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의 자유, 선택적 자유

2023-06-08     신정규 전주대 한식조리학과 교수, 전주대 LINC3.0사업 부단장

35년여 전, 아니 그 이전부터 우리나라는 자유를 찾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적이 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유란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권리였으며  그 권리를 얻기 위해서 많은 희생을 감내했다. 국민학교 시절부터 자유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들어왔고 고등학교, 대학교를 거치면서 그 자유에 대해 많은 지식을 쌓았다. 자유의 사전적 의미는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일, 또는 그러한 상태」, 「법률의 범위 안에서 남에게 구속되지 아니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는 행위」라고 돼 있다. 

자유를 이야기할 때 같이 언급하는 게 ‘방종’이다. 방종이란 「제멋대로 행동하여 거리낌이 없음」의 상태를 일컫는다. 얼핏 보면 자유와 방종에 있어 차이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한 책임’, ‘타인의 권리 보호’라는 데에 차이가 있다. 자유와 방종에 있어서는 권리와 책임이라는 단어가 함께한다. 권리는 「특별한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법률적 힘 또는 이익」, 책임은 「어떤 일에 관련돼 그 결과에 대하여 지는 의무나 부담」을 이야기한다.

우리는 간섭받기를 싫어한다. 또한 권리를 주장하고 보장받기 좋아하지만 무엇인가를 책임지는 것은 부담스러워한다. 자유, 방종, 권리, 책임이라는 단어는 우리 생활에 있어 특정한 규칙에 의해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과거 자유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외쳐왔던 아우성은 최근 우리가 굳이 자유라는 단어를 외치고 떠올리지 않아도 우리의 생활에서 너무나 당연시됐다. 그러나 최근 이 자유라가 우리들에게 생소한, 아니 어떤 의미인지를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굳이 떠올리지 않아도 될 자유가 끊임없이 정치권에서 언급되고 있으며 자유에 대해 공론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경제학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1979년에 ‘선택할 자유’라는 책을 출간했는데 이 책은 자유시장 경제를 논함에 있어 자유와 번영은 정부의 통제를 최소화한 ‘작은정부, 제한된 정부’를 통해 이뤄야 한다고 적고 있다. 특히 이 책에서는 자유의 가치를 가장 우선시 하고 있다. 그렇지만 프리드먼은 자유와 번영의 필요조건인 시장을 강조하면서도 정부와 시장 중 하나를 선택하는 이분법적인 선택을 강요하지는 않고 있다. 또한 절대적인 자유가 아닌 선택적 자유 내에서의 선택의 자유를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는 2023년을 살면서 무엇인가를 선택하는 데 있어 제한받지 않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선택에 대한 권리와 자유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자세히 생각해보면 그 선택은 자신이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아니면 앞으로 무엇을 가질 수 있는지에 대한 범위 내에서의 선택적 자유인 것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 우리는 이러한 제한적 선택의 자유의 범위마저 좁아지고 있다고 느끼게 된다. 아마도 내 편, 네 편의 편 가르기 상황에서 서로가 자유를 외치면서도 선택의 자유보다는 선택적 자유를 강조하면서 선택의 자유에 대한 제한범위를 강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사실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택적 자유의 범위에서 무한한 선택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누리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 권리에 대해 침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 기본적 습성이다. 다행히도 우리는 아직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선택할 자유를 갖고 있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무엇인가에 의해 제한받는 선택적 자유가 아닌 서로가 화합하는 진정한 선택의 자유를 추구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