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식업체・직장인 모두에게 가혹한 런치플레이션

2022-07-05     강수원 기자

얼마 전부터 회사 탕비실 이용이 잦아졌다. 점심 식후 당연하게 들렀던 카페에 가는 횟수가 줄었기 때문이다. 어쩌다 카페에 갈 땐 귀여운 고양이가 있던 단골 카페 대신 조금 멀더라도 저가커피 브랜드를 찾아간다. 급격하게 오른 점심값에 얇아지는 주머니를 지키려는 나만의 짠테크다.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영향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직장인들이 점심값마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즐겨 먹던 점심 메뉴는 1만 원을 훌쩍 넘어 버렸고 예전처럼 식사 후 커피나 음료를 마시려면 1만5000원은 지불해야 한다. 이렇듯 점심값 1만 원 시대가 도래하면서 인플레이션에 점심을 의미하는 런치를 더해 ‘런치플레이션’이라는 신조어도 만들어졌다. 

매일 먹는 점심값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젊은 직장인들은 긴축생활에 들어가고 있다. 카페에 가는 횟수를 줄이고 회사 탕비실을 이용하거나 배달비를 아끼기 위해 배달앱을 지운다. 최근에는 점심을 편의점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실제로 학생과 직장인 사이에서 할인된 가격으로 편의점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편의점 구독 쿠폰 서비스 이용률이 CU는 전년 동기대비 49.3%, GS25는 86.3%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경제연구원이 2020년~2021년(2018년~2019년대비) 분석한 소득 수준별 체감물가를 살펴보면 소득 하위 20%인 1분위의 체감 물가 상승률이 소득 상위 20%인 5분위 보다 1.4배 높다고 한다. 소득이 낮을수록 기호품보다 주거, 수도비 등 일상을 유지하는데 들어가는 소비 비중이 높다. 젊은 직장인들, 청년층이 커피, 배달 음식 등 자신의 기호를 위한 지출을 포기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음식점 가격이 올랐다고 업주의 사정은 나아졌을까. 실제로 몇 개월 사이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가면 음식값이 올랐다는 설명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물가상승으로 어쩔 수 없이 메뉴가격을 인상하겠다는 공지는 손님에게 해명을 하듯 곳곳에 붙어있다. 그러나 외식업소 경영주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식자재비 상승, 인건비 등으로 그들의 사정 또한 런치플레이션을 겪는 직장인과 마찬가지다. 이제 막 거리두기를 벗어난 외식업소 경영주나 포기를 강요당하는 직장인들 모두에게 가혹한 인플레이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