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기만하는 ‘슈링크플레이션’ 결국 독이다

2022-12-06     이동은 기자

최근 적은 양의 음식을 천천히 즐기는 ‘소식(小食) 트렌드’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고 버려지는 음식에 부담감을 느낀 소비자들이 소량이라도 먹을 만큼만 맛있게 먹는 것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식품업계에서는 다양한 소용량·소포장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젊은 세대 소비자들의 니즈를 공략하는 것은 물론 고물가 현상에 따른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제품 용량은 줄여놓고 가격은 그대로 유지한 채 판매하는 기업들이 드러나면서 소비자의 눈초리를 받고 있다. 과자 봉지에 질소가 절반 이상 들어가 논란이 된 ‘질소 과자’와 제품 과대 포장 논란에 이어 이제는 중량까지 줄인 채 눈속임을 하는 기업들에 소비자들은 날선 반응을 보이고 있다. 고물가 현상이 장기화하자 기업들이 ‘식품 가격을 올리는 대신 중량을 줄이는 꼼수’, 즉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전략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슈링크플레이션은 ‘줄어든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기업들이 제품의 가격은 기존대로 유지하는 대신 제품의 크기나 중량을 줄이거나 품질을 낮춰 간접적으로 가격 인상의 효과를 거두려는 전략이다. 

소비자들이 겉으로 드러나는 제품 가격 인상에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과 달리 중량 변화에는 상대적으로 둔감하다는 것을 이용하는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지난 9월 토핑 요구르트 ‘비요뜨’의 용량을 기존 143g에서 138g으로 5g 줄였고 농심은 ‘양파링’을 84g에서 80g으로, ‘오징어집’은 83g에서 78g으로 줄였다. 모든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다. 가격 인상을 명시하지 않았더라도 내용물을 줄인 것은 사실상 값을 올린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원재료비 상승 등으로 인한 기업들의 수익성 악화를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눈 가리고 아웅’ 식으로 소비자를 속여 수익성을 높이려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슈링크플레이션이 계속된다면 기업은 결국 실망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편법보다는 차라리 중량 감소를 고지하는 편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