는 마음의 씨앗이 싹이 되고 열매를 맺은 결과로 보여 졌다.

놀부는 오는 10일 창립 20주년을 맞이한다. 1987년 5월 ‘놀부보쌈’으로 창업, 지금은 7개의 브랜드로 국내외에서 610개의 가맹점과 7개의 직영점을 운영하며 연간 6천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국내 최대의 외식 프랜차이즈로 성장했다. 놀부는 전통 한식도 과학적인 조리 시스템을 통해 매뉴얼화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한식 전문기업이다. 한식을 기반으로 현대인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아이템을 개발해 20 년에 걸쳐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으며 이제 그 발걸음을 해외로 까지 돌려 한식 세계화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다.
놀부는 일반 기업과는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직원 모두가 회사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그 어느 기업보다도 강한 편이다. 또 사회를 위한 봉사 등 나눔을 실천하는 선한 기업이다. 이러한 문화는 놀부의 탄생 배경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놀부는 사업을 위해 법인으로 출발한 것이 아니라 김 회장이 그야말로 먹고살기 위해서 5평짜리 음식점 장사로 시작해 6천억 원대 매출의 대기업으로 성장한 것이다. 한 사람으로 시작해 하나 둘 직원이 늘어 조직화 되었고, 이제는 그 조직의 시스템화가 이뤄진 셈이다. 그야말로 자수성가한 기업이기에 회사에 대한 애정이 강하며, 또 그 성공에 가장 큰 힘이 되어준 고객과 사회에 대한 은공을 잊지 않고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은 내 뼈를 묻을 토지이다. 그 토지를 내가 오염시킬 이유가 있느냐.”
이 말 한마디에 김 회장의 회사에 대한 애정이 듬뿍 묻어 나온다. 김 회장 뿐만 아니라 일반 직원들도 회사에 대한 애착이 강해서 놀부는 190명의 본사 직원 중에 10년 이상 장기근속하고 있는 직원이 30명으로 전체 직원의 16%나 된다.

김 회장은 “나는 직원을 섬긴다”고 말한다. 일하고 싶은 직장, 오래 다니고 싶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오너로서의 본분이라고 말한다.
놀부는 창업초기부터 장애인과 불우이웃 지원 사업을 솔선수범하고 있다. 봉사단체인 ‘사랑의 봉사단’을 운영해 어려운 이웃을 직접 찾아 함께 식사를 하거나 소외된 이웃을 초대해 식사를 대접하는 등의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또 복지원과 양로원을 찾아가는 전사적 차원의 봉사활동을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각종 문화사업도 활발히 전개하고 있어 다른 업체들의 귀감이 되고 있다.

사람으로 말하면 이제 성인이 된 놀부, 이 정도면 성공한 기업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창업자 김순진 회장은 현재의 놀부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한마디로 “아직 성공했다고 말할 수 없다”고 말한다.

“조직이나 시스템이 갖춰져서 경쟁력을 갖고 있고, 기업의 이미지 관리를 잘 해왔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기업임에는 틀림이 없다. 내부 직원들이 업계에서는 나름대로 검증을 거친 사람들이라 핵심역량을 분출할 수 있는 조직이다. 그러나 매장에 손님이 많다고 성공했다고 볼 수는 없다. 세계적으로 우리음식에 대한 인정을 받을 때 그때야 진정 성공했다고 말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이같은 생각에서 어떻게 하면 우리음식을 세계화 할 수 있을까에 대해 가장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최근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급성장을 하면서 본사와 가맹점간의 분쟁이나 갈등이 심심찮게 불거져 나오고 있어 김 회장은 가맹점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본사와 가맹점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가맹점이 살아야 본사가 산다’는 말을 굳이 강조할 필요조차 없다. 프랜차이즈 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가맹점이 무조건 성공을 해야 한다. 본사와 가맹점의 관계를 강자와 약자, 갑과 을의 관계로 생각하지 않고 그야말로 동반자로 생각한다. 상호협력이 생명이다.”

김 회장은 가맹점을 본사와의 동반자적 입장에서 생각할 때 가맹점이 본사와 같은 수준의 의식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해 가맹점에 대한 교육 투자를 아까지 않는다고 한다.

사람 나이 스물이면 이제 갓 성인이 된 것이지만 기업 나이 스물이면 적은 나이가 아니다. 놀부를 글로벌 외식 브랜드로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김 회장은 어떤 고민을 할까. 김 회장은 프랜차이즈 사업이 외적 요인으로 인해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았다. 원료 값과 인건비는 계속해서 올라가는데 음식가격 인상에는 한계가 있어 수익률이 점점 낮아지고 있어 프랜차이즈 사업도 이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아니라는 것이다.

“돌파구가 있어야 한다. 본사가 가맹점만 쳐다보고 있어서는 안 된다. 가맹사업에만 목숨을 거는 프랜차이즈 본사는 절대 생존할 수 없다.”
김 회장은 이같은 판단에 따라 놀부의 대변신을 모색하고 있다. 일종의 사업다각화다. 전통 한식의 컨셉을 벗어난 새로운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고, 홈쇼핑이나 물류유통사업 등 가맹사업 이외의 새로운 사업 전개도 구상하고 있다.

인터뷰를 하면서 놀부 김순진 회장의 성공 키워드는 뭘까 파악해봤다. ‘신뢰경영’ ‘고객중심’이라는 경영철학과 함께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김 회장의 생활신조가 성공 키워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 회장은 스스로 목표지상주의자가 아니라 과정주의자라고 말한다. 말을 할 때는 듣는 사람이 숨이 가쁠 정도로 성질이 급해 보이고 목표를 위해 목숨을 걸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지식하고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는 것이 스스로 말하는 김순진에 대한 인물평이다.
설악산 등산을 한다고 치면 정상을 밟는 것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르는 과정에서 구경해야 할 것들을 놓치지 않고 구경해야 한다는 것이 김 회장의 신조다.
여성의 섬세함 때문일까. 하여간 작은 것 하나도 가볍게 생각하지 않는 김순진 회장의 ‘과정’을 중시하는 생각이 기업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김병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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