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식의 정체를 바로 알자

2021-08-24     권대영 한국과학기술한림원 농수산학부장

사람들이 요즈음 음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가부터 시작해 어디에 가면 어떤 음식이 유명한지, 그리고 어떻게 하면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이 많다. 이제는 그 음식에 대해 한마디씩 할 수 있는 스토리 등 콘텐츠에도 관심이 많아지고 있다. 

음식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다 보니 음식의 맛이나 유래, 역사, 문화에 대해 한마디 한다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생겨났다. TV에 나와서 비과학적인 이야기를 꾸며 말하는 사람들이 음식 전문가인 양 행세하는 모습이 여기저기서 눈에 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는 양반과 양반이 아닌 사람으로 차별을 했고 배운 사람과 못 배운 사람 간에 차별이 아주 심했다. 물론 남자와 여자의 차별도 매우 심한 나라였다. 그래서 어딘가에서 유식한 척, 배운 사람인 척하는 심리가 매우 강했다.

예나 지금이나 어디 가서 공자 맹자 풍월을 읊으면 양반 축에 끼고 우리말보다 한자를 대고 이야기하거나 한자 기록을 갖고 이야기하면 대단한 사람으로 여긴다. 우리 국어사전에도 똥은 변(便)의 상스러운 말이라고 정의하기까지 한다. 대변이라고 해야 점잖은 사람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즉 어디 가서 배운 사람 행세하려면 한자어를 조금 쓸 줄 알아야 유식한 척 할 수 있다.

한자는 좋은 글자가 아님에도 글자가 너무 많아서 배우기가 어렵다는 이유로 우리말보다 한자로 씨부렁거리면 배운 사람 취급받는 풍토가 깔려 있는 것이다. 실제로 한자를 쓰고 고문헌을 둘러대면서 우리 음식 이야기를 하면 다들 혹해서 진짜인 줄 안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자어로는 우리 민족의 역사나 정서, 스토리를 결코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 왜냐하면 한자는 우리말이 아니어서 우리 정서를 대변할 수가 없고, 또한 한자는 뜻글자라서 해석하는 데 많은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양은 고대 철학을 기반으로 과학을 발전시켜 오는 동안 우리 민족은 2000년동안 중국 한자 책의 해석을 놓고 당파를 짓거나 싸워 왔다. 

우리 음식 이야기를 할 때는 민족학적, 언어적, 문화적, 농경학적 뿌리에 기반해 역사를 이야기해야 제대로 본질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어려운 일에는 투자하지 않고 중국책과 한자로 된 책을 읽고 우리 음식의 본질과 역사를 이야기해왔고 그것은 그것은 진실인 양 인식돼 왔다.

예를 들면 산림경제가 중국의 제민요술, 거가필용을 기반으로 홍만선이 쓴 책이고 증보산림경제는 산림경제에 우리 음식을 보완해 증보한 것을 모르고 우리 음식 역사의 뿌리를 산림경제나 증보산림경제에서 찾은 양 우쭐대며 대중에게 이야기하면 대단한 배운 사람이 이야기한 것으로 믿고 받아들인다. 참으로 잘못된 방법의 역사 인식이고 우리 음식 역사의 왜곡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우리 음식의 역사를 왜곡하고 판치고 돌아다닌다. 

또한 이들이 우리 말이나 음식 이름의 뿌리를 한자어에서 찾았다고 방송에 나와 이야기하면 진행자도 거들곤 하는데 거의 틀린 이야기다. 우리 민족은 중국과 뿌리가 다르고 우리 언어는 중국과 언어구조도 다르며 우리 음식 문화도 중국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우리 음식은 손맛이고 중국 음식은 불맛인 것만 보아도 다른데 한자 교조주의에 빠진 사람들은 우리 음식 이름이 어디서 왔지 하면서 한자만 생각하고 있다. 우리말 김치가 沈菜에서 왔다거나 청계산 매봉이 매화가 많아서 梅峰에서 왔다거나 오늘 내일 모레 중 내일이 來日에서 왔다거나 장마가 長溤에서 왔다고 하는 하는 등 모든 우리 말이나 음식 이름을 중국 한자에서 찾으면서 왜곡하고 또 왜곡된 그 한자의 뜻으로 뜻을 왜곡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덜 배우고 잘못 배운 사람들이 우리 음식의 문화와 역사를 왜곡하고 있다.

이러한 한자책과 한자어를 기반으로 한 잘못된 인식이 우리 음식의 역사나 정체를 왜곡한 경우가 수두룩하다.

더 큰 문제는 이처럼 왜곡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 카르텔을 이뤄 우리 음식 역사를 보는 데 그들이 이야기한 것들이 마치 진리인 양 확증 편향적으로 해석되는 것이다.

임진왜란 전에 김치와 고추, 배추, 고추장이 있었다는 수많은 기록이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잘못 해석한 한자책의 내용이 진리인 것처럼 책의 내용에 부합한 수많은 가설이 만들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김치의 역사가 120년밖에 안 됐다고 말하는 교수가 나오기도 한다. 

남들이 이야기한 것이 진실인지 거짓인지 모르고 주어다가 이야기하기는 쉽다. 그러나 우리 음식의 역사적 진실을 찾고 연구하고 이야기하기는 쉽지 않다. 우리 음식의 본질과 역사, 본체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 잘못된 역사를 바로잡고 제대로 된 우리 음식의 본질을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