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환의 음식 이야기> 짬뽕

2006-10-13     관리자
샤폰(‘츠판’의 중국 복건성 사투리 발음)의 중국말이 일본인을 거치면서 짬뽕이 되었다. 가난한 시대에 최대 관심사는 밥 먹는 것이고 보며 중국인끼리 모여 샤폰(吃?飯了?-밥을 먹었니?)의 인사말이 일본인들의 귀에는 짬뽕으로 들려 이름지어 졌다고 한다.

1899년 일본 큐슈의 항구도시 나가사키(長崎)에서 중국의 푸첸(복건)성 출신으로 일본에 건너온 화교 ‘친헤이쥰(陣平順)이라는 사람이 중국 복건요리인 탕육사면을 응용해 나가사키에 온 가난한 중국 유학생들을 위해 야채와 고기토막, 어패류 등을 볶아 중화면을 넣고 끓여 푸짐한 양의 요리를 고안해 낸 것이 짬뽕의 원조이다.

우리나라 자장면이 중국에서 찾기 힘들듯이 짬뽕 역시 중국 본토에는 없는 음식이다. 돼지뼈와 닭뼈로 육수를 진하게 내고 돼지고기 얇게 썰은 것, 새우, 양배추, 당근, 가마보코(우리나라 어묵), 숙주나물 등을 센 불에 볶은 후 면을 넣고 육수를 부어 끓여 낸다.

국물이 뽀얀 두유 빛깔이고 해산물과 야채를 많이 쓰기 때문에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많은 양의 숙주나물을 곁들여 숙취해소에도 좋다. 식성에 따라 고추기름이나 후추를 뿌려 먹기도 한다.

우리나라에도 20년 전만 해도 ‘초마면’ 이라고 해서 이런 식의 음식이 중국집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춧가루로 맛을 낸 시뻘겋고 얼큰한 맛의 짬뽕으로 바뀌어 버렸다. 매운 맛을 즐기는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것이다. 일본에서는 나가사키를 비롯한 큐슈지방에서는 짬뽕이 향토음식으로 인기가 높다.

지금은 일본을 대표하는 음식의 반열에 오르기도 했다. 심지어 나가사키 오우라 천주당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짬뽕의 창시자 ‘친헤이쥰’의 증손자가 운영하는 사해루(시가이로)는 짬뽕박물관을 갖춘 짬뽕전문식당으로 나가사키를 찾는 관광객들이 꼭 한번 들리는 유명한 관광명소이다.

짬뽕은 어떤 재료가 들어가야 된다는 원칙이 없다. 계절에 따라 그때그때 제철 재료를 조금씩 달리하는 사계절 음식이다. 해물도 마찬가지이다. 해물과 야채의 각각 다른 종류가 많이 섞일수록 맛있는 그야말로 짬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