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명! 식품산업을 육성하라
특명! 식품산업을 육성하라
  • 김병조
  • 승인 2005.10.02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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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품산업 현황과 문제, 그리고 발전전략은?
특명! 식품산업을 육성하라

유망 중소식품업체 육성 서두르고
‘한국식품=건강식품’ 이미지 세계에 심어야

문화 접목한 전통·건강식품 수출유망
국내 식자재 가공산업 발전 선행 필요

체계적 지원 위해 주무부처 정하고
규제 일변도의 제도 개선 뒷따라야

식품산업은 제조업의 경우만 따져도 국내총생산(GDP)의 20%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고 규모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지만 제조업체의 96%가 종업원 10인 이하일 정도로 산업구조는 영세성 및 취약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원료의 수입의존도가 심화되고 수출의 다변화가 미흡해 무역적자는 확대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과 외식산업 등 새로운 성장산업의 시장이 급속도로 확대되고 있지만 체계적인 관리와 지원책 부재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뒤늦게나마 정부가 ‘풀뿌리 산업’인 식품산업을 육성·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본지는 개편특집 특별기획으로 국내 식품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그리고 개선방안은 무엇인지를 집중 조명한다. 김병조 기자 bjkim@foodbank.co.kr

경쟁력을 키워라

▲현황 및 문제점=국내 식품 및 외식산업이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점은 업체의 영세성이다. 7만8천여개에 이르는 전체 식품제조업체 중 종업원 10인 이하가 96%나 되고, 매출액 규모 5억원 이하가 81.5%(전체 매출액 대비 4.2%)를 차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업체간 분업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기업의 미흡한 품질관리는 업계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발생한 불량만두소 사건이다. 1개의 영세 단무지 업체의 위생관리 실패가 만두 소비를 일시 정지시키는 사태까지 야기했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탓에 식품원재료 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는 것도 경쟁력 저하의 원인이다. 관세할당제도(TRQ)에 따라 국영무역품목의 경우 농수산물유통공사와 농협 등이 해당품목을 수입하고 있으나 단일한 품질의 물품만 수입하고 있어 제조업체의 원재료 조달에 애로사항이 되고 있다. 특히 완제품보다 식품원재료에 대한 관세율이 높아 수입 원료를 활용한 가공산업의 위축을 초래하고 있다.

실례로 조제땅콩의 관세율은 64%인 반면, 겉껍질을 벗긴 땅콩의 관세율은 230%나 적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수입원료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안정적인 원료조달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수입식품 상위 10개 품목중 9개가 식품원료이며, 두부와 식용유 등의 주원료인 대두(91%), 제과 및 제빵의 주원료인 밀(98%)은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다.

식품 수출의 경우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품목과 대상국가가 한정돼 있고 수출금액도 미미한 것이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수출품목 가운데 가공품의 비율이 계속 증가하고 있으나 국제 경쟁력을 갖춘 가공품은 김치와 라면, 마른 김, 초코파이 등 몇 개 품목에 한정돼 있어 수출증대에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수출국가도 일본과 미국, 러시아, 중국, 홍콩 등으로 한정돼 있어 수출상위 10개국이 가공식품 전체 수출액의 66%를 점유하고 있다.

국내 식품산업의 경우 외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지나친 규제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학적 사실이 확인된 일반식품의 기능성 표시 금지, 불합리한 유통기한 제도, 의무적인 자가품질검사 제도, 가공식품의 원료별 원산지 표시 의무화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개선방안=식품제조업계의 전반적인 수준을 향상시키고 투자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는 유망 중소식품업소를 선정해 집중 육성할 필요가 있다. 선정된 업체에는 과감한 자금 및 컨설팅 지원 등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또 비록 중소업체의 제품일지라도 품질 면에서 우수한 제품일 경우 시장에서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주는 것도 중소업체를 육성하는 방안이 될 것이다.

지역적 특성을 살리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등이 중심이 되어 식품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좋은 방안으로 꼽히고 있다. 전북 순창의 장류 관련 기업 유치, 고창의 치즈 및 복분자 등 기능성식품산업 육성 등이 성공 모델로 제시되고 있다.

