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사람도, 파는 사람도 불편한 ‘제로페이’

2019-03-19     육주희 기자

“사장님 아직도 제로페이를 모르십니까. 이제 결제수수료가 없는 제로페이를 들이셔야 합니다.” 아침 출근길 라디오에서 나오는 제로페이 홍보 광고다. 오죽 답답했으면 최근 종영한 인기 드라마 ‘스카이캐슬’ 속 유행 대사를 패러디 했을까.

중소벤처기업부와 서울시가 자영업자들의 카드 수수료 부담을 낮추기 위해 추진한 결제 서비스 ‘제로페이’가 시행 한 달동안의 성적표를 받았다. 지난 1월 한 달간 은행권 결제 건수 15억6천만 건과 비교하면 0.0006%, 결제 금액 58조1천억 원에 견주면 0.0003%에 불과한 저조한 실적이다.

결제수수료 0%, 소득공제 40%라는 매력적인 제안에도 제로페이의 정착이 어려운 이유는 ‘파는 사람도 사는 사람도 불편해 매력을 못 느낀다’는 것이다. 우선 소비자가 제로페이로 결제하려면 결제앱 또는 은행앱을 실행해야 한다. 공인인증 또는 로그인 절차를 거쳐 제로페이 또는 QR결제로 들어가 매장에 비치된 QR코드를 촬영한 후 금액 및 비밀번호를 입력해 결제하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이런저런 불편함을 감수하고라도 소상공인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선의로 결제 어플을 다운받기 위해 제로페이를 검색해 들어가 보니 제로페이 가맹점용은 앱이 있지만 소비자용 앱은 없다. 물론 소비자들에게 보다 많은 선택지를 줘서 제로페이를 활성화하기 위한 의도일 수도 있다. 그러나 제로페이 사용을 권유하면서 소비자용 앱이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소상공인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더치페이가 정착된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영업하는 오피스가 외식업소의 경우 사용이 간편하고 익숙한 카드결제에 비해 짧은 점심시간동안 계좌이체를 통한 현금결제 형식의 제로페이로 결제하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는 고객이 과연 얼마나 될까. 

더욱이 그동안 정부는 세금 혜택까지 줘가면서 전 국민에게 당장 현금이 없어도 신용카드로 손쉽게 거래할 수 있도록 했다. 따라서 이보다 더 편한 시스템을 제안하지 못한다면 결코 제로페이의 성공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