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가운데서도 어두운 곳이 있으니 바로 외식업계다. 코스피 2000 시대가 남의 나라 이야기 같고, 경기가 좋아진다는 전망도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니 상대적 박탈감과 소외감만 더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고 경기가 좋아지면 외식업에도 긍정적인 서광이 비쳐야 하는데 그럴 기미가 없다. 왜 그럴까. 이유가 있다.
예전의 일반적인 경기 사이클은 대기업들의 수출이 잘 되면 관련 중소업체들의 경기도 좋아지고 이어서 외식업 등 내수경기도 살아나는 선순환 구조였다. 그리고 이를 먼저 반영해 나타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이면 그 여파로 서민경기가 좋아지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은 보통 1년 정도다. 이러한 경기의 선순환 사이클에 입각하면 내년 이맘때쯤에는 국내 외식경기도 좋아져야 하는 논리다.
그런데 이제는 예전의 그런 경기 사이클을 기대하면 안 된다. 요즘은 대기업의 수출이 잘되면 중소기업도 좋아지고 이어서 내수경기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약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IMF 이후 대기업의 강도 높은 인력 구조조정에 따른 여파가 외식업을 비롯한 서비스산업에 경쟁심화 등 부정적인 영향만 떠넘겨졌을 뿐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구조가 됐다. 대기업 종사자가 크게 줄어들어서 대기업의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소비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함께 좋아지는 것이 아니다.
여기에다가 최근의 증시 활황은 대기업의 경기 회복 탓도 있지만 엄격히 말하면 풍부한 자금력에 의한 유동성 장세의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더더욱 경기 선순환 구조를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주가 2000포인트 시대의 화려한 개막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에 의한 머니게임이지 일반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번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니 역시 서민경제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 주식시장이 활황세를 보이고 경기가 좋아진다고 해서 외식경기도 좋아지리라는 판단에서 무리한 투자나 사업 확장을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다.
코스피 2000 시대에 외식업계가 고독한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하나도 없으니 증시 활황의 혜택을 전혀 입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증시 활황으로 받게 되는 혜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활한 직접금융 조달로 회사의 금융비융이 줄어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직원들의 사기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최근 상장된 기업들의 우리사주를 보유하고 있는 직원들은 그야말로 돈방석에 올랐다. 회사를 위해 열심히 일하고, 그 결과 회사의 발전이 주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그 과실을 직원들이 나눠가지니 신이 날 수밖에 없다. 기업을 공개해서 투명경영을 하고 그 성과를 사주와 일반주주 그리고 직원이 공유하는 시스템, 이것이 주식상장의 묘미다. 그런데 국내 외식업계에는 아직 주식시장에 상장된 기업이 하나도 없으니 최근의 폭발적인 증시활황에서 더욱 고독할 뿐이다.
근래 국내 몇몇 외식업체가 주식시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 업체 기업공개와 투명경영, 그로 인한 건전한 회사발전으로 회사도 좋고 직원도 좋고 주주에게도 이익을 주는 제대로 된 외식업체가 하루 빨리 나타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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