식품원재료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는 국영무역 수입물량의 경우 사전에 수요업체로부터 구체적인 수요내역을 제출받아 수입하도록 하는 등 관세할당제도(TRQ)의 개선이 필요하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식품원료에 대한 관세율을 인하해 국내 가공식품산업의 원가부담을 완화시키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수출시장 확대를 위해서는 중점 수출대상 품목을 선정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며, 선정된 아이템별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국내 사정이나 세계적 추세로 볼 때 그래도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분야는 전통식품과 건강기능식품으로 꼽히고 있다. 전통식품은 제품수출과 더불어 서비스(문화)수출에 초점을 두고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보인다. 또 건강기능식품은 국내에서 자생하는 원료를 이용한 소재개발로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이 핵심전략이 돼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선결조치로는 세계 속에 한국식품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부가 국내 전통식품의 우수성과 건강기능식품의 시장 확대를 위해 ‘한국식품=건강식품’이라는 컨셉의 이미지 구축작업을 하고 있는 것은 시의 적절한 조치로 평가되고 있다.

산업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과도한 규제는 합리적으로 완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현재 가장 뜨거운 감자는 일반식품에 대해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는 문제. 지난해 말 전주비빔밥에 대한 기능성표시에 대법원이 무죄판결을 내린 후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에 적용되지 않는 일반 식품도 과학적으로 검증된 기능성에 대해서는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그러나 이 문제는 건강기능식품의 표시 및 광고 완화와 맞물려 있어 빠른 시간내에 쉽게 결말이 나기는 힘들어 보인다.

유통기한 표시 제도를 현행 판매기한(sell by)에서 사용기한(used by)과 최적품질기한(best before)으로 이원화하는 방안은 특별한 문제가 없어 조만간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또 실효성 없이 업체에 부담만 가중시키는 의무적인 자가품질검사 제도는 자율제로 전환되어야 하며 정부도 이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밖에 가공식품의 원료별 원산지 표시는 전통식품에 한해서만 원료별 원산지 표시제를 시행하되, 원산지 표시 대상 원료를 모든 농산물에서 원산지 표시대상 농산물(276품목)로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선택과 집중을 하라

▲현황 및 문제점=식품산업이란 원료농산물을 이용한 식품의 가공·제조·보관·운반·유통·조리 및 소비 단계에서 이뤄지는 제반 활동에 관한 산업을 말한다. 광의의 식품산업은 1)식품제조업 2)외식산업 3)식재료 및 식자재산업 4)식품유통업을 의미한다. 그만큼 분야가 넓다. 따라서 정부가 식품산업을 지원·육성하기 위해서는 특정분야에 대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식품산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지만 특히 농업부문의 비중이 감소하고 식품가공과 외식산업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외식시장은 소득증가와 여성의 사회참여 확대, 생활방식 변화 등으로 연평균 11.7%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외식산업 성장으로 농산물을 단순가공해 식품재료로 공급하는 전처리산업 등의 식재료산업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식업체가 영세한데다가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가족용 음식점의 대부분은 외국계 업체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외식산업과 식재료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책은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특히 전통음식의 프랜차이즈화 및 세계화를 위한 노력이 부족한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외식산업과 식품제조업에서 필요로 하는 안정적인 식품재료(원료 및 전처리 농산물)의 공급체제도 미흡하며 외식산업과 농업을 연계하는 정책과 조사연구도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식품제조·가공 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건강기능식품산업이 급격하게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아직 미미한 규모의 초보단계에 있어 이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2003년말 기준 세계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3억 달러를 형성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미국이 708억 달러로 35%의 시장점유율을 보이고 있으며 EU가 647억 달러(32%), 일본 364억 달러(18%), 캐나다 60억 달러(3%)를 차지하고 있지만 한국은 10억 달러(0.5%)에 불과하다. 게다가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소(300개소)중 상위 10개사가 전체매출액의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대부분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각국은 법적, 제도적으로 건강기능식품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건강기능식품에관한법률’은 위생관리 중심의 규제법령으로 산업육성 법령으로 미흡한 점이 많다. 특히 제품개발이나 영업활동, 기능성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지나치다는 것이 중론이다.

