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 파동은 식약청의 노림수?

2005-11-17     관리자
국산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나왔다는 식약청의 발표가 있는지 보름 정도가 지났다. 김치 파동의 영향으로 일본에서 우리 김치제품에 대한 전수검사를 했고, 국내에서는 김치를 비롯해 식품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졌다. 항간에는 ‘제2의 만두사태’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 중 가장 큰 영향을 받은 것은 기생충알이 검출됐다고 발표된 16개 업체들이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크다고 하는 업체는 거래선의 절반 이상이 끊기고 해당 공장의 문을 닫아야 하는 지경에 처해 있다고 한다. 제주도에 있는 업체 사장은 자신의 억울함을 편지에 담아 청와대로 보내기도 했다. 대부분 영세한 규모인 업체들은 영업이 중지된 상태로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 마디로 말해 이번 김치 파동으로 인해 우리의 김치 산업은 나라 안팎에서 모두 상처투성이가 돼 버렸다.

그런데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식약청은 이런 결과가 일어날 줄 예상치 못했느냐하는 의문이 든다. 작년 만두 파동 때의 학습효과가 분명히 있었을 텐데 말이다.

일각에서는 식약청이 이런 일을 예상하고도 다른 의도가 있어 기생충알 검출을 발표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농림부와 식약청이 서로 식품전담부처가 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상황에서 식약청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해 벌인 일이라는 것이다.

이같은 의혹은 식약청이 기생충알 발표에서 배추, 파 등 농산물 원료가 문제가 됐다고 지적한데서부터 시작된다. 식약청은 농산물의 재배 과정이나 유통과정에 퇴비나 동물의 배설물 등으로부터 오염이 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이렇게 되면 배추, 파뿐 아니라 거의 모든 농산물이 기생충알에 오염됐을 가능성으로부터 자유로울 수가 없어진다.

그런데 원료를 관리하는 부처는 농림부이고 따라서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검출된 것은 당연히 농림부의 책임이 돼야 한다. 이렇게 원료 관리조차 못하는 농림부가 어떻게 식품전체를 전담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가능해진다.

이런 노림수로 인해 식약청이 이번 발표를 강행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혹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고 아니라고 믿는다. 하지만 이런 의혹까지 제기되는 것은 그만큼 식약청의 이번 행태가 너무나도 이해할 수 없고 무책임했기 때문이다.

식약청은 이제라도 김치업체들을 만나 사과하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 업체가 약자들이라고 해서 언제까지 가만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승현 기자 dre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