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상생의 외침인가

2012-12-11     김상우
동네빵집과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간의 갈등이 일촉즉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대한제과협회는 지난 5일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협회원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빵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 및 뚜레쥬르의 불공정행위를 고발하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협회 측은 최근 10여년 동안 동네빵집이 1만4천여개 가까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동네빵집에 종사하던 8만여명의 제과제빵기능사들이 일자리를 잃었다고 주장하며, 상호협력 방안을 제시했다.

대한제과협회의 이러한 주장에 대해 파리바게뜨는 동반성장위원회가 마련한 조정협의체에 성실하게 임해왔으며, 개인 빵집과 상생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오히려 협회가 이를 거부, 수십억원 상당의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등으로 상생을 저해해왔다며 날을 곤두세웠다.

그런데 바로 다음날인 6일 기자의 메일로 대한제과협회의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상대책위원회로부터 한 통의 성명서가 왔다.
성명서에 따르면 강성모 파리바게뜨 가맹점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대한제과협회의 회원 3천여명 가운데 파리바게뜨 가맹점주가 1500여명인데, 우리의 동의없이 일방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몰이를 한 자체가 황당하다”며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지만 우리 역시 각각의 동네빵집인데, 이런 식으로 다른 동네빵집 점주들과의 분열을 유도하는 것은 부당하며 회비 환불 및 협회 탈퇴 의사까지 있다”고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지난 5, 6일 동안 일어나는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몇가지 의문이 들었다. 우선 대한제과협회의 김서중 협회장 역시 현재 67개의 제빵 프랜차이즈 ‘빵굼터’를 운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협회장도 제빵 프랜차이즈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파리바게뜨나 뚜레쥬르가 업계 1, 2위라는 이유만으로 해당 본사를 매도하는 것은 상당히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 아닐까.

또 대한제과협회는 개인 빵집만의 단체가 아니라 국내 모든 빵집의 사장들을 함께 아우르는 곳이다. 그런데 과반수가 넘는 협회의 회원들이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개인 빵집 연합으로 위장해 여론몰이를 한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듯 하다.

파리바게뜨도 그 옛날 동네 개인 빵집이었지만 끝임없는 노력을 통해 지금의 자리에까지 왔고, 현재 지역 곳곳에서는 이들 대기업 제빵 프랜차이즈보다 높은 매출을 올리는 잘나가는 개인 빵집들이 존재한다. 소비자들은 이왕이면 같은 돈으로 더욱 위생적이며, 맛있는 빵집을 찾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시장논리다.

대한제과협회는 빵집 경영주들의 화합을 도모하고, 이들이 힘들고 어려울때 잘먹고 잘살수 있도록 도와주는 본래의 역할을 잊으면 안된다.
지금처럼 각자의 주장만 되풀이 한다면 베이커리 업계의 상생에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대한제과협회는 그 취지에 걸맞게 개인 빵집들이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고 성장할 수 있도록 발판을 마련해주는데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는게 바람직하지 않을까.

사윤정 기자 sujau@foodban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