▲개선방안=우선 외식산업의 경우 국내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로열티 지급 등으로 인한 경제적 이유도 있지만, 그보다는 전통 식문화를 계승 발전시켜 나간다는 차원에서의 의미가 더 크다. 이를 위해서는 한식 프랜차이즈 업체에 대한 각종 육성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외식산업의 가격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국내 식자재가공산업의 발달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식자재 전처리 업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함으로써 주요 농산물 식자재의 규격화 및 표준화 작업과 다양한 형태의 가공 식자재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외식산업의 경우 정부 조직내에 전담조차 없는 실정이기 때문에 농림부에 ‘외식산업지원실’을 설치하는 등 행정체제를 구축하는 일부터 서둘러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건강기능식품의 경우는 과도한 규제를 완화하는 것 자체가 산업을 진흥시키는 지름길이다. 안전성이 확보된 원료임에도 건강기능식품 제조에 사용하는 것을 제한하거나, 외국에서 보편적으로 허용되고 있는 건강기능식품 원료가 국내에서는 불인정되고 있고, 전래적으로 기능성이 인정되어 널리 사용되어온 생약원료 등에 대해 입증자료 부족 등을 사유로 인정을 하지 않는 등 제품개발에 대한 규제가 너무 많다. 이를 발전적으로 개선시키고자 하는 정부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또 영업활동에 대한 규제나 기능성 표시·광고에 대한 규제도 불필요하거나 산업발전에 장애요소로 작용하고 있는 경우는 과감히 철폐 또는 완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지원체계를 개편하라

▲현황 및 문제점=현재 우리나라는 식품산업 진흥업무에 대한 담당부처가 불명확하고, 부처간 정책 공조도 매우 미흡한 상황이다. 식품종류별 및 생산·유통단계별로 소관부처가 8개부처로 분산돼 있고, 관련 법령이 27개에 이르나 진흥정책의 기본방향을 제시하는 법령은 전무하다. 농산물은 농산물가공산업육성법, 수산물은 수산물품질관리법이 있어 식품산업발전을 규정하고 있으나 이들은 적용범위가 산지가공산업, 전통식품산업 등에 한정돼 있다. 문화산업이나 전자산업 등 정부가 지원하고 있는 산업도 많으나 식품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차원의 종합적인 지원대책이 없었다.

정부의 산업육성을 위한 지원책이 없다보니 우리 식품기술 수준은 선진국의 30~6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연구개발 수준이 미흡하다. 대부분의 식품업체가 영세해서 자체적인 연구개발 및 시험분석 수행이 곤란한 지경이다. 실례로 외국 바이어가 김치에 들어있는 젖산균(유산균)을 위해한 균으로 오해하고 있음에도 중소기업에서 이를 유익한 균이라고 설명하지 못해 수출에 실패한 경우까지 발생한 적도 있다.

▲개선방안=식품산업 발전을 위한 정부의 지원체계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산업 주무부처를 결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따지고 보면 지금도 8개부처에서 식품산업을 관장하고 있다. 그러나 각 부처의 입장에서 보면 식품산업이 업무 중요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편이라는 것이 문제다. 그만큼 책임감이 덜 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분산돼 있는 식품관련 행정을 한꺼번에 모두 통합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있겠지만 적어도 이를 주관하는 부처는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식품산업 주무부처로는 지금까지 가장 많은 부분을 관장해 온 농림부와 보건복지부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
수요자 입장에서 보면 어느 부처가 주무부처가 되더라도 큰 차이가 없을지 모르지만 세계적인 추세나 일반적인 부처의 성격으로 볼 때는 복지부보다는 농림부가 주무부처가 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현재로서는 복지부가 건강기능식품을 비롯한 일반 제조가공식품을 관장하고 있지만 식품행정이 ‘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일관성 있게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에서 농림부가 식품행정을 전담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지난해 서울대행정대학원이 총리실의 용역을 받아 내놓은 연구보고서에도 농림부를 ‘농업식품부’로 개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식품산업 주무부처 결정 등 행정체계 개편과 더불어 가칭 ‘식품산업발전법’을 만들어 정부의 식품산업 지원을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 이정희 교수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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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1 - 이정희 중앙대 산업경제과 교수

식품산업 세계화만이 생존 전략
“식품시장 규모화 위해 재편될 것”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안고 있는 근본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 우선 내수위주의 산업구조를 들 수 있다. 그동안 식품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으로 평가되면서 국내시장에 안주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로 인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해외시장 개척에도 미흡했다. 다음으로 고질적인 문제인 식품기업들의 영세성이다. 영세한 소규모 업소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이 위생적으로 문제를 일으킬 때가 상대적으로 많고 이로 인해 식품산업 전체의 이미지가 실추되기 때문이다.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 식품산업을 육성해야 하는 당위성은 무엇인가.

