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전쟁 대비책 세워야
식량전쟁 대비책 세워야
  • 관리자
  • 승인 2007.06.1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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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반세기 동안 국제 정세 및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에너지, 특히 오일(oil)일 것이다. 산업 생산의 주된 연료인 에너지를 둘러싸고 석유 생산지인 중동지역이 국제 분쟁의 진원지가 되었고, 국제 원유가격이 각국의 경제 사정을 좌우해왔다. 한마디로 금세기는 에너지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에너지전쟁 다음에는 인류가 무엇을 놓고 싸움을 벌일까. 아마도 식량전쟁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부분적으로는 이미 시작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식량 생산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종자가 일부 글로벌 대기업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고, 식량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전 세계적으로 8억5000만 명이 충분한 식량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바야흐로 식량이 무기가 되고 있는 것이다.

과학문명의 발달로 식량생산을 증대할 수 있는 기술도 발전하고 있지만 이 또한 일부 선진국의 전유물이 되고 있어 식량부족 국가로서는 식량 증산 기술도 비싼 대가를 지불해야만 이용할 수 있는 처지가 될 판이다. FAO에 따르면 2007년도 세계 곡물생산량은 기록적인 20억9500만t으로 2006년도에 비해 4.3% 증가하지만 재고가 20여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고 공급은 바이오연료 산업의 급성장에 따른 수요 증가를 충족시키지 못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FAO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곡물가격은 지난해부터 올해에 걸쳐 크게 상승했으며 내년에도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저소득 식량부족국의 곡물수입액은 올해에 약 25%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특히 생산량과 이용 면에서 가장 많은 곡물인 옥수수의 가격은 최근 180%나 급등했다. 미국에서 옥수수를 이용한 에탄올 생산에 박차를 가하면서 수요가 폭증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만 향후 5년 동안 옥수수 생산량의 3분의 1이 대체에너지 시장에서 소비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 전쟁이 식량전쟁으로 연결되는 형국이다.

식용과 가축사료, 공업용으로 두루 쓰이는 세계 1위 곡물 옥수수의 공업용 수요폭증은 결국 고기 값 등 식품가격 상승을 불러일으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의 원인이 되지 않을까 우려까지 되고 있다. 이미 미국 전역에서는 식료품 가격이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육류와 유제품, 야채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식재료 값이 치솟으면서 소비 위축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중국도 옥수수 값 급등에 따른 물가상승을 진정시키기 위해 식용작물을 이용한 바이오 에탄올을 포함한 바이오 연료 생산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전 세계적인 대체에너지 개발 붐을 타고 중국 내 바이오 에탄올 생산이 급증하면서 원료로 쓰이는 옥수수 등 식용작물이 심각한 데 따른 것이다. 중국 정부는 13억 중국인이 먹고 살 농작물 생산에 식량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에너지 생산으로 식용작물이 줄고 곡물 값이 폭등하는 것은 식량안보 정책에도 어긋난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입장이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우리는 매년 약 1500만t의 곡물을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다. 우리의 곡물 자급률이 30%도 안 되기 때문이다. 식량자급률만 따지면 25%대다. 그것도 쌀을 제외한 식량자급률은 5% 수준에 불과하다. 식량이 무기가 되는 식량전쟁이 본격화될 경우 결코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특히 우리의 주요 식량 및 식품 수입국인 미국 및 중국과의 FTA가 체결된 이후를 가정하면 매우 심각한 상황이 전개될지도 모른다.

지금부터라도 식량전쟁에 대비한 국가적 전략을 세워야 한다. 식량증산의 첫 단추인 종자산업을 육성하고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는 농림부나 농촌진흥청 차원에서만 신경 쓸 일이 아니다. FTA로 반사이익을 얻는 일반 대기업에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식량위기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물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기업, 그리고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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