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변화를 주목하자
자본주의의 변화를 주목하자
  • 관리자
  • 승인 2007.06.15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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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지금 필자에게 사업을 할 자금이 있다면 나는 사채업을 하고 싶다.

법정 최고금리 60%를 받으며 신체포기각서까지 받는 인륜적 도덕적 가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사채업이 아니라 빈민구제사업을 하겠다는 말이다.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가 빈곤퇴치의 일환으로 빈민들에게 담보 없이 소액대출을 제공해 빈곤퇴치에 이바지한 그라민은행(Grameen Bank)과 같은 금융기관을 만들고 싶은 것이 꿈이다.

21세기 인류 최대의 적은 빈곤이다. 가난과 굶주림에서 해방시키는 것, 이것이 인류가 풀어야 할 과제다. 빈곤은 미국식의 고전적 자본주의의 산물이다. 고전적 자본주의는 자유 경쟁 시장에서 이윤추구 원리에 따라 움직이는 경제가 생산성을 극대화한다고 보는 논리로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창시자다.

이런 논리에 따라 미국의 어느 경제학자는 ‘Capitalism is bicycle(자본주의는 자전거와 같다)’이라고까지 표현했다. 페달을 밟지 않고 서는 순간 자전거가 넘어지듯이 성장 없이 멈춰서는 순간 자본주의는 무너진다는 의미에서다.

그런 미국식 자본주의가 오늘날 우리사회에 가져다 준 결과물은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다. 가난한 사람도 열심히 살면 부자가 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난이 고착화되어 가난을 대물림하고 있다. 세계 1등 경제대국 미국에서도 3500만 명이 굶주림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미 농림부에 따르면 지난해 식료품을 구입할 돈이 없어 굶주림으로 고통 받는 미국인은 모두 3500만 명으로 조사됐고, 식량 확보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는 인구도 1080만 명이나 된다.

우리나라도 반지하나 옥탑방, 판잣집, 비닐하우스, 심지어 동굴이나 움막에서 기거하는 주거극빈층이 68만여 가구, 200여 만 명에 이른다. 특히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불구자나 마찬가지인 신용불량자는 무려 400만 명에 이른다. 전체 인구의 10%에 가깝고, 경제활동인구의 20%에 육박한다. 자포자기를 하고 목숨을 끊는 사람들도 속출하고 있다.

내게 돈이 있다면 이들을 구제하는 사업을 하고 싶다.

소비적 목적이 아닌 생산적 목적이라면 신용불량자들에게도 제도권 금융기관과 비슷한 금리로 대출을 해주는 사업을 말한다. 방탕한 생활로 빚을 진 사람이 아니라 사업 실패 등으로 신용불량자가 되었지만 돈을 벌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고금리나 고비용의 압박에서 벗어나 갱생할 수 있는 길을 찾아주는 사업을 하고 싶다는 뜻이다.

400만 명의 신용불량자 중에 절반 이상은 갱생 가능한 사람들이라고 보여 지며, 그 중에서 10%만 고객이 되어도 돈 되는 사업이다. 한마디로 말하면 남을 도와주면서 돈을 번다는 논리다.

이런 논리는 필자가 뜬금없이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그라민 은행의 설립자 무하마드 유누스가 “좋은 일 하면서 돈 버는 기업이야말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도구가 된다”고 말한 것처럼 ‘이타적 자본주의’가 고전적 자본주의와 수정 자본주의에 이어 새로운 자본주의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주의 바탕 위에서 ‘사회 공헌’이라는 부가가치를 생산해야 지속 가능한 벌전이 가능하다고 믿는 상생(相生)의 체제가 특징이다.

유누스가 31년 전에 그라민 은행을 세운 이후에 세계 곳곳에서 이타적 자본주의에 입각한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고, 이같은 제3의 자본주의 물결을 선도하는 유명인사들도 크게 늘고 있다. 미국 ABC방송의 ‘디스 위크(This Week)에 출연한 여배우 나탈리 포트먼(25)도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여성들이 자녀에게 자녀에게 ‘내일 먹을 것을 살 돈과 학교에 보낼 돈이 있다’는 말을 하지 못할 형편에 있다면 그 여성들이 어디로 가야 하며,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그들 앞에 놓인 선택은 무엇인가”라면서 ‘마을 은행 캠페인’을 통해 개발도상국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소액 대출을 해주는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그는 “작은 대출이 큰 변화를 가져온다”며 이 캠페인에 적극적으로 나설 뜻을 밝혔다.

우리나라 외식업체 중에서도 이미 이타적 자본주의를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있다. 토스트 전문점 ‘이삭토스트’ 프랜차이즈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 (주)이삭토스트(대표 김하경)가 주인공이다. 이삭토스트는 목사 부부가 가난한 신도의 살 길을 찾아주기 위해 사비를 털어 점포를 열어 준 것이 사업의 시작이었다. 3년여 만에 가맹점이 800개가 넘는다. 이 회사는 가맹비를 받지 않기 때문에 본사의 수입이 별로 없다. 본사 직원들이 가끔 불만을 토로하지만 김하경 사장 부부는 “처음부터 돈을 벌기 위해 사업을 한 것이 아니다”며 초심을 굽히지 않고 있다.

‘기업의 목적은 이윤추구’라는 변하지 않을 것 같은 논리도 이제는 ‘남을 위하는 것이 곧 기업의 목적’으로 변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 식품외식 기업들도 돈을 벌어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생각보다는 사회를 위해 공헌하면서 돈을 버는 ‘이타적 자본주의’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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