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식시장, 우선 살리고 보자

2007-06-14     관리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건강기능식품업체를 방문하면 열에 아홉은 ‘죽겠다’는 소리를 한다. 처음에는 엄살을 피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제3자 입장인 기자까지도 위기감을 느낄 정도로 정말 시장 상황이 좋지 않다.

단기적으로 매출이 나쁜 것이 아니라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뾰족한 해법을 찾을 수 없다는 데서 심각성이 더 커 보인다. 이런 탓에 업계의 분위기는 말 그대로 최악이다.

요즘 건강기능식품업체들은 구조조정의 몸살을 앓고 있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유통업체나 제조업체 등을 가리지 않는다. 시판 시장의 대표 상품을 가지고 있는 D업체도, 비타민 열풍을 선도해온 B업체도, 우수한 건강기능식품 제조한다고 자부해 온 N업체도 이미 구조조정을 통해 몸집을 많이 줄였다. 대표적인 OEM업체인 I업체는 화장품 제조업체에 매각되기까지 했다.

그나마 몇몇 방문판매업체들을 제외하곤 전반적으로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는 것 같다.

시장 상황이 이런데도 건식의 허가·관리권을 쥐고 있는 식약청은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내놓는 정책을 보면 시장에 찬물을 끼얹는 것들뿐이다. 건식 공전을 개정하면서 기능성 내용이 축소됐는가 하면 과도한 섭취 시 주의사항을 함께 표시하도록 해 건식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을 오히려 부추기는 효과를 낳게 하고 있다.

단지 기능성 원료로 인정받으면 별도로 제품 인정을 받지 않아도 제품화가 가능하도록 절차를 간소화해 놓고 건식산업 활성화 방안이라며 생색을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식약청 공무원들과 대화하면 도무지 넘을 수 없는 벽이 느껴진다고 한다.

식약청이 건식 시장에 대해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건기법 시행으로 업체 수가 1/10로 줄었다. GMP 의무화로 제조시설도 많이 개선됐다. 강력한 표시·광고 규제로 시장의 건전성도 많이 회복됐다. 그런데 아직도 더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병원에서 너무 체력이 없는 환자에게는 치료를 하지 않고 체력을 회복시키는데 주력한다고 한다. 어느 정도 체력이 있어야 치료를 감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건식 시장은 체력이 바닥났다. 지금은 치료가 아니라 회복 프로그램이 필요할 때다.

이승현 기자 dream@