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과 세계경제
엔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움직임과 세계경제
  • 관리자
  • 승인 2007.08.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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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영권 세계화전략 연구소장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8월17일 저녁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재할인율을 전격적으로 0.5%포인트 인하하자, 전 세계 금융시장은 일단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이번 조치로 은행들이 비상시 대량의 단기자금을 중앙은행으로부터 더 낮은 금리로 공급받을 수 있게 돼 금융시장의 불안 심리가 많이 해소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또 FRB가 이번 조치에 그치지 않고 조만간 정책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만약 금리를 인하한다면 4년 만에 처음이다.

‘재할인율 0.5%포인트 인하? 소식에 미국과 유럽 증시는 큰 폭으로 반등했고 우리나라 주식시장도 크게 반등했다.

하지만 미국 금융계에선 ?재할인율 인하 자체의 실질적 효과는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직접 가서 재할인 자금을 빌리는 일은 사실상 ?최후의 수단?이기 때문이다. 자금시장에서 돈을 도저히 융통할 데가 없는 비상 상황에나 중앙은행에 가서 돈을 빌리게 된다.

더구나 요즘처럼 가뜩이나 ?신용 불안? 때문에 난리인 시기에 중앙은행에 가서 돈을 빌릴 경우 신용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 결국 재할인율 인하는 실제 효과보다는 심리적 효과를 겨냥했다는 분석이다.

2002년 이후 FRB는 정책 금리를 재할인율보다 1.0%포인트 낮은 수준에서 결정해 왔다. 따라서 이번 재할인율 인하에 이어 FRB가 조만간 금리 인하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더구나 세계 금융시장엔 여전히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 우려라는 복병이 남아 있다.

최근 엔화 가치의 폭등에서 보듯,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우려에서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주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간 주요한 이유 중 하나는, 전 세계 자산시장을 떠받치고 있는 엔 캐리 자금이 빠지면 아시아 신흥시장의 증시가 폭락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가고 할 수 있다.

한국도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태풍의 영향권 안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국내에는 약 213억~289억달러(20조~27조5000억원)에 이르는 엔화 자금이 들어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엔캐리 트레이드라고 하면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대형 국제 투기자본이 일본 시중은행에서 금리가 싼 엔화를 빌려 미국 한국 영국 등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나라의 주식이나 채권 부동산 등의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말한다.

엔캐리 트레이드에는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주체에 의해 행해지는 다양한 자본투자가 포함돼 있다. 한국 내에서 자영업을 하는 사람이 은행에서 원화대출보다 이자가 싼 엔화대출을 받아 생산설비를 구입했다면 이 역시 엔캐리 트레이드다.

흔히 날아오는 '싼 이자에 돈쓰라'는 스팸메일도 대부분 저리로 조달한 엔화자금에 마진을 붙여 국내에서 대출,금리차를 챙기려는 엔캐리 트레이더들이 보내는 것이다.

특별한 사람들만의 전유물처럼 생각되는 캐리트레이드는 이처럼 우리의 일상생활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다양한 엔캐리 트레이드의 공통점은 엔화자금이 일본보다 금리가 높은 다른 국가에 투자되기 위해 외환시장에서 해당국 통화로 환전된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엔화 '팔자' 주문이 지속적으로 늘게 마련. 그 결과 엔화가치는 수요 공급의 원칙에 따라 떨어지게 된다.

이런 현상은 전 세계 외환시장에서 동시에 일어난다.

가장 큰 문제는 전 세계에 지나칠 정도로 많은 유동성이 공급된다는 점이다. 엔화 자금은 수익을 좇아 전 세계로 흘러 들어가 주식 채권 부동산 등에 무차별적으로 투자돼 최근 수년간 전 세계적으로 자산버블(거품)이 생기는 데 일조 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문제는 최대 1조 달러대로 추정되는 엔캐리 트레이드가 일시에 청산될(해외에 투자한 자산을 팔고 빌린 엔화 상환) 경우 올 수 있는 충격이다.

엔캐리 트레이드가 한창 기승을 부리던 1998년 엔화가치는 달러당 147엔까지 떨어졌으나 러시아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선언으로 3일 만에 13%나 올랐고 두달여 만에 달러당 112엔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에도 불구하고 엔캐리 트레이드가 급속히 청산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도 다른 나라와의 금리 차이가 워낙 커 엔캐리 트레이드가 여전히 충분한 수익을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관계자들은 엔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이 없어지려면 일본의 금리가 지금보다 추가로 2%포인트는 더 올라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따라서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급속한 청산 가능성은 당분간 거의 없다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지금 세계금융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엔캐리자금 문제는 우리에게도 아주 중요한 일이다. 자금 흐름의 정확한 방향을 파악하고 미리 미리 준비해야만 만약의 경우에도 큰 타격 없이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역시 우리는 완연한 글로벌 시장 속에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하는 일인 것이다. 그래서 늘 세계 속의 한국경제를 쳐다보는 글로벌 마인드가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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