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시장, 우선 살려놓고 보자

2006-09-21     김병조
최근 건강기능식품 제조를 전문으로 하는 업체 관계자를 만나 업계의 근황을 들었다.

건식 OEM업체의 상황은 바로 건식 시장의 상황과 연결될 수 있다. 시장이 호황일 때 가장 바쁜 곳이 OEM업체이고, 불황일 때 가장 한가한 곳도 OEM업체들이기 때문이다.

요즘 건식 업체들 입에선 “죽겠다”는 소리가 버릇처럼 나온다.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OEM업체 관계자 역시 통 일감이 없다고 하소연으로 말을 시작했다.

특별히 뜨는 제품도 없는데다 네트워크 판매 시장이 얼어붙고, 홈쇼핑의 기세가 꺾이면서 시장이 침체의 늪에 빠졌다는 것이다.

요즘 활로를 찾기 위해 업체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어 위기감이 더욱 크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식약청이 건식 OEM업체에 GMP 인증을 의무화시켜 놓은 것 때문에 적게는 몇 억원에서 몇 십억원까지 시설 투자를 한 것이 OEM업체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큰 돈을 들여 공장을 GMP 규격에 맞춰 새로 짓거나 보수했지만 정작 일감이 없어 공장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OEM업체 중 그나마 잘 되는 곳의 공장가동률이 50%정도이고 나머지는 30% 수준에도 못 미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시장 상황이 이런데 식약청은 시장 분위기를 살리는 데는 관심이 없고 오히려 규제를 강화하는 데만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더욱 힘이 빠진다고 하소연했다.

여기에 올 연말에 중소 건식업체들에 연쇄 부도가 날지도 모른다는 괴소문까지 공공연하게 돌고 있어 위기가 공포로 까지 느껴진다고 한다.

이야기 끝에 그는 “처음 건식업계에 왔을 때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했는데 솔직히 요즘 같으면 이 업계를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고 하소연했다.

식약청이 건기법을 만들 때는 시장을 건전하게 키우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시장을 죽여서 정리할 것이 아니라 건전하게 키우겠다면 우선 살려 놓고 개선을 해도 해야 한다. 그렇다면 지금은 ‘건전’이 아니라 ‘키우는 것’이 강조돼야 할 때다.

이승현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