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 허영섭 회장 별세

'백신 안보'와 필수약품 국산화에 족적

2009-11-16     관리자
백신 안보와 필수약품 국산화에 족적을 남긴 녹십자 허영섭 회장이 지난 15일 분당서울대병원에서 숙환으로 타계했다고 녹십자가 16일 밝혔다. 향년 69세.

고 허 회장은 지난 1년 동안 지병으로 치료를 받아 오다 15일 밤 10시30분께 별세했다.

'개성상인' 마지막 세대에 해당하는 고 허 회장은 다른 개성 출신 기업인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재무구조와 내실을 중시하는 경영방침을 바탕으로 제약기업 녹십자를 세계적인 백신 및 생명공학 기업으로 성장시켰다.

고인은 독일 유학시절 척박한 국내 보건 환경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1970년 귀국이래 평생을 백신과 필수의약품 국산화에 심혈을 쏟았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개발한 B형간염 백신, 세계 최초 유행성출혈열 백신,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수두백신 등이 대표적인 결실이다.

특히 지난 2005년부터 독감백신 생산시설을 구축해 이번 신종인플루엔자 대응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녹십자의 화순공장이 없었다면 사전 구매계약을 하지 못한 정부는 소량의 백신밖에 확보할 수 없었을 것이란 게 의료계의 중론이다.

경기도 개풍 출생인 고인은 1964년 서울대공대를 졸업하고 독일 유학길에 올라 아헨공대를 졸업하고 1970년 박사과정을 마쳤다. 같은 해 녹십자에 입사한 고인은 1980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1992년부터 대표이사 회장을 맡아 왔다.

업계와 재계에서는 한국제약협회장,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한국산업기술진흥협회장, 국제백신연구소 한국후원회 이사장, 한독상공회의소 이사장, 사단법인 한독협회장을 역임했다.

고인은 국민건강증진과 한-독 우애 증진, 경영상의 업적을 인정받아 국민훈장 모란장, 과학기술훈장 창조장, 독일정부 십자공로훈장을 받았으며 인촌상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정인애 여사와 3남이 있다.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 영안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18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