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고백
부끄러운 고백
  • 김병조
  • 승인 2005.12.09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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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병조 <본지 데스크/편집위원>
20여년 가까이 기자생활을 하면서 ‘언론인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라는 명제에 대해 고민하고 반성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언론인으로서 가져야 할 정도(正道)는 무엇이며, 나아가 언론의 사회적, 국가적 사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한 고민은 경력이 쌓여갈수록 더해 간다. 지난해 발생한 만두파동과 최근의 김치파동, 그리고 황우석팀 관련 MBC PD수첩 파문을 보면서 그러한 고민의 강도가 더욱 짙어졌다.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 부끄러움을 느낄 정도로 말이다.

일반적으로 언론을 두고 ‘사회의 목탁’ 또는 ‘사회적 공기(公器)’라고들 표현한다. 우리사회가 진실과 정의가 통하는 올바른 사회가 되도록 하는 데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언론은 ‘비판’과 ‘계도’라는 두 가지 기능을 갖고 있다. 언론은 불특정 국민이 접하는 대중매체이기 때문에 비판이든 계도이든 그 보도내용이 엄청난 파급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위력이 막강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그런 막강한 영향력을 악용한 일부 언론의 권력화를 빗대어 언론을 입법부, 행정부와 맞먹는 ‘제3부’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 언론이 언론 본연의 사명을 다하기 위해 제 기능을 하고 있는가? 또 언론인의 한 사람인 필자는 정도를 지키며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가? 부끄럽지만 그 대답은 ‘아니오’이다. 언론사는 공정성과 객관성이 생명인 사회적 공기(公器)로서의 사명을 망각하고 그저 이윤을 추구하는 일반기업으로 전락한지 오래고, 그 속에 몸을 담고 있는 언론인들은 기자라기보다는 평범한 ‘월급쟁이’에 불과할 정도로 ‘타락’한 상태다. 일부 언론의 경우 심각한 경영난에 소속 직원들에게 제대로 급여를 지불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 그런 회사에 소속된 직원들에게 월급쟁이 이상의 사명감을 요구하는 자체가 어불성설이 된 꼴이다. 회사 경영이 어렵지 않은 언론사라고 별반 다를 게 없다. 권력이나 이념에 치우쳐 공정한 잣대를 놓치고 편 가르기를 주도하기도 하고, 취재원에 대한 인격적 대우를 몰수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간지와 방송사를 거쳐 현재 주간 전문지에 몸을 담고 있는 필자로서는 만감이 교차한다. 특히 지금은 신문제작을 총괄 책임지고 있는 입장에서 그 어느 누구보다도 많은 반성과 함께 비뚤어진 생각이나 객관적이고 공정하지 못한 편집방향 등을 바로잡겠다는 다짐을 한다. 취재원에 대한 개인적인 好, 不好의 감정이 취재나 편집과정에 작용하지는 않았는지, 업체의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의 이익만을 생각해 불편하게 하지는 않았는지, 전문지가 지향해야 할 본연의 사명을 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 반성을 한다.

이번에 황우석 연구팀과 PD수첩의 ‘진실게임’ 진행과정에서 ‘국가이익’과 ‘진실보도’라는 단어가 많이 등장했다. ‘국가이익’과 ‘진실보도’는 언론이 지향해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범위를 좁혀서 보자면 ‘산업보호’와 ‘사실보도’의 개념으로 볼 수 있다. 지난해 만두파동이나 최근 발생한 김치파동의 경우를 다루는 언론의 시각이 이에 해당한다.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는 언론이 사실 그대로를 보도하는 자체가 잘못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보도’와 ‘산업보호’, 또는 ‘진실보도’와 ‘국가이익’이 상충할 땐 언론도 고민을 하게 돼 있고, 또 당연히 고민을 해야 한다. 여기에서 겪는 언론의 말 못할 고뇌가 그만큼 크다는 점도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문제는 ‘사실보도’ 또는 ‘진실보도’ 측면에서 볼 때 보도내용의 사실관계 내지는 진실성 여부에 따라 언론의 권위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 언론이 가진 딜레마가 있다는 점도 알아줘야 할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 기자는 자기가 아는 범주 내에서 기사를 쓸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제대로 알면 사실관계가 맞지 않거나 진실성이 결여된 기사가 나올 리 없다는 말이다. 간혹 취재를 하면서 무조건 감추고, 이유 없이 취재를 거부하는 경우를 많이 당한다. 이럴 때는 어떤 기자라도 자괴감을 갖게 마련이다. 그럴 때도 똑바로 서서 제 역할을 다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제대로 알고 기사를 쓸 수 있도록 취재원이 마음의 문을 여는 것도 적지 않게 중요하다. 수천 만 원짜리 광고 한 편보다 한 줄의 기사가 더 큰 위력을 발휘한다는 말이 있듯이 잘못된 보도가 국가이익에 얼마나 큰 손해를 끼치는지를 우리는 지금 목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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