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육성, 업계가 나설 때다

2008-07-04     관리자
농림수산식품부가 식품산업을 육성하겠다고 나선지 4개월여가 지났다. 부처 이름까지 농림부에서 농림수산식품부로 바꾸면서까지 의욕적으로 시작한 일이기에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엔 뭔가 될 수 있겠다는 기대를 한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드디어 지난달 28일 식품산업진흥법과 하위법령이 모두 완성돼 시행됐다.

하지만 이 법에 거는 기대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알맹이가 쏙 빠지고 껍데기만 남았기 때문이다. 식품안전업무를 농식품부가 가져오지 못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안전 관련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산업육성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치의 경우 농식품부에서 김치산업을 육성하고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갖은 애를 쓰고 있지만 식약청에서 김치에 대해 HACCP 지정을 의무화시키는 바람에 관련 시장이 오히려 축소될 수 있는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러다보니 농식품부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고 산업 육성에 대한 기대 역시 점점 사그라지고 있다. 심지어 농식품부 안팎에서는 부처 이름에서 ‘식품’자를 빼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으니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얼마 전 농식품부에서 식품산업 육성업무를 담당하는 공무원을 만났다. 식품산업 육성방안에 대해 고민하면서 알고 있는 업계 관계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아이디어를 구했다고 한다. 아마도 뾰족한 대답을 얻진 못한 듯 했다. 그는 “식품안전 관련 규제를 푸는 것이 산업 육성의 관건이란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것 외에도 다른 방법들이 있을 것인데 고민하는 사람이 없다”며 “지금까지는 정부가 규제하고 끌고 나가는 방식을 취했지만 이제는 산업이 주도해야 하는데 식품업계는 그런 모습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래도 해답은 산업계에서 나와야 한다”며 “업계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 역시 지금까지 식품안전 규제를 풀지 않는 한 산업 육성이 어렵다는 생각을 해 왔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오히려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항상 최선일 수는 없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을 선택하는 것도 필요하다. 어찌됐건 농식품부에 의해 멍석은 깔렸다. 이제는 업계가 나설 때다.

이승현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