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축산 시장 완전 개방에도 웃지 못하는 식품업계

2019-12-03     박현군 기자

내년부터 수입 농산물의 개방이 가속화된다. 기재부와 농식품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내년에는 아세안, 남미, 호주, 뉴질랜드의 농축산물에 대한 관세가 대폭 낮아질 전망이다.

이는 식품업계 입장에서만 볼 때 기회이기도 하다. 농축산물 수입이 자유화되면 원재료 구매단가가 낮아지면서 식품기업들의 마진과 가격경쟁력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업계 상당수는 농축산 시장 개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농산물의 수입관세 철폐는 WTO 가맹국 모두 동시에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미국산, 호주산, EU산, 영국산, 남미산 등 각 원산지별로 철폐 속도가 다르기 때문에 혜택을 보지 못하는 기업들은 시장에서 자칫 도태될 수도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한다. 기자의 눈으로 볼 때 이 같은 주장은 ‘엄살’처럼 느껴진다.

결국 농산물의 수입관세는 철폐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식품업계의 한 관계자는 “작은 엄살일 수도 있지만, 지금은 그 작은 차이를 대범하게 넘기지 못할 정도의 위기감에 차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한번 알아봤다. 무슨 위기가 그렇게 많을까. 식품업계의 수입 원자재와 관련해서는 GMO 폭탄이 존재한다.

GMO는 농업중심 주요 국가들이 도입하고 있다. 오리온, 풀무원, 해태제과, 롯데푸드 등 식품업계가 원자재를 수입하면서 GMO 상품을 완전히 배제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 “GMO는 무조건 나쁘다”는 시민단체의 주장과 국민들의 일방적인 인식이 식품산업의 적극적인 기업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 더구나 2020년에는 중국발 금융위기가 예고되고 있다.

현재 중국은 지역은행을 중심으로 뱅크런이 시작됐다.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들이 2008년의 악몽을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를 보이고 있다. 주52시간제와 최저임금 리스크는 이미 진부한 이야기가 돼버렸다. 식품업계의 위기감을 단순한 엄살로 치부할 수 없는 이유다.

실제로 올해 4분기 중 식품업계에서 M&A와 자산재조정 열풍이 불고 있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FC부문 매각 외에도 하림의 계열사 간 합병, 풀무원의 비주력 계열사 청산, 행남사의 M&A 등 어떻게 해서든 내년을 버티기 위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지난 50년 간 대한민국의 경제와 국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져 온 식품업계가 내년 위기 상황 속에서 어떤 기회요인을 찾을 수 있을지 관심있게 지켜볼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