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만의 식품행정개편 논의

2006-05-18     관리자
“행정개편을 한다, 식품안전관리를 강화한다하는데 우리 같은 영세업자에게는 아무런 상관없는 일입니다.”

지난 11일 식품안전의 날 기념으로 열린 ‘바람직한 식품안전관리체계’ 심포지엄에 참석한 한 영세 식품업체 종사자의 항변이다.

이번 심포지엄은 정부에서 발표한 식품안전처 신설과 일련의 식품사고에 대한 정부와 학계, 업계, 소비자단체 등의 입장과 의견을 듣는 자리였다.

오후 1시 30분 한국국제생명과학회 이철호 회장의 개회사로 시작된 심포지엄은 주제발표와 토론발표까지 예정보다 늦은 6시 30분이 넘어서 끝이 났다. 주제발표자도 토론발표자도 서로 할 말이 많았기 때문이다.

드디어 마지막으로 토론회 좌장이 참관객의 질문을 받는 시간이 됐다. 늦은 시간이었지만 여러 참관객들이 식품안전처와 식품안전 사고에 대한 질문과 의견을 던졌다.

그때 행사장 앞 쪽에 앉아 있던 한 참관객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그는 일어나서 자신을 “12, 13명 정도가 일하는 조그만 식품공장에서 부장을 맡고 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이런 논의도 다 대기업이나 정부를 위한 것이지 우리 같은 영세업자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지금까지 5년 동안 공장에서 일하면서 위생담당 공무원이 공장에 한번 찾아온 적 없었고 궁금한 것이 있어도 어디다 물어볼 곳도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는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밑바닥까지 영향을 미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며 “우리 영세업자들이 원하는 것은 대단한 정책이 아니고 우리에게 찾아오고, 모르는 것을 가르쳐 주고, 부족한 것을 채워주는 관심”이라고 하소연했다. 그리고 영세업체를 위해 어떤 대책이 있는지를 질문했다.

그 순간 심포지엄 내내 ‘식품안전처를 신설해야 한다’, ‘산업을 진흥해야 한다’고 열변을 토하던 좌중이 조용해졌다.

식품업계와 정부, 학계는 식품산업에 대해 입만 열었다하면 식품업체 80%가 영세업체라고 하면서 열악한 환경을 지적해 오곤 했다. 그래서 무엇을 했는가 묻고 싶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와 업계는 영세업체들이 함께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육성책을 마련할 때다.

이승현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