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 연구사업 부처별 ‘각개전투’

관리기관 식약청과 의사소통 전무
근시안적 투자에 성과 기대 어려워

2006-03-09     관리자
정부 부처들이 건강기능식품에 대한 각종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주먹구구식 운영으로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올 초 발표한 기관별 건강기능식품 R&D 현황을 보면 농림부, 과학기술부 등 9개 부처가 2005년까지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 진행한 연구사업은 총 562건이었다.

이중 농림부가 144건으로 가장 많았고, 과기부 130건, 중소기업청 105건, 보건복지부 91건, 산업자원부 33건, 해양수산부 17건, 교육부 15건, 국무조정실 15건, 농촌진흥청 12건 등이었다.

연도별 현황을 보면 1999년까지 80건이던 것이 2000년 26건, 2001년 50건, 2002년 88건으로 증가하다 2003년 142건으로 최고치에 달했고 2004년 102건, 2005년 74건의 사업을 진행했다.

이 사업들은 대부분 지역 특산물이나 전통적 원료를 이용한 기능성 제품, 소재 개발과 신소재 개발 등이다.

이번 조사를 진흥원에 의뢰한 식품의약품안전청은 건강기능식품 관리의 주무부처로서 각 정부 부처들의 건식 관련 연구사업을 통합 관리할 필요가 있어 이 사업을 진행하게 됐다고 밝혔다.

식약청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건식 연구사업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할 방침이며, 이를 통해 건식 관련 정보 교류와 중복 투자 방지 등의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부처들이 진행한 연구사업들이 발표를 위한 일회용으로 전락하고 있다는데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9개 부처에서 건식 관련 연구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그동안 건식 관리 주무부처인 식약청과 의사소통을 한 경우는 거의 없다”며 “나름대로 연구하고 나름대로 발표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허가부처에서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데 ‘OOO 신소재 발견’, ‘OOO 성분에 OOO 기능 있다’는 식으로 발표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 부처에서 진행한 연구사업 중 신소재 개발 관련 사업이 건식 제품으로 이어진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제품화는 고사하고 식약청에 개별인정형으로 인정받은 사례도 없는 상황이어서 각 부처가 업무협조 없이 따로 놀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조사를 담당한 진흥원 관계자는 “연구사업 현황은커녕 각 부처의 어떤 부서에서 건식 관련 연구사업을 담당하고 있는지 조차 찾기 어려웠다”며 “이같이 정보 교류가 안 되는 상황에서 DB 운영을 하는 것이 쉽진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연구사업 초기 단계부터 식약청과 업무협조를 하면 실질적으로 제품화까지 이어지거나 최소한 원료․성분에 대한 기능성 인정을 받는 단계까지 진행될 수 있다”며 부처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강조했다.

더욱 큰 문제는 이같은 부처간 업무협조 미비로 인해 업체만 피해를 본다는 것.

소규모 건식업체들은 자체 R&D 투자 여력이 없기 때문에 정부에서 공모하는 연구사업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예산 지원에다 정부에서 주도하는 연구사업이기 때문에 더욱 공신력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 연구사업을 진행해도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어 소규모 업체들은 시간과 비용만 허비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에 대해 정부 부처 R&D 담당자들은 책정된 연구비는 지출해야 하는 상황이고, 건식은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이기 때문에 대부분 투자를 선호하고 있지만 타 부처와의 업무협조까지는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식약청 관계자는 “정보 교류나 중복 투자 방지 등의 명분도 있지만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식약청이 곤경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며 “상위 기관에서 추진하는 사업이 식약청으로 인해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으면 언젠가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지 않겠냐”고 하소연했다.

이승현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