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단어만 내세운 대안 없는 토론

2006-02-22     김병조
‘수은의 위협,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는 최근 환경부가 발표한 우리 국민의 혈중 수은 함량의 문제를 놓고 서울환경연합 주최로 가진 토론회 주제다.

수은 노출에 관한 문제는 그동안 수없이 제기돼 왔지만 대표성 있는 기준 자료가 확보돼 있지 않아 실질적인 대책 마련에 미진했었다. 이러한 의미에서 이번 환경부 조사는 환경성 질환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첫걸음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더욱 긍정적인 방향으로 제시할 토론회 자리에서 사용한 ‘위협’, ‘방치’라는 주제 단어는 적절하지 못한 인상을 줬다. 수은은 체내에 축적돼서는 안 될 중금속으로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으나, 조사 결과 민감한 사람에게 건강 피해를 ‘위협’ 할 수준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방치’라는 단어도 문제다. 수은 노출의 주 경로가 ‘어패류’라는 조사 결과에 식약청은 원인이 되는 ‘메틸수은’의 규격기준을 입안 예고한 바 있다. 혈중수은농도조사, 메틸수은의 규격마련 등이 갖는 의미를 조금이라도 염두해 뒀다면 ‘방치’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자극적인 주제에 따른 토론회 결론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토론에 앞서 진행된 4가지 주제발표는 외국의 연구사례를 단순히 보고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고, 언급된 데이터는 비교 기준이 모호해 듣는 이로 하여금 신뢰를 갖지 못하게 했다. 주제 발표가 이러하니 심층적인 토론이 이뤄질 수도 없었다.

발표자와 청중은 입을 다물고 토론을 진행하는 좌장만이 많은 말을 했다. 좌장은 토론회를 주최한 서울환경연합의 관계자이었기에 수은의 심각성을 강조하고 단체의 주장만을 하는 자리가 됐다.

결국 토론회는 문제의 대안을 듣고 해결 방법을 찾아가지 못하고 문제의 심각성만 키우게 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좌장은 “오늘 좋은 얘기들이 많이 나와서 앞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데 도움이 되겠다”고 말했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는 것이 정확하지도, 관계성이 적합하지도 않은 발표를 통해 주최 단체의 의견만 피력하는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정지명 기자 j2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