­- 식품산업 육성의 구체적 당위성은 첫째로 식품산업의 비중이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가 선진화될수록 제조산업은 쇠퇴한다. 하지만 식품은 문화장벽과 수송이 용이치 않다는 특성 때문에 수입에만 의존할 수 없고 일정부분 국내 제조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선진화되면 될수록 국내 제조업 중 식품산업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커질 것이다.
둘째로 식품이 문화 수출의 통로가 되기 때문이다. 식품은 문화와 함께 존재하기 때문에 식품을 세계에 알린다는 것은 우리나라를 세계에 알리는 것과 같다.
셋째로 식품이 국민건강을 담보하기 때문이다. 잘 먹기만 해도 건강을 지킬 수 있다. 비위생적이고 부실한 식품으로 인해 국민건강이 상했을 때, 이것을 회복하는 사회적 비용은 엄청난 수준일 것이다. 따라서 안전하고 질 좋은 식품을 공급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정부와 업계가 해야 할 역할은 무엇인가.

- ­지금까지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으로 인해 식품산업은 성장이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비합리적인 규제를 풀어야 한다. 대표적인 것이 유통기한 제도다. 불필요한 자원낭비와 적발이 이어지고 있다. 또한 규제와 함께 육성책을 펼쳐야 한다. 영세업체 중 비교적 우량한 곳을 선별해 지원해야 한다.
업계는 지금까지의 안일한 자세를 각성할 필요가 있다. 상품개발, 기술개발에 열을 올리기보다는 히트상품, 해외상품을 베낀 미투상품을 쏟아내기에 급급했던 것이 사실이다. 이제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시장 환경이 점점 변해가고 있다. 세계화가 진전될수록 해외제품의 인지도가 높아질 것이고 유통업체의 힘이 날로 커지고 있다. 또한 정부의 규제가 완화되는 대신 업체 스스로가 위생·안전기준을 높여 시장에서 평가받도록 해야 한다.

▲식품시장에서 유통업체들의 영향력이 날로 커지면서 제조업체들의 어려움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식품업계가 어떻게 타개해야 하는가.

­- 식품시장이 과거 제조 중심에서 유통 중심으로 주도권이 이동했다. 대형할인점을 중심으로 한 유통채널들이 막강한 유통력을 앞세워 제조업체를 움직이고 있으며, 제조업체들은 유통망 확보를 위해 출혈을 감수하고 있다. 유통과 제조가 균등한 힘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지만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 당분간은 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식품업체들은 파워있는 브랜드 양성과 판로다양화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특히 앞으로 유통업의 대형화에 맞서 식품업계도 규모화, 전문화를 위한 구조조정과 기업합병 등이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다. 소규모 영세기업들이 많이 사라질 것이고 중견기업들은 통폐합을 통해 규모화가 이뤄질 것이며, 전문화를 위한 R&D 투자가 늘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유통업체가 불공정거래행위를 하는지 철저한 감시와 제재를 해야 한다. 하지만 현재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할인점의 영업시간 규제나 출점 규제는 시장경제에 반하는 것으로 문제가 된다. 할인점들의 24시간 영업 등 과당경쟁은 시장 자체적으로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식품은 수출경쟁력이 낮은 상품 중에 하나다. 식품의 수출경쟁력을 높이고 해외시장을 개척할 방안은 무엇인가.

­- 식품 수출은 이원화된 시스템을 가지고 가야 한다. 우리만의 강점인 전통식품은 선진국을 타깃으로 해야 한다. 식품은 문화이므로 한국 문화에 대한 홍보가 필요하다. 이것은 정부가 적극 나서서 해야 할 일이다. 세계 속에 ‘코리아’ 브랜드를 알려야 한국 음식, 식품에 대한 친밀성과 인지도가 높아진다.
보편적인 제품인 일반식품은 저개발국 중 성장 중인 국가를 대상으로 하면 효과적이다. 일반식품을 선진국에 팔긴 어렵다. 또한 현지시장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시장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대표적인 것이 초코파이다. 초코파이가 러시아에서 잘 팔리는데 특성화된 제품과 함께 러시아가 추운지방이어서 열량이 높은 식품을 선호한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
이승현 기자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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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근 박사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식품산업팀장)
<전문가 인터뷰 2 -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중근 박사

‘식품은 문화’ 정부에 마케팅 주문
“전통소재 개발로 수출경쟁력 확보”

▲국내 식품산업의 경쟁력이 취약하고 낙후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근본적인 원인은 무엇이고 해결책은 무엇인가.

