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외식기업은 농업에 투자하라
식품외식기업은 농업에 투자하라
  • 관리자
  • 승인 2007.10.1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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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편집위원
최근 증권가에서 이색적인 보고서가 하나 나왔다. 지구 온난화와 유가 급등에 따른 대체 에너지 개발 열풍 등으로 곡물가격 상승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농업 관련 기업에 투자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였다.

이 보고서를 낸 한화증권의 이영곤 애널리스트는 “최근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농산물 가격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을 정도”라며 “과거 사양산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던 농산물 산업이 환경 변화로 성장산업으로 변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인구의 증가, 개도국의 경제성장, 지구 온난화와 기상이변, 바이오 에너지 산업의 성장 등이 국제 농산물 가격 상승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관련 이슈가 지속되고 있어 농산물 가격 상승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증권가에서 나온 이 보고서는 주식투자자들에게 농업 관련 회사 주식에 투자하라는 뜻이었지만 나는 식품외식업체들이 농업에 투자할 것을 권고한다. 세계 1위 식품회사인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 회장은 “지금 같은 곡물가 상승이 이어질 경우 심각한 수준의 식품 가격파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중국은 애그플레이션(agflation, 농산물발 인플레이션)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중이다. 미국 옥수수 가격이 반년 사이 70%가 오르고, 국제 밀 값도 올들어 78%이상 폭등했다. 이러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등은 자국의 식품가격 안정을 위해 밀 수출을 중단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국제 곡물가격의 폭등은 원료를 대부분 수입산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식품업계에게는 태풍의 눈이나 마찬가지다. 원료 조달비용이 높아지면 제품 소비자가격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식품가격의 인상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소비자들의 주머니를 닫게 만들어 시장을 위축시키는 악순환을 가져온다.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악화되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같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데 원료를 안정적으로, 그리고 저렴한 가격으로, 그러면서 우수한 원료를 조달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이 다른 기업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국내 식품외식기업들이 농업에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1992년에 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과 서산간척지 농장을 동행 취재한 적이 있다. 폐유조선으로 조수간만의 차이를 극복하는 일명 ‘정주영 공법’으로 바닷물을 막는 방조제를 완공하고 간척지를 만들어 시험 영농을 하고 있던 때였다. 당시 고인은 “우리나라는 산이 많아 농토가 부족하다”면서 “이 간척지에서 농사를 지어 우리국민이 자손대대로 먹을거리 걱정을 하지 않게 하겠다”고 말한 것이 기억난다. 이렇게 조성된 1억404만7410㎡(3147만4200평)의 서산간척지에서 쌀을 생산해내고 있고, 고인은 그곳에서 키운 소 500마리를 끌고 육로로 북한을 방문해 남북경협의 물꼬를 트기도 했다. 한 때는 현대 계열사가 서산농장에서 키운 소를 활용해 고깃집 외식사업을 한다는 소문까지 난 적도 있다. 우리나라 공업화의 상징인 정주영 회장이 농업에 관심을 가진 참뜻이 무엇인지를 식품외식기업들은 새겨봐야 할 것이다.

식품외식기업들이 농업에 투자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정주영 회장처럼 직접 영농을 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렇지 않고도 얼마든지 농업에 투자할 수 있는 길이 있다. 계약재배나 직거래, 생산자 단체와의 제휴 등이 그런 것이다. 이미 몇몇 식품외식기업들은 각 지방자치단체와 계약재배를 하거나 직거래를 하면서 식품 원료나 외식 식자재를 조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떤 외식업체의 경우 영농조합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농업이 식품외식산업을 위해 조건을 맞춰주길 기다릴 것이 아니라 식품외식기업들이 먼저 국내 농업과 식품외식산업의 상생을 위해 뭘 할까를 생각해야 할 때다. 그렇지 않고 지금 현재 시점에서 따져 국산 농산물이 수입산보다 비싸다고 국내 농업을 외면하는 식품외식기업은 언젠가는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임대료를 지불하지 않고 자기 건물에서 식당을 하는 사람과 남의 건물에 들어가 높은 임대료를 주면서 식당을 하는 사람 중에 누가 살아남는지를 생각하면서 농업에 투자하는 마인드를 갖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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