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먹을거리에 무관심한 대권 후보들
국민의 먹을거리에 무관심한 대권 후보들
  • 관리자
  • 승인 2007.10.12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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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지난 10월 9일 서울 용산에 있는 전국농업기술자협회 강당에서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정의 대전환 방안’이라는 주제의 토론회가 열렸다. 농민연합이 주최를 했고 전국농업기술자협회가 주관을 했으며 농협중앙회가 후원하는 행사였다. 아름다운재단과 희망제작소 상임이사를 맡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가 좌장을 맡은 가운데 충남대학교 경제무역학부 박진도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고, 농림부 김영만 농산물유통국장, 정재돈 농민단체 회장, 이정주 한국생협연합회 회장, 박중곤 농민신문 편집국장, 그리고 필자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행사를 주최한 측은 인사말에서 “지속 가능한 농업ㆍ농촌의 유지와 소비자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농정의 대전환이 필요하기에 농산물 생산 중심의 농정 틀을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정으로의 대전환을 이번 대선에서 각 정당의 공약사항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농업정책의 대전환을 모색하는 토론회, 이를 대선 후보들이 공약에 반영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토론회인 셈이었다. 필자도 이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토론회에 참석했다. 주제발표의 내용을 보면 지금까지 농업 중심의 농정을 농업과 농촌, 식품산업까지 아우르는 삼위일체의 패러다임으로 대전환을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농림부도 농업농촌식품부로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국가적 차원으로 보면 매우 중대한 변화를 담고 있다. 이런 변화는 사실 차기 대통령의 의지가 없으면 거의 불가능한 일들이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이런 내용을 귀담아 들어야 할 대선 후보들 측에서는 한 명도 토론회에 참석을 하지 않았다. 대선 후보 측은 물론이고 정치인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고 농민단체 대표 몇 명이 자리를 지키고 있을 뿐이었다. 주최 측이 생산 중심의 농정을 소비자와 함께 하는 농정으로의 전환을 대선 공약사항으로 포함시키기 위해 토론회를 개최한다고 했으니 당연히 대선 후보들 진영에 참석요청을 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들이 한 명도 참석하지 않았다는 것은 주최 측의 노력이 부족했다고도 평가할 수 있지만 국가 최고지도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농업을 비롯한 국민의 먹을거리 정책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토론에 참석한 농민들은 분노했다. 어느 한 농민은 주제발표 도중에 벌떡 일어나, 들어야 할 정치인은 한 명도 없는데 농민들만 앉혀놓고 뭐하는 짓이냐며, 소리를 버럭 질렀다. 제주도에서 왔다는 농민은 지난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하소연 했고, 충청도에서 올라왔다는 농민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박원순 변호사가 좌장을 맡는 토론회라고 하기에 만사를 제쳐놓고 참석했다면서 반쪽짜리 토론회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정치권이 국민의 먹을거리 문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은 이번 토론회에 대한 무관심에서만 나타난 것이 아니다. 정부가 식품안전관리 행정의 일원화를 위해 ‘식품안전처’를 신설하기로 하고 이를 위한 정부조직법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방치해 놓고 있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특히 농업과 농민에 대한 관심은 이제 무관심으로까지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표 때문일까. 농업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나아가 식품과 외식 등 국민의 먹을거리 전반의 정책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국가적 과제다. 농민의 수가 줄어들어 더 이상 표밭이 아니라고 해서, 농업은 이제 국가 중요 산업이 아니라고 해서, 영세한 산업구조를 가진 식품 및 외식산업은 별 볼일 없다고 생각하면서 무관심하고 도외시하면 안 된다.

필자는 박근혜씨가 한나라당 대표직을 맡고 있을 때 ‘박근혜 대표께’라는 제목으로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선친인 박정희 대통령 시대의 공업화 정책으로 피폐해진 농업과 농촌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대를 잇는 정치인으로서 속죄하는 마음으로 살려 놓으라고 촉구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정치인 박근혜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차기 대권의 유력 후보인 이명박씨를 비롯해 개발시대의 주역이면서 혜택을 본 대부분의 현역 정치인은 오늘날 피폐해진 농업ㆍ농촌을 만든 공범들이다. 속죄하는 뜻에서라도 진정으로 농업과 농촌을 살리고 국민의 먹을거리를 책임지는 길이 무엇인지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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