­- 식품은 누구나 만들어 먹고 취급하는 것이기 때문에 접근성이 높고, 설비비가 비교적 낮게 들어간다는 특징이 있어 진입장벽이 낮은 산업이다. 때문에 전문성이 높지 않아도 쉽게 사업을 할 수 있고 이것이 식품산업의 경쟁력을 낮추고 영세 사업장이 많은 이유가 되고 있다.
따라서 식품산업은 관리의 이원화가 필요하다. 어느 정도 규모와 시설을 갖추고 있는 대기업과 중견기업이나 영세기업을 나눠서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자는 규제와 지원책을 병행해 관리해야 하지만 후자는 단속보다는 지도·지원 위주의 관리를 해야 한다.
대기업들은 특별히 관리하지 않아도 위생이나 품질에 대한 수준이 보증된다. 자체 교육과 관리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영세기업들이다. 식품산업 전체의 수준을 올리기 위해선 이들에 대한 교육, 지도를 지속적으로 펼쳐야 한다. 따라서 이들을 위해서 기본적인 위생, 품질관리 교육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식약청에서 식품공전 배포사업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런 사업들이 추진돼야 한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식품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 같다. 식품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정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우리나라의 식품 정책을 보면 일관성 보다는 분위기에 따라 변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일관성 있는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불필요한 규제는 철폐돼야 한다.
또한 지자체 식품담당 공무원들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이들은 현장에서 직접 식품업체들을 만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들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따라서 이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법 해석시 일관된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민원사례집 같은 것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할 필요가 있다. 또한 업무 매뉴얼을 제작해 사람이 바뀌더라도 업무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일반식품에 대한 기능성 표시를 허용해야 한다는 식품업계의 요구가 높아지고 있어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무엇인가.

­- 당분간 일반식품에 대한 기능성 표시는 제한돼야 한다. 건강기능식품법이 제정돼 시행되고 있는데 일반식품에 기능성 표시를 허용하면 혼란을 가중시킬 수 있다. 따라서 건식산업이 완전히 정착될 때까지는 허용하면 안 된다.
만약 허용을 하려면 기능성 표시의 범위와 수준을 건식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으로 제한해야 한다. 또한 건식의 표시를 지금보다 높은 수준으로 허용해서 기능성 표시된 일반식품과 구분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건식 시장이 기대에 비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건식 시장이 회복되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 건식은 경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경기가 회복되면 건식 시장은 급상승할 것이다. 하지만 그때까지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우선 해야 할 것이 제형 확대와 표시 수준 향상이다. 제형 확대는 어느 정도 진행이 되고 있고 조만간 몇개의 제형이 확대될 것으로 알고 있다. 표시 수준은 향상도 중요하고 소비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구체적 설명이 가능하도록 허용하는 것도 필요하다.
또한 우리의 전통 소재에 대한 기능성 평가와 개별인정이 활발하게 이뤄져야 한다. 한약재와 같이 우리가 전통적으로 이용해온 소재를 제품화한다면 수출과 함께 시장을 살릴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

▲식품산업은 대표적인 내수산업이다. 이로 인해 식품시장은 성장의 한계가 있다고 평가 받고 있다. 따라서 식품 수출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실적은 미미한 상황이다. 식품 수출을 활성화시킬 방안은 무엇인가.

- ­식품은 기호상품이기 때문에 수출이 쉬운 품목은 아니다. 따라서 반드시 동반돼야 할 것이 문화와 함께 수출하는 것이다. 한류 열풍으로 인해 한국 식품, 한국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세계적으로 식품을 수출하는 기업은 손가락으로 꼽힐 정도로 몇 안 되는 다국적 기업들이다. 이들을 제외하곤 식품 수출은 문화와 함께 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정부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같은 국제행사에서 한국음식관 설치 같은 홍보활동을 통해 우리나라를 알림과 동시에 식품을 알려야 한다.
또한 일반식품보다는 신소재, 전통원료 등을 이용한 건식의 수출에 주력해야 한다. 일반식품을 수출하는 것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상당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건식에 대한 연구가 식품 수출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이승현 기자 dream@foodban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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