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편의점 도시락이 호황인 이유

2017-02-13     식품외식경제

최근 국내 식품·외식업계에서 가장 호황을 누리는 업종은 단연 도시락이다. 특히 편의점 도시락매출 상승은 상상을 초월한다. 국내 편의점업계를 대표하는 세븐일레븐, GS25, CU 등 3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52.1%, 176.4%, 168.3%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편의점 도시락의 성장 원인으로 흔히 1~2인 가구의 증가와 경기침체 장기화가 지목된다. 저렴한 가격으로 바쁜 일상에서 간단히 끼니를 해결할 수 있다는 편리성이 편의점 도시락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국내 1인가구는 전체 가구의 27.2%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경기침체에 따른 넉넉하지 못한 주머니 사정으로 간단히 한 끼를 때우려는 서민들의 애환도 없지 않다. 또 바쁜 일상에서 여유롭게 식사할 수 없는 직장인이나 전문직 종사자 등이 도시락을 이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특히 여성의 사회참여가 증가하면서 가사노동시간이 크게 줄고 이에 따라 외식인구가 증가한 탓이기도 하다. 그러나 가장 큰 원인은 편의점 도시락의 놀라운 ‘가성비’(가격대비 성능)다.

40~50대도 몰리는 편의점 도시락

지난 2014년 우리 사회에 ‘창렬스럽다’는 유행어가 회자된 바 있다. 창렬스럽다의 뜻은 ‘과대 포장이나 허위광고를 통해 상품의 질, 혹은 양을 부풀려 소비자를 우롱할 때 쓰는 말’이다. 당시 가수 김창렬 씨가 모델로 등장한 도시락의 품질이 너무 열악해 실망한 고객들이 만들어 낸 말이다.

심지어 일명 ‘창렬푸드’라 불리기도 했다. 결국 김창렬 씨는 해당 식품회사를 상대로 1억 원 대의 손해배상 청구소송까지 벌였다. 반대로 지난 2015년에는 ‘혜자스럽다’는 말이 유행했다. 혜자스럽다의 뜻은 창렬스럽다의 정반대 개념이다. GS25가 론칭한 3500원짜리 김혜자도시락의 가성비가 단연 돋보였기 때문이다.

GS25의 ‘김혜자 진수성찬도시락’에 이어 출시된 세븐일레븐의 ‘혜리 11찬 도시락’, 그리고 CU가 요리 연구가이자 외식사업가인 백종원 씨와 함께 출시한 ‘백종원 한판도시락’은 편의점 도시락시장의 가파른 상승세를 불러왔다. 원인은 3~4천 원대 도시락의 품질이 놀라울 정도로 좋았기 때문이다.

맛에서나 양에서 조금도 흠잡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해 주력 소비층이 40~50대 고객으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국내 도시락의 급성장 원인은 시대적인 배경도 있지만 무엇보다 ‘가성비’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제 도시락은 편의점 매출 1위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편의점과 다른 차원의 가성비 만들어야

‘편의점 사회’라 칭하리만큼 편의점이 일반화된 일본의 경우 1위 기업인 세븐일레븐의 점포 수는 2만여 개를 육박하고 있으며 연간매출은 4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90년대 이후 편의점이 무서운 성장세를 기록할 때 일본 외식업계는 고객을 편의점에 모두 빼앗겼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결코 편의점을 탓하지 말고 돌파구를 찾아야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처럼 당시 일본은 버블경제가 무너져 경기침체가 지속되고 1인 가구가 증가하는 한편 여가시간이 넉넉지 않아 한 끼 때우는 식의 외식이 일반화됐다. 편의점 도시락과 대응하기 위해 일부 직장인들이 몰려있는 건물 내 식당에서는 식당입구에 별도 공간을 만들어 도시락을 판매했다.

국내 식품·외식업계에서 편의점이 이미 가장 강력한 라이벌로 등장한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또 기존 고객의 일부가 편의점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는 것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상이라 할 수 있다. 국내 편의점 수는 이미 3만2천여 개(지난해 기준)로 도시락 시장은 연간 3천억 원을 넘는 거대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

거대 유통자본을 기반으로 일반 외식기업이 확보할 수 없는 새로운 기술과 인력을 앞세워 철저한 가성비로 무장한 편의점은 앞으로도 식품·외식업계에 큰 위협이 될 수밖에 없다. 편의점에 대응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편의점과 차별화된 또 다른 차원의 가성비를 만드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