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과 머슴
주인과 머슴
  • 김병조
  • 승인 2007.05.07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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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조 편집위원
한보그룹 정태수 회장이 한보철강 부도사태 청문회에서 직원을 머슴이라고 표현해 월급쟁이들을 분노케 한 적이 있다. 사실 개념적으로 보면 오늘날의 월급쟁이가 옛날의 머슴과 다를 바 없다.

고려시대에는 용작(傭作), 조선시대에는 고공(雇工)이라 불렸던 머슴은 대개의 경우 주인집에서 기거하며 가족의 일부로서 의복과 식사, 술, 담배를 제공받는 외에 일정한 사경(私耕:年俸)을 받는 사람이라는 것이 사전적 해석이다. 월급쟁이는 일을 한 대가로 달마다 삯을 받는 사람을 낮잡아 이르는 말이다. 근로자(근로에 의한 소득으로 생활을 하는 사람), 또는 봉급(생활)자(봉급에 의존하여 생계를 꾸려 나가는 사람)를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옛날의 머슴은 요즘 월급쟁이들이 받고 있는 월급 내지 연봉 외에 의식주 문제를 모두 해결해주었으니 복지 차원에서 보면 옛날의 머슴이 요즘의 월급쟁이보다 훨씬 낫다고 볼 수도 있다. 요즘 월급쟁이는 월급으로 의식주 문제를 모두 알아서 해결해야 하다 보니 적자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옛날 머슴들은 주인이 의식주를 기본으로 해결해주었으니 사경은 고스란히 저축이 되는 셈이었다. 물론 주인이 해결해주는 의식주의 수준, 사경의 정도가 어느 정도인가가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뼈 빠지게, 골병들게 일하고 받은 월급으로도 생활 유지가 쉽지 않은 오늘날 불쌍한 월급쟁이들과 비교할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머슴이 월급쟁이로, 주인이 사장으로 시대가 바뀌면서 제도가 바뀌고 이름도 바뀌었지만 개념적으로 보면 주인과 머슴은 오늘날에도 고용주와 피고용자로 엄연히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주인과 머슴에 대한 해석은 옛날과 많이 달라지고 있다. 옛날로 말하면 만백성의 주인인 왕에 해당하는 대통령도 이제는 모든 국민의 머슴이라고 자칭하고 있고, 업체 사장들 중에서도 직원을 주인으로 섬기는 경영을 하는 사람들도 생겨나고 있다.

실제 식품외식업계에서도 필자가 아는 몇몇 사장들은 직원을 섬기면서 주인의식을 갖게 하는 ‘섬김의 경영’을 하는 사장들이 있다. 천년약속 김성열 사장, 놀부 김순진 회장 같은 분들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특히 김순진 회장의 경우 새로 입사한 신입직원의 인사를 받을 때도 절대 앉아서 받지 않고 일어나서 맞이하면서 “우리회사를 선택해줘서 고맙다”는 감사의 표시와 함께 “오래도록 일할 수 있고 기억에 남는 회사로 만들겠다”는 약속을 한다고 한다.
직원의 소중함을 잘 알기 때문에 직원을 섬긴다고 했다. 그래서 그런지 놀부는 창립 20년의 역사에 190명의 본사 직원 중 10년 이상의 장기근속자가 30명이나 될 정도로 이직률이 낮은 편이다. 10년 전의 본사직원이 40명에 불과했는데 그 중에 30명이 아직도 근무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아직도 대부분의 식품외식업체는 직원의 소중함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직원의 소중함을 안다면 직원들이 인간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경영주로서의 제1의 책임이다. 외식업계에서 10년간 종사해도 대기업 신입직원의 연봉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은 경영자들이 직원들을 옛날의 머슴보다도 못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 했다. 무슨 일이든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고, 같은 사람이 하더라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본인 스스로 머슴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직원과 주인이라고 생각하고 일하는 직원의 업무결과는 너무나 다르게 나올 수밖에 없다. 열악한 근무환경 속에서도 직원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갖고 일하는 사람도 더러는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발적 주인의식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른 회사로 옮겨갈 수 있는 선택의 폭이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인정한다면 경영자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질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해줘야 한다. 그 중에 가장 기본이 의식주 문제 해결 등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해주는 것이며, 다음이 비전을 주는 것이다. 식품외식업계 경영주들은 지금 현재 자신은 자기 회사를 위해 뼈 빠지게, 골병들게 일하고 있는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질게 할 만큼 제대로 해주고 있는지 살펴볼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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