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인 피로연 음식에 관한 몇 가지 생각
혼인 피로연 음식에 관한 몇 가지 생각
  • 관리자
  • 승인 2007.07.31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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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종문 전주대 문화관광대 학장
혼인 피로연은 혼인예식, 신혼여행과 함께 혼인문화를 이루는 3개의 축이다.

과문의 탓일지는 모르지만 고금동서 세계각국의 혼인문화에서 피로연이 빠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다만 환경적 특성과 문화적 배경에 따라 피로연의 크기와 형식, 그리고 내용에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런데 혼인문화 3축 중 가장 호사스런 이벤트는 피로연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당장 형편이 어렵다면 장리나 대돈변을 내서라도 꼭 열어야 했고, 그 어려웠던 보릿고개나 6.25 피난시절에도 꼭 열어야 했던 게 혼인 피로연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우리의 전통적 혼인문화를 장례문화와 함께 조국근대화를 가로 막는 허례허식으로 보고 국가권력이 칼을 뽑은 적이 있었다. 즉 1969년부터 1999년 까지 근 30여년간 우리의 생활문화를 상당부분 간섭하고 규제했던 ‘가정의례준칙’이 하객에 대한 접대를 원천적으로 금지했던 것이다. 그 대신 선물증정은 가능해서 ‘답례품’이라는 이름으로 한 동안 유행했었다..

하지만 ‘인정도 품앗이’라는데 상부상조의 전통에 뿌리를 둔 혼인문화를 법으로 다스리기에는 애당초 무리였다. 그래서 문제의 ‘가정의례준칙’은 오랜 논란 끝에 피로연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내용을 담은 ‘건전 가정의례의 정착 및 지원에 관한 법률’(1999. 2. 8) 과 그에 의한 대통령령(‘건전가정의례준칙’1999.8.31)으로 대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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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연 음식이 기억에 남지 않는 이유

나는 결혼식 초대를 받으면 모두 참석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결혼식이 가령 비슷한 시간대에 여러 건 겹치거나 다른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피로연에도 꼭 참석한다. 그리고 피로연에 차려진 모든 음식을 꼼꼼히 살펴 보기도 하는데 일종의 직업의식 이리라.

그런데 기억에 특별히 남는 음식은 그다지 많지 않다.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다. 내가 선택한 메뉴가 아니라 혼주가 일방적으로 준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피로연 음식은 근본적으로 단체급식 메뉴라 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특급 호텔의 음식이라도 성에 차지 않을 수 있는 이유가 되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피로연 음식의 진짜 크고 심각한 문제점은 맛의 문제가 아니다.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가 문제다. 음식쓰레기가 비교적 적은 양식은 그래도 좀 나은 편이다. 문제는 ‘뷔페’식 피로연 과 ‘순수한식’ 피로연이다. ‘부페식’은 업소와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3만원 안팎의 경우 대개 50여 종이 넘는 음식이 차려지는 데 남는 음식의 양이 장난이 아니다.

자리에 앉아서 종업원의 서비스를 받는 순수 한식 피로연의 경우는 조금 더 심각하다.

식탁 가득한 음식의 종류도 많을 뿐 아니라 손님들이 거들 떠 보지도 않는 것과 한 두 번 젓가락으로 뒤적이다가 남긴 음식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믿을만한 통계자료는 가지고 있지 않지만 얼추 절반 또는 3분지 1이상의 음식이 쓰레기로 나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음식의 분량책정에 대한 업주측의 예측과 조절능력, 그리고 그 경험과 노하우가 제 아무리 풍부하다고 하더라도 음식의 가지수를 줄이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에 속수무책, 또는 수수방관으로 일관하는 듯해서 아쉽고 안타깝다.

보다 깊은 고민이 필요한 혼인 피로연 메뉴

게다가 옛날처럼 남는 음식을 재활용할 수도 없다. 사회봉사기관에 기증할 수도 없다. 음식을 지원받은 기관, 단체, 또는 개인이 며칠 후 먹었다가 혹 잘못되면 그로 인한 책임에서 자유스러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몽땅 뒤집어 써야 하는 고약한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식파라치’ 급 못된 이들의 악의적인 농간의 수단으로 악용돼도 속수무책이다. 각종 관련법규에 의한 처벌과 배상책임이 뒷골을 무겁게 짓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블에 올린 지 불과 30분만에 거대한 플라스틱 수거함에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음식 쓰레기, 그리고 그것과 관련된 여러 문제점들은 그냥 넘어갈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저희도 어쩔 수 없어요. 버리지 않으면 다시 쓰는 것으로 오해 받아요.저희도 버리기가 아깝고 속 상하지만 어쩔 수 없지요.“

다음 피로연 준비를 위해 음식을 쓰레기 통에 쓸어 담던 아주머니의 독백같은 변명이 씁쓰레 하다. 하기야 음식 치우는 일을 하면서 월급을 받는 직업이지만 온갖 산해진미를 야멸차게 쓰레기통에 처 넣는 심사가 어찌 편할 수 있을까.

혼인 피로연 음식문제를 올 여름 오프시즌 중 보다 깊이 고민해야 할 주제로 삼는 것도 괜챦겠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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