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2005년에 제작된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의 대략적인 내용이다. 영화 제목과 달리 영화에 나오는 금자씨는 결코 친절한 사람이 못된다. 복수를 위해 필요한 사람에게만 의도적으로 친절을 베푼 것이다.
주요 정당 대선후보들이 모두 결정돼 본격적인 선거철이다. 정치계 인사들이 약속이라도 했던 것처럼 모두 ‘친절한 금자씨’가 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의 모든 것을 내줄 것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지난 6일 국회 대회의실에서는 1000여 명의 영세자영업자들이 모여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의 합리화를 위한 정책방향’이라는 공청회가 열렸다. 자리가 모자라 서서 듣는 사람이 100여 명은 될 정도로 관심이 높았다.
친절한 정치인들의 참여 또한 눈에 띄었다. 행사에 참석한 각 당 의원들은 카드수수료 인하의 필요성에 역설하며 수수료 인하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요지의 말들을 남겼다. 의원들의 인사말이 길어진 탓에 정작 진지한 토론을 기대하기에는 너무도 모자란 시간이었다.
그리고 막상 토론에 들어가자 자리를 지기키는 정치인들은 단 한명도 없었다. 달디 단 인사말만을 남기고 자리를 떠난 것이다. 이날 행사를 참관하기 위해 지방에서도 많은 자영업자들이 올라왔다. 그들은 생업을 포기하면서까지 올라왔지만 얻고 돌아가는 것은 많지 않았다. 참관하던 한 사람이 “정치하시는 분들에게 물을 것이 있었는데 자리에 안계서 아쉽다”고 서운함을 표하기도 했다.
정치인들의 친절이 오로지 유권자 손 안의 표에 베푸는 것일 때가 많다. 겉으로 친절하게 보인다고 반드시 친절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친절한 금자씨'에게서 이미 학습했다. 좀더 야박하게 말하면 남에게 보여주는 데 더 무게를 둔, 그것도 규격품화되어 버린 친절은 더 이상 '노